<조강지처클럽>이 단 2회 밖에 남지 않았다(총 104회).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 이렇게 하나의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도 매번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며 보게 된 것은 아마 <파리의 연인>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돌아보면, <조강지처 클럽>을 일러 욕하면서도 보는 드라마의 전형인 듯 써내려간 글들을 많이 접했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난 종종 그렇게 쓴 글들을 볼 때면 뭔가 진하게 안타까웠다. 이 드라마에 관해 내 주변 아짐들에게 물어보면 진한 현실반영에 공감할지언정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는 전혀 아니었다.

 

오십 중반 나의 언니도 재미있게 본다고 하였다. 특히 한원수(안내상분)의 촐싹댐이 재미있다고 하였다. 언니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은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드라마 속 불륜의 면면들을 다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또, 그 나이 때가 되면 드라마 보다 몇 배는 더 한 사연을 두루 접했을 것이기에 드라마 진행상황을 '여유롭게' 관조하며 볼 수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마흔 줄을 넘은 나이이다 보니 드라마 속 사연들의 작은 감정의 편린까지 이해되었다. 때문에 자기배역에 완벽하게 빠져들어 열연하는 주인공들이 대단하게 보였다. 아마 내가 20대였다면 이 드라마, 결코 이해 못했을 것이다. 뭐 저런 저질스런 드라마가 있나 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이가 나이이고 보니 다 이해가 되었다. 이 드라마를 씹는 많은 사람들이 억지 설정이라 하는데, 천만에. <조강지처클럽>의 주인공들은 억지가 아닌 나름 다 현실을 반영한 인물들이다. 다만, 이드라마가 현실과 다른 점은 유머로서 가슴 아픈 부분들을 희화 시키며 표현한다는 것이다.

 

만약, 유머 없이 심각하게 현실 그대로 그려냈다면 이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들이 때론 지난날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웃으면서 이야기 하듯이 <조강지처클럽> 또한 웃긴 행동과 대사로 진실을 전달할 뿐이다. 주인공 면면들 다 나름의 사정이 있고 작가는 모든 사람의 입장을 다 살려준다.

 

다만 내가 이해 할 수 없었던 한 사람은 방실장(윤주희분)이다. 젊은 여자가 뭐가 아쉬워서 시종일관 한 남자에만 목을 맬까. 아무리 설정상 그랬다 해도 좀 더 일찍 그녀를 해방시켜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일었다. 요즘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젊은 여자가 있을까. 그렇게 똑똑하고 재력있고 예쁘게 생긴 여자가 말이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올해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본 유일한 주말 드라마다. 처음엔 오현경(나화신역)씨가 오랜만에 나온다기에 보기 시작했으나, 한원수의 '물 막춤'에 속이 후련하다가, 한선수(이준혁분)의 가슴 아픈 사연에 짠하다가, 길억(손현주분)의 한강다리 풍덩에 깜짝 놀라는 등 지난 1년 이 드라마에 많은 부분 공감했다.

 

그중 뭐니 뭐니 해도 이 드라마의 최대 백미는 모지란(김희정분)이 아닐까. 나는 그녀가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며 딸 진주가 방황할 때 진주를 찾아가 설득하는 대목에서부터 꽂혔다. 엄마 때문에 니 인생 포기하는 일일랑 제발 하지 말고 학교로 돌아가라고 간절히 통사정하는데 진주는 독설을 퍼부으며 매몰차게 돌아섰다.

 

자신의 호소가 전혀 먹히지 않자 모지란은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몰라 하다 땅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오열했는데, 애 버리고 떠났다가 자식 잘못 되는 꼴 보는 어미의 심정을 그 보다 더 애절하게 표현할 수는 없으렸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도록 간절한 어미의 마음이랄까 염원이랄까가 연기가 아닌 실재처럼 느껴졌다. 아마, 그 부분은 애 낳고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했을 것이다. 아무튼 작가의 이전 드라마들 중 몇 작품은 다소 욕(?)을 하면서 볼 드라마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만큼은 욕하면서 볼 드라마가 아니라 생각한다.

 

문영남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드라마, 두 번 다시는 쓸 수 없을 것'이라 말했는데 암만, 두 번은 못 쓸 것이다. 왜냐면 '불륜'에 있어서만큼은 작가의 모든 역량을 이 드라마에 쏟아 부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조강지처클럽>은 불륜종합세트로서 불륜의 <발단-전개-절정-결말>을 다 보여주고 있다. 하여간, 일 년에 걸쳐 104회라는 긴 대장정을 완주한 <조강지처클럽>에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관계자 모두와 종합세트로 대신 바람나준 주인공들에게 박수를 주고 싶다. 짝짝짝.

 

그리고 마지막 남은 2회분이 어떤 결말을 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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