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늘 얘기치 않는 일이 벌어지는 법. 무려 14년만의 일본 크루즈 여행. 발단은 일본 도착지 주소 때문이었다. 묵을 호텔을 예약하지 않고 갔기 때문에 도착지 주소가 따로 없었다. 

하여, 비워 둘 수는 없고 해서, 오래 전 알았던(지금은 소식이 끊긴) 지인의 집주소를 적을까, 한때 알바 했던 곳의 주소를 적을까 고민하다 알바 했던 곳의 주소가 쉬워서 그곳을 적었다. 양국은 3개월 무비자 협정도 맺은 사이이니 주소는 그냥 형식적으로 적는 것이려니 생각했다. 

헉!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즉, 친구와 내가 적은 주소지가 신쥬꾸(新宿) 모 커피숍이었기에 그들은 자연스레 돈 벌러 가는 것이려니 의심한 것이었다.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나 싶더니, 아닌 게 아니라, 한쪽에 가서 앉아 있으라고 했다. 갑자기 당황이 되면서 이거이거, 간(?)도 못보고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늘이 노래졌다.(웃음) 

'모처럼 용기를 내어서 왔는데 이게 뭐람, 정말이지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우린 별 뾰족한 수 없이 그들이 가리키는 별도의 의자에 앉았다. 그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우리처지가 딱해보였던지 단체여행 가이드 한사람이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사연을 듣더니.

"다른 사람들 심사 마치고 제일 나중에 할 겁니다. 일본은 주소를 중요시 합니다. 여행 가시는 도시의 호텔주소를 적었더라면 아무 문제가 안 되었을 텐데..."

"그러니까, 불법 취업이 아님을 설명하면 되는군요. 고맙습니다."

한 시간여 후,  모든 사람들의 입국심사가 끝난 후 본격적인 심문 아닌 심문이 시작되었다.

"왜 이 주소를 적었나요?"

"아는 주소가 이것밖에 없어서 단지 적었을 뿐입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이해 안 됩니다."

"(웃으며) 이해하세요. 정말입니다! 옛날 유학시절 알바 하던 곳으로, 주소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칸을 비워 둘 수 없어 썼을 뿐입니다."

믿어라, 못 믿겠다, 실랑이 하다가 귀국 예약권을 보여주었더니, 왜 주소는 도쿄라 쓰고 돌아가는 것은 오사카냐고 또 따졌다. 

"도쿄에 갔다가 최종적으로 오사카에서 귀국하지 말란 법이 있나요? 그러나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갑자기 도쿄에 대한 흥미가 삭 가시는 군요."

"아무튼, 우리는 납득이 안 됩니다."

"믿어주세요. 취업이 웬 말입니까. 14년만에 여행 한번 하겠다고 모처럼 마음을 먹었는데... 오해하는 마음은 이해하나 사실이 아니니 믿어주세요."

그들로서는 뭔가 한건 잡았다 싶었는데 영 아닌가 싶기도 하고 혼란스러운가 보았다. 수시로 사무실을 들락날락 안에 있는 사람들과 상의 해가며 추가로 묻고 또 물었다. 그래서 왜 똑같은 말 자꾸 묻느냐, 몇 번이냐 말해야 되냐 하다가, 옳거니, 그래 마음껏 물어라로 전략을 바꿨다. 그들이 자꾸 다각도로 묻는 것은 나의 말속에서 거짓말을 찾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정말 불법 취업이었다면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질문공세를 받았다면 중간에 눈동자가 흔들리며 인정하고 말지도 모를 일이었다. 심사관은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눈동자를 뚫어지게 살피며 물었기에 나 또한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질문을 하다하다 그는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것 까지 시시콜콜 물었고 나는 허참, 이런 것까지 말해야 하냐며 대답했다.

"여행 일정을 다 말해 보세요."

"원래는 별다른 일정 없이 발길 닫는 대로 즉흥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이었지만 굳이 그렇게 물으니 할 수 없이 일정을 정할게요. 일단 지금 이곳을 나가게 된다면 역에 가서 청춘 열차 티켓(여름 할인 티켓)을 끊을 겁니다. 그리고 몇 번의 갈아탐 후 히로시마 역에 도착해서 역 안내소에서 묵을 곳을 안내 받아 숙소에 짐을 부리고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갈 겁니다."

"히로시마 공원에는 왜 가죠?"

"알다시피 후쿠시마 지진해일로 원전사고의 위험이 얼마나 인류 모두에게 당면한 난제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인한 고통을 이미 경험한 히로시마 사람들의 아픔을 평화공원의 원폭 돔 등을 보면서 느껴보고요. 또, 핵에너지로부터 벗어나려면 세계시민들은 저마다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까 등 인류의 미래와 원자력에 대해 두루두루 생각해보고 싶습니다(일부러 거창하게).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정말 놀라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것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고요. 일본이 잘 극복하면 다른 나라에도 도움이 되고 핵 없는 세상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요? 시사주간지 '아에라'가 현 상황의 나아 갈 길에 대해 보다 진실을 말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좌우지간 일본사람들 힘내시고. 후쿠시마 사람들도 힘내시고..." 

"일본 사람들 힘내라는 말 감사합니다."

"(감사하면 보내주든가.)"

"(그것과 이것은 별개 임, 착각하지 마쇼.)"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무역전시관. 상공 700미터에서 폭탄이 수직강하했다고.)
 


그렇게 히로시마 이후의 여행지도 말로 미리 갔다. 오카야마는 내릴까 우쩔까 고민이고, 고베 찍고, 돗토리 현 찍고, 교토에 가서 일박하고, 나라 갔다가 오사카로 와서 다시 일박한 다음 도톰보리 가서 푸짐하게 먹고 오사카 항구에 도착하면 되겠지요? 

아무튼 그런 식의 개괄과 별의별 구차한 질문과 대답을 다하다가 심사관이 사무실로 상의 하러간 막간을 이용하여 우리를 지키고 있던 젊은 직원과 잠시 수다를 떨었다. 한국드라마나 한류가수 좋아하느냐, 정말 인기 있느냐 물었다. 그는 카라가 소녀시대보다 더 인기 있다고 하였다. 자신도 카라 쪽이 더 좋다고.

나는, 지금 한국에서는 '현빈'이 최고로 인기 있는 배우인데 일본 아줌마들이 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무척 궁금하다며 나중에 <시크릿 가든> 방영되면 꼭 보라며 추천했다. 그 직원은 문근영, 장근석이라면 몰라도 현빈은 아직 듣보잡인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명동과 제주도에 가봤다는 얘기를 하였다(굳이 그 직원과 얘기를 한 이유는 취업 아닌 여행이 목적인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

"심야 우등 고속은 무섭나요?"

"아뇨. 전혀 그렇지 않고 시설도 좋습니다."

"여차하면 호텔 대신 심야고속도 한번쯤 이용할까 합니다."

"그것도 괜찮지요. 되도록 돈은 적게 의미는 깊은 그런 여행을 하고 싶은 거군요."

"바로 그거예요. 저, 저 높은 사람에게 얘기 좀 해줘요."(웃음)

 


(히로시마 라면은 너무 짜, 아우, 소태!  계란덮밥은 부더럽고 맛이 좋아~~)
   

다시 나온 심사관이랑 몇 번이나 더 했던 말 또 하며 옥신각신하다 이윽고, 결론은 해피엔딩. 하다하다 안 되어 마지막으로 가방을 열어 두 권의 책과 책 크기 만 한 일기장을 보여 주었다. 두 권의 책은 다름 아닌, <황하에서 천산까지>와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였다. 두 책은 다행히 사진이 있어서 그들이 한글을 몰라도 내 설명을 수긍하기 쉬웠다. 

"이것 보세요. 취업하러 가는 사람의 가방이 이렇게 가볍겠어요? 그리고 책을 이렇게 넣어갈까요? <기생충...>은 재미를 위해, <황하는...>는 여행지에서 또 다른 여행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아 넣었습니다. 최근 산 책들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일기장 보세요. '2011년 7월 23일'이라고 진하고 크게 써져 있죠? 어젯밤 배에서 잠이 안 와 로비에서 쓴 것입니다. (대 여섯 장 되는 일기를 넘기며, 웃으며) 번역해 읽어 드릴까요?"

"......."

그제야 할 수 없다는 듯, 심사관은 젊은 직원들에게 지문 찍는 것 도와주라 시켰고. 우리는 재일 교포들의 그 한 많은 투쟁의 사연이 담긴 지문을 얼씨구나 찍어서 송구했고 씁쓸했다. 물품 검사 등 최종 심사가 끝난 후, 카라가 좋다던 직원은 건물 밖으로 까지 걸어 나와 시모노세키역의 위치를 알려주며 즐거운 여행을 빌어주었다. 

 
(각종 안내책자와 지도 청춘티켓)



휴~~. 안도의 심호흡을 한 다음 친구와 나는 '에잇~!'하며 바로 다음 단계로 들어갔다. 씩씩거리며 갖은 욕*&%$#y@#$%^&*@#$%^&$*%&#$......을 다했다. 한편으론 이 떫은 기분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될까 하며 씁쓸히 웃었다. 그리고 만일에 대비에 다음에는 여행 첫날 하루정도는 예약호텔에서 잠을 자자고. 

가끔 다른 사람의 여행기에서 입국심사에서 난리 났네, 어쨌네 읽은 기억은 있지만 내가 설마 그런 경험을 할 줄이야~!^^ 

 
( 지난 7월 23~28일 사이에 있었던 일본 여행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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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11-0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인걸요. 여행 일정 동안의 이야기도 올려주세요.^^

폭설 2011-11-07 17:55   좋아요 0 | URL
ㅋㅋ..^^ 가을이군요.^^ 단풍이 무척 아릅답군요. 이렇게 계절이 자꾸자꾸
가니 좋아요. 괜히 붙잡고 싶은 마음도 생기면서~~
 
엄마 수업 - 법륜 스님이 들려주는 우리 아이 지혜롭게 키우는 법
법륜 지음, 이순형 그림 / 휴(休)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경향시평'에서 동아대 정희준 교수의 글을 읽고 마음이 착잡했다.  부산의 한 중학 2년생이 중간고사 성적 비관으로 20층 베란다에서 몸을 던졌다는 것이었다. 성적이 오르면 스마트폰을 사 주겠다고 부모가 약속했는데 최선을 다해도 성적은 못 올리고 꾸지람만 들었다는 것이었다.

창졸간에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학생은 그간 학업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나는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공부고 뭐고 이 세상에 내 생명만큼 소중한 것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성적 때문이든 뭐 때문이든 이 세상에 젊은이가 죽을 이유는 없다. 지난 10년, 해마다 200명 이상의 초중고생들이 스스로 삶을 버렸다면 그것은 이사회의 문제이고 부모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유죄이다. 해마다 그러한 일이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음에도 다들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세상불행이 나만 피해가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남의 아이 일이 곧 내 아이 일이고, 내 아이 또한 삶을 버릴 정도는 아니어도 그 9부 능선, 8부 능선에서 해매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만시지탄이고 또 만시지탄이지만 제발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삶을 버리는 일일랑은 더 이상 없게 이 사회와, 부모들이 마음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그런 과보에 이르지 않게 미리미리 첫 단추를 잘 꿰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이 사랑의 세 단계

 결혼도 안 해 본 스님이 이번에는 자녀교육 지침서를 내었다. 전작 <스님의 주례사>가 결혼을 앞둔 청춘남녀가 새겨야 할 마음가짐을 다룬 것이라면, <엄마수업>(법륜, 한겨레 출판'휴')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결혼을 한 후, 육아는 또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사랑은 단계별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정성을 기울여서 보살펴 주었을 때의 사랑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정성을 들여서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는 게 사랑이에요. 둘째 사춘기의 아이들은 간섭하고 싶은 마음, 즉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면서 지켜봐 주는 게 사랑입니다. 셋째. 성년이 되면 부모가 자기 마음을 억제해서 자식이 제 갈 길을 가도록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삼는 냉정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 - 본문 64쪽

법륜스님의 말처럼 유아기 때는 듬뿍 사랑을 주고, 사춘기 때는 지켜봐주고, 성년이 되면 냉정하게 정을 끊어 줄 수 있으려면 무엇이 선행되어야 할까. 스님은 먼저 부모 인생이 행복하고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먼저 스스로 자유롭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어야 아이에게 어떤 것이 도움이 될까를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식을 '심성'이 건강한 사람으로 키우려면 먼저 '부모의 심리가 안정' 되어 있어야 한다고. 경제력의 유무는 별 상관이 없고 무엇보다 엄마의 마음이 편안해야 자녀는 그 안에서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일견 쉬운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서른이 넘어도 애가 애를 키우는, 즉,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을 하지 못한 초보엄마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스스로의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고 위로할 수 있는 '자가발전'이 되지 않아 육아는 '무조건' 힘든 것이라 생각하며 허우적대는 초보엄마들이 적지 않다.  

 사실, 남의 자식 키우는 일이 어렵지 자기자식 키우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다. 않아야 하는데, 현실은 물질적 풍요에 비해 정서적 빈곤으로 또는 상대적 박탈감등으로 육아가 힘들다. 그러나 스님은 20평집을 10평으로 줄이더라도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아이에게는 엄마가 우주 그자체이고 가장 믿을 존재이기 때문에 아이가 가장 원하는 시기인 3살까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엄마가 키우라고. 그것은 어려서 잘 돌봐주지 않으면 아이는 '정서적 결핍'을 느끼고 그 결핍은 나중에 정신적 질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릴 때는 돈 번다 뭐다해서 방치하다가 사춘기가 되어서 관심을 가진다고 나름대로 애쓰면, 그 때는 또, 관심을 간섭이나 억압으로 생각하여 저항하거나 튕겨나간다.

하므로, 사춘기나 성년에 자식 때문에 속 썩고 싶지 않으면 1차적으로 유아기 3년을 잘 돌봐주라. 개인적 경험으로 보면 특별히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모유 열심히 주고, 잘 자게 분위기 만들어 주고, 오전오후 산책 나가 콧바람 쉬어주고, 또래 엄마들과 차 한 잔에 수다 떨며 애들은 애들끼리 눈 맞추게 해주면 된다.(웃음)

그렇게 3년을 잘해주고 나면 애들 먼저 엄마가 서서히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우리나이로 4살, 어린이집 가면 된다. 처음 3년을 집에서 엄마와 또는 주변 아기들과 잘 논 아이들은 어린이집 적응도 잘한다. 

공무원의 경우 3년 육아휴직이 보장되나 현실은 대개 1년만 휴직하고 복직하던데 왜 법으로 보장하는 것을 찾아먹지 않는지. 일단 공무원들만이라도 확실히 3년씩 다 찾아먹어야 육아휴직이 사회전반으로 보편화 될 것이 아닌가. (새로운 서울시장은 1년 휴직하고 복귀하겠다는 직원 있으면 2년 더 하고 오라고 쫓아내기를! 돈 없어 안 된다면 집 평수 줄이거나 김치에 된장만 끓여먹더라도 애 더 돌보고 오라고 돌려보냈으면...^^)   

물질적 원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의 마음

"오늘날 많은 부모가 자식을 남 보기에 좋은 물건처럼 취급합니다. 얼굴 예쁘고, 신체 건강하고, 공부 잘하고, 말 잘 듣고 그런 아이를 원해요. 그래서 좋은 옷을 입히고 , 값비싼 음식을 먹이고, 과외를 시키고, 유학을 보내면서 부모 노릇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다 착각이에요. 아이들은 이러한 조건 없이도 부모의 사랑만 있다면 잘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물질적인 조건이 다 갖추어져 있다하더라도 부모의 따뜻한 품을 느끼며 자라지 못하면 아이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게 됩니다." - 본문14쪽

지금 4,5십대 부모들은 대부분 자랄 때 부모로부터 원하는 만큼의 원조를 못 받았기 때문에 자식에게는 최선의 환경을 구비해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과하다보니 자식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담스럽고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의욕상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평소, 부잣집 자식이면 무조건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요즘 가만 들여다보니 부잣집 자식노릇하기도 참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본인이 원치 않아도 돈이 있으니 과목마다 독선생 붙여주며 공부시키기도 하니 말이다. 본인이 원한다 해도 문제지만 만일 원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얼마나 힘들겠는가. 집이 망하라고 빌 수도 없고. 빈다고 망하는 것도 아니고.

부자라면 내 아이에게만 한없는 원조를 함으로서 부모노릇 제대로 한다고 착각하지 말고 나눔을 실천함으로 자녀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면 저절로 교육이 되는 게 아닐까. 반대로 '완득이'처럼 세상이 불평등하고 잔인함을 일찍 겪는 아이들에게는 이 사회가 나서서 그 부족분을 채워주고 도닥여주면 보다 큰 사람으로 자라지 않을까.

아무튼, 자신의 아이를 좋은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으면, 물질적 원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첫째도 둘째도 엄마의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할 것.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남편을 이해하고 존중해야한다고. (남편이나 시모가 아기엄마에게 잘해야 됨은 말할 것도 없고)

"만약 남편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면 어떨까요? 심리적으로 안정이 안 되겠지요? 그러면 아이의 마음이 불안해져요. 따라서 아이 키우는 엄마는 언제나 남편을 이해하고 좋아 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 본문 15쪽

엄마의 행복이 자식의 행복으로 연결되므로 스스로 행복한가? 지금 바로 점검. 남편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있는가? 미워지려 할 때마다 바로바로 점검.(웃음) 사실 욕심을 버리고 내 자식이 예쁜 만큼 남의 자식도 예쁘고, 북한아이들이나 제 3세계 아이들에게도 진심어린 마음을 낼 수 있다면, 굳이 내 자식을 위하여 뭔가를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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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창밖은 가을이 한창이다. 

멀리 보이는 인근 대학의 가로에는 벚나무들이 일제히 붉은빛으로  

물들어 어찌보면 지난봄의 꽃보다 더 아름다운 듯도 하다. 

 

뭐 하는 일도 없이 늘 시간은 빨리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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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기다리다 하루해가 저물었다. 이런 젠장~~

아침에: 아이들 학교가자마 후다닥 정리하고 컴을 켰는데, 아직 개봉을 안했군

점심먹고: 이젠 올라왔겠지 하고 역시 컴앞에 앉았는데, 아직도 오리무중

좀 이르다 싶게 휘리릭 저녁준비를 해놓고 이젠 정말 떴겠지 했는데, 이런 되, 되, 된장~~~
뭔 일 있는겨?

.....

에고, 오늘은 물건너 갔고 내일은 확실히 뜨겠죠잉?
.....

(혹시나 해서 자정무렵 한번 더 켜보아도 엠병(?) 소식이 없고나, ㅉ... 이쯤되면 신뢰의 위기라
할만한데 아쉬운 관계로 참겠어라. 흠.ㅋㅋ)

심심풀이 4인 4색 매력탐구

김용민:
넷중 가장 영계라니 풋풋함이 매력일세~ ㅋㅋ 기름진 목소리에 한표.
'목사 아들'이라는 수식어에 빵 터졌음.~~ 더불어 목사님 어떤 분일까 궁금해짐. 좋은 분일듯^^

김어준: 이미 지난 10년 너무 왕좌를 누려 다소 하락세~ㅋㅋ 신선미는 다소 떨어지나
그래도 이빨은  명불허전.

정봉주: 새로운 발견~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으니  되려 권위가 붙고 편안,  친근~(비슷한 과로는 문순c)
그럼에도 이분의 카페 회원까정 될 생각은 없었는데
나꼼수 21회 고대하며 들락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가입하고 말았다.

꼼수 21회 늦장에 어부지리로 봉도사 대박 맞은듯~~~ 다들 헛걸음하기 허해서 '회원가입'하며
허기를 달랜것은 아닌지... 정치인 팬클럽 회원수의 경우 1만명만 되어도 옹골차다 할것인데
워매, 4만명이 웬말이냐? 그 잘나가는 유시민도 2만 3천이던데...ㅋㅋ

노무현 대통령도 이정도 속도로 늘지는 않은것 같은데...^^ 노원구 공릉동 터가 좋은강? ㅋㅋ

주진우: 떠오르는 샛별!  새로운 타입의 남성상을 구현하는....ㅎㅎ  

수많은 연예인 몸짱남들보다 이분의 매력이 웃도는 듯~~ 주기자의 출현으로 몸짱의 시대는 가고 지성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아닐런지..ㅋㅋ  

대한민국 정재계+종교계 꼼수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기에 언제든 풀어낼수 있을 것 같은
뇌용량이 무한매력.. 사탄기자 아무나 하나..ㅋㅋ

'누님들은 나만 좋아해요.' 푸핫~~ 웃겨죽소. 웃다가 정들~~

요즘 방송뉴스나 찌라시 신문들을 보면 한심의 극치인데 ....
주진우 기자는 그러한 자들을 일당백으로 커버할려니 몸값이 그리 높은가.
검찰청 누런 봉투만 봐도 움찔하는게 필부필부인데 취재하랴, 서초동 불려가랴.....
정의, 신뢰에다 은근 멋까지 갖춘 기자상을 보여주기에

주기자의 팬카페도 대박나는것은 시간문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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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신문(22일)에서 세관에 적발된 수백 개의 짝퉁 루이뷔통 가방을 보자니 짝퉁과 관련한 일화가 떠올랐다. 

 
지난해 어느 날 서울 사는 한 친구가 소포를 보내왔다. 뭐지? 하며 제법 있어 보이는 미끈하게 각진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속 물건은 또 한 겹의 얇은 천에 싸여있었다. 꺼내 보니 직사각형의 보라색 손지갑이었다. 이름을 보니 루이뷔통. 에이 설마? 그래도 혹시나 싶어 친구에게 확인전화를 했다.

 

"지갑 잘 받았는데 루이뷔통이라니, 너무 과분하잖아."

"걱정마라, '짜가'고 2만 원 줬단다. 남편이 중국출장 갔다가 여러 개 사왔길래...ㅋㅋ."

"휴~, 안심이다. 난 또 진짜면 부담스러워서 어떡하나 싶어서... 포장이 좀 요란해야지~.

짝퉁이라서 너무 다행이고 고마워."

"그게 가짜라도 한국에서 사려면 6~7만 원 줘야 한다더라. 웃기지?"




  
가짜 뷔통
 
손지갑


친구의 말은 사실이었다. 며칠 후 똑같이 생긴 것이 아파트 노점시장에 있기에 가격을 물어보니 7만 원이라고 하였다. 가게주인은 '실용적이고 어디가도 이런 지갑은 이정도 가격을 줘야 해요'하면서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또 하나 떠오른 얘기. 언젠가 조카가 집에 놀러 와서 담소를 즐기고 있는데 조카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의 사연인즉, 지금 어디어디에서 짝퉁은 짝퉁인데 보다 고급 짝퉁이 출시되었는데 가보지 않으련 하는 것이었다.

 

"짝퉁이면 짝퉁이지 그 속에도 급이 있나?"

"그럼, 2,30만 원대도 있고 4,50만 원대도 있고..."

"짝퉁이래두 어마어마하게 비싸네. 짝퉁을 왜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산다니."

 

"진품을 살려면 2,3백 혹은 4,5백 줘야하는데 동그라미 하나 떼고 살 수 있으니 혹하지. 비싼 짝퉁은 진품과 구분 못하게 철저한(?) 품질관리가 되었다나 뭐라나." 

"하긴 이태리 장인이나, 중국장인이나, 남대문 장인이나 기술력은 비슷하겠지. 디자인의 주인이 이태리 장인이라는 게 다를 뿐."

 
소중히 오래 쓰면 그것이 바로 명품




  
20년친구
 
가방


아무튼 기껏해야 출퇴근길에 화장품이며 잡동사니 넣어 다니는 가방이 평범한 가장 한 달 월급을 맞먹거나 넘는 다는 것이 씁쓸하다. 또, 비싼 가방에다 '명품'이란 말을 붙여주는 것도 마뜩찮다. 가방은 그냥 가방일 뿐이다. 비싼 가방이나 그냥 가방이나 내재적 가치는 별 차이 없다. 가방 안에 있는 내용물은 대개 비슷비슷하다. 화장품, 지갑, 책, 손 전화, 그 외 기타 등등.

 

그런 의미에서 내 오랜 가방을 소개한다. 나는 얼추 20년이 다 되어가는 가방을 애용하고 있다. 92~3년의 겨울, 대전의 '대전백화점'에서 당시 2만 5천 원을 주고 샀었다. 안정감 있고 소박한 게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JIRO'라는 이름이 가방 정면에 쓰여 있는데 '지로'는 만든 회사 이름인가 하면서 샀었다.

 

막상 가방을 써보니 첫인상 못잖게 실용적이고 착용감이 좋아서 늘 애용했다. 결혼을 하고나서도 결혼 때 산, 보다 비싼 백 놔두고 자주 애용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세월과 더불어 낡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내가 '지로' 가방을 멜 때 마다 면박을 주었다.

 

"어지간하면 새로 하나 사라, 내가 하나 사주랴?"

"낡긴 했는데 정이 들어서..."

 

정말 물건도 오래 쓰니 정이 들어서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가 없었다. 안 버려 본 것도 아니었다. 지청구를 주는 이웃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만 버리자. 다른 백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면서 헌옷 수거함(에 넣지 않고) 위에 올려놓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한 나절 만에 도로 가져오고 말았다. '분리불안'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남들이 지청구를 주든 말든 그냥 애용해야지~흠.'




  
좀 낡긴 낡았죠?ㅋㅋ
 
가방


그러다 지난 추석에 드디어 나의 가방을 좋게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동네 사진관에 들러서 사진관 아주머니와 차 한 잔 하게 되었는데 그분이 왈.

 

"아까부터 백을 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요. 부러워요. 저리 낡은 것은 돈 주고도 살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렇겠죠, 후후~. 요즘 청바지는 돌 넣어 빨아 낡게 만든다지만 가방은 그럴 수 없겠죠."

 

구박이 아닌 상찬이라 놀라웠는데 사진관 아주머니는 또 다른 가방 얘기를 해 주었다. 즉, 며칠 전 어느 곳에서 한 외국인 여자가 맨, 제법 물건이 들어갈 보통 크기의 가방을 보았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가방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이 낡아서 바들바들 해졌는데 그게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방 한 번 쳐다보고 가방주인 한 번 쳐다보고 하면서 넋을 잃었었다고. 그러면서 하는 말.

 

"명품이 별건가요, 소중히 오래 쓰면 그게 바로 명품이죠."

"정말 그렇네요. 전 편리해서 이 가방을 자주 사용하면서도 조금 주눅 들기도 하고, 또, 지청구 주는 사람을 만날 때는 다른 가방을 들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휑하니 시장가고 슈퍼가고 금융볼일 보러 갈 때는 저도 모르게 이 가방을 선택해요. 가방이 낡아서 안전(?)하고 착용감도 좋고.."

"당당하게 쓰세요. 이 가방 보니 나도 정말 예쁜가방 하나 사서 오래 쓰고 싶어지네요."

 

누군가 불러주니 꽃이 되었듯. 사진관 아주머니가 의미부여를 해주니 편해서 쓰던 내 백이 진짜 명품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쓸 때까지 한번 써보자 다짐했다. 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전에는 외출했다 돌아오면 아무데나 마구 던져놓곤 했는데 이제는 좀 곱게 써야지. 그렇게 해야 될 것이 자꾸 빛바래고 낡으니.  





  
뒷주머니가 있어 더욱 실용적~
 
가방


요즘 유명 재벌 3세 여성들은 경쟁 하듯 너도나도 명품 매장을 열면서 마치 유행을 선도하는 듯하면서 매상고에 열을 올리던데 서민들이 거기에 춤 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대생들이 몇 달 알바해서 산다거나, 한두 달 만 월급이 끊겨도 대번 적금을 깨야하는 고만고만한 월급쟁이들이 명품에 연연하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명품에 연연할수록 그 가방 값도 올라가고 짝퉁업 또한 번창할 것이다. 진품을 비싸게 들어도 짝퉁을 진품인양 들어도 결국 내주머니만 빌 뿐, 그 기분 오래가지 않는다. 철철이 새로운 신상품들은 또 왜 그렇게 쏟아지는지. 백 만 원 짜리 하나 드느니 그냥 10만 원짜리 열 개 드는 게 낫지 않나. 10만 원 짜리 열 개 들것도 없이 그냥 용도에 맞게 큰 것 작은 것 중간 것 두 세 개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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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9-2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진품 루이뷔똥을 20년째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백화점에 진열된 신상보다 오래된 그 가방이 더 예뻐보였어요. 폭설님의 가방에는 역사가 담겨있네요. 명품 맞아요.^^

폭설 2011-09-24 11:57   좋아요 0 | URL
명품? ㅋㅋ 유럽 장사꾼들이 아시아 3국을 자기들 판로의 노다지로 보는 것을 알고 다들 현명한 소비를 했으면 좋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