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 [할인행사]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잭 니콜슨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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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샤이닝'을 보았습니다.

잭 니콜슨의 젊은날이 나온다기에 집중하고 보려고 했으나

망할 잠이 쏟아져서 첫 도입부분을 보다가 티비를 켜놓은채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자는 와중에도 한번씩 눈을 떠서 몇초쯤 보다가 다시 졸고...그렇게 반복을 하다가

어느순간 너무 무서워서 잠이 번쩍 달아났습니다.(으스스)

 

고립이 오히려 좋다고 말하면서 글이나 푸짐하게 쓰겠다던

잭 니콜슨, 악마가 되어서 자기 마눌과 아이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도끼를 들고 이방저방 휘졌고 다니는데....

 

워매, 워매, 그렇게 신들린 배우들은 아마 처음 본것 같습니다.

니콜슨과 셜리 듀발은 어른이니 그렇다치더라도 저런 영화 찍고난 아역배우는

달리 심리상담을 좀 해야 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너무 무서웠거든요.

 

그리고 눈도 눈도 호텔을 뒤덮을 정도로 쌓인 눈은 다 어떻게 조달했는지....

폭설이 좋다했지만 그 폭설을 보자 폭설이 너무 무서워 폭설이라는

별칭을 바꿀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웃음)

 

아무튼 잭 니콜슨이 젊은걸로 봐서 영화가 좀 오래 된것 같은데

옛날에 저런 무시무시하면서도 손색없는 영화를 만들었다니 감독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내일 일어나면 당장 검색해 봐야지 하며 잤고..

아침에 일어나 검색해 보니 그이름도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이더군요.

 

그를 일러 모두들 대단하다고 해도 '와이즈 아이즈 셧'밖에 보지 못한지라

그 의미를 잘 이해할수 없었는데 '샤이닝'으로 완전히 뻑 갔습니다.

 

샤이닝, 정말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빠른 시일내 다시한번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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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열정을 말하다 인터뷰로 만난 SCENE 인류 1
지승호 지음 / 수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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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배우와 감독 등 상당수의 영화인들이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접하면서 '아니, 저 사람들의 지향이 저렇게 앞선 것이었나'하며 의아해 했었다. 영화인하면 먼저 '풍족'과 '화려'라는 단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죄송스럽게도, 영화인 중 극히 소수의 진보적인 사람들만이 간신히 열린우리당을 지지할 것이고 나머지는 민주노동당보다는 그 정 반대편의 당(?)이 오히려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과거 배우나 탤런트가 국회의원이 되었을 경우 백발백중 민주노동당과는 거리가 제일 '먼 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의외의 사실에 의아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한 선택이 보기 좋았다.

지승호씨의 최근작 <감독, 열정을 말하다>(수다)에서 요즘 감독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위와 같은 나의 생각들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얘기였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영화판은 그새 '물갈이'가 되어도 한참 되었을 뿐 더러 더 이상 낡은 관념과 사상으로는 숨쉬기도 곤란한 공간으로 변한 듯 했다.

많게는 천만 관객, 적게는 몇 십억 투자해서 정성을 들이면 적어도 200~300만명의 관객은 들 것이기에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구태의연할 수가 없을 것이다. 영화감독의 생각주머니는 그중에서도 가장 최일선인 듯 했다. 그 세계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새로워지지 않으면 한 작품의 실패로도 보따리 싸야 되는 냉혹한 세계였다.

감독, 그 마음 속이 궁금해

아무튼 이 살벌한 동네에서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걸고 수백 만 잠재관객과의 소통을 생각하며 일년 혹은 몇 년에 한 번씩 간난신고 끝에 한 작품씩 선보이며 살아가는 감독들의 내면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이 책에 소개된 7명의 영화감독들은 저마다 아주 솔직한 속내를 가감 없이 풀어놓았다. 감독들의 내적 편린이나 색깔, 성격, 취향을 모르고 영화를 보는 것은 혹 '감독 모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조용한 가족> <쓰리>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감독은 마치 외로운 남자의 대명사 같았다. 그는 "현재의 무의미한 시간을 견딜 수가 없어서 영화를 하는 거고, 내가 살면서 어떤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좋아진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런 작품 하나 정도는 남겨야 되지 않을까"싶은 마음에 영화를 한다고.

"현장에서는 시쳇말로 그 시공을 장악하고, 관장하고 있어야 되기 때문에 오감이 다 열려져 있어요. 내가 발휘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다 열어놓아야 합니다. 저쪽 구석에서 스태프들이 저를 욕하고 있는 분위기까지 감지하고 있어야 되고, '현장에서 공간의 기운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계속 조정해 줘야 되거든요…. 너무 무겁게 가져가지 말아야 되고 너무 풀어져서 산만하게 가지도 말아야 돼구요." -<본문 40쪽>

위는 김지운 감독의 변인데 아마 모든 감독들이 대부대를 이끌고 영화를 찍자면 늘 그런 머리에 쥐가 나는 상황의 연속일 것이다. 그렇게 긴장을 끌어안고 찍은 수많은 필름들을 다시 두 시간으로 압축하여 세상에 내 놓는다니 장인도 그만한 장인이 없다 싶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다섯 개의 시선> <주먹이 운다> <짝패>의 류승완 감독. <주먹이 운다>와 <짝패>는 류 감독의 작품인줄 알았지만 다른 것들은 제목만 기억할 뿐 그 감독을 몰랐는데 바로 류 감독 이었다니. 왜 그를 두고 액션, 액션 하나 했더니 실은 그의 영화인생이 모두 액션으로 채워져 있었다.

"제가 정말 열심히 살아서 세상에 있는 단 한 사람만이라도 제 모습을 보고 자기 인생을 개척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저는 그것도 의미 있는 인생이 되지 않나 싶어요"라는 그의 말은 지나친 겸손이었다.

김지운 감독의 인터뷰를 읽고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면 류승완 감독에게서는 시종 '따스함'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는 '단 한 사람만이라도'라고 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온기를 충전 받고 있을 것이다.

일단, 영화 먼저 보고 씹으세요

그런가 하면, 10년이라는 청춘을 바치고 개인 돈 5억을 써가며 <낮은 목소리> 3부작을 완성한 변영주 감독의 그 거침없는 직설적 화법과 생각들은 아주 속을 후련하게 했다. 그는 자신의 다큐멘터리도 보지 않으면서 말만 번지르르하게 극찬한 언론들에 감정이 많았다. 그의 10년 노고를 극찬하면서 교묘히 면피하려는 듯한 저의에 무척 화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얘기를 담은 그의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3부작은 극장 개봉 되었을 때 국내에서는 1만 명 정도의 관객을 확보했을 뿐이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몇 년에 걸쳐 "150개 도시에서 상영되어 40~50만의 관객을 동원"하였다고 한다.

그가 그 후 <낮은 목소리>와는 완전히 분위기가 다른 <밀애>를 후속작으로 내놓자 언론들은 변영주가 변했다며 하나같이 '씹'었는데, 변영주 감독은 오히려 그쪽이 '귀여'웠다고. 그 이유는 '욕을 해도 영화를 보고 욕'을 했으니까. "가장 절망할 때 희망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변영주 감독은 영화를 일러 '치유의 능력을 가지는 어떤 경험'이라고 하였다.

봉준호, 윤제균, 조명남, 장준환

이 외에도 <플란더스의 개>와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의 경우는 인터뷰가 가장 길었는데 그에게서는 뭐랄까 '철학적'인 느낌이 묻어났다. <괴물>이 지금처럼 이름을 날리기 전 마무리 작업 과정에서 한 인터뷰이기에 <괴물>을 만들고 있던 제반 상황과 그의 내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 작품 가지고 5년 동안 투자 받으려고 기다리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 자신이 녹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조명남 감독은 오랜 인고의 세월 끝에 <간 큰 가족>으로 데뷔를 하였다. 그의 초인적 인내력에 박수를 보내며, 그 과정에서 얻었을 내공은 그의 차기작에 충분히 거름이 되고 있으리라.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의 윤 제균 감독은 '코미디 영화이면서도 감동'을 주고 '꿈과 희망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였다. 그런가 하면 단 한편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장준환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라는 영화를 내 놓았다는데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무척 궁금하였다.

마무리

지승호씨는 이번 인터뷰 집을 내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자부하였는데 그것은 인터뷰 당한 감독들의 얘기들에서 충분히 증명되었다. 인터뷰에 응한 감독들은 그 어떤 걸림도 없이 자신들의 속내를 완전히 '경계'를 풀고 털어 놓았다. 고상하게 말을 돌린다거나, '이런 발언하면 모 언론에 밉보이지 않을까' 등의 계산이 전혀 깔리지 않은 '진실함'이 뚝뚝 묻어나는 인터뷰였다.

한편, 인터뷰에 참여한 감독들은 FTA에 대해서나, 독립, 저예산 영화에 대한 생각, 그리고 스텝들의 처우 등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모두들 한마음이었다. 때문에 이 젊은 감독들의 마음이 제작자들에게 연결이 되고 일반 국민들에까지 전달이 되어 진정한 여론의 장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일었다.

그리고 여담으로, 여러 감독들이 친하게 지내는 감독의 이름을 묻자 '임필성'이라는 이름이 여러 번 거론되었는데, <남극 일기>를 만들었다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임필성 감독은 어떤 성향의 감독일까? 그것이 몹시 궁금하였다.(웃음) 변영주 감독 버전으로 말하자면 일단 영화먼저 보고 궁금해 하는 게 '예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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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12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도 이책 구입해서 책이 월요일에 왔는데 읽어야겠네요.

폭설 2006-09-1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이 책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ㅋㅋ... 언론에 대해 김지운,변영주 감독처럼 화끈하게(?) 얘기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2006-09-12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9-12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리뷰 쓰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으네요.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치유의 능력을 가지는 어떤 경험이라고 영화를 정의한 변감독의 변에 동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폭설 2006-09-12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감독들 중 변감독이 제일 속시원하고....같은 여자지만 그는 정말 대단한
분이었어요.^^
 
쥬드 - [할인행사]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 케이트 윈슬렛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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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학적으로 사촌끼리 결혼했을 경우 얼마나 나쁜 영향을 받을수 있는건지?

그리고 서양은 결혼할수 있는 촌수가 어디 부터인지?

이 영화로 미뤄볼때 사촌은 확실이 아닌듯 하군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사촌끼리 좋아하는 삐딱선을 탔다가 평생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무지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둘의 문제보다 주변의 시선들이 환장하게 따가워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살기도 하고요.

남주인공은 대학을 가는게 꿈이었으나 실력을 떠나 신분상

대학측이 허락하지 평생 노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처음 도입부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나나 했는데 .... 너무도 비극적인 결말이 할말을 

잃게 만들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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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트 오브 워터 - [할인행사]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숀 펜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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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무조건 로맨스 영화가 좋았는데 세월이 흐르니

단순한 로맨스는 재미가 없고

거기다 '스릴러'가 들어가면

왠지 땡기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 또한 그런 호기심에서 보게 되었는데요.

괜찮았습니다.

액자구성인데요.  현재 신문기자인 주인공은 과거 살인사건의 현장으로 여행을 왔다가

직업의식이 발동하여 여행보다 범인이 누구였을까 추론하기에 바쁩니다.

 

그렇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시인인 자신의 남편이 동생 애인의

육감적 제스쳐에 빠져들자 외로워서 더 다른쪽으로 몰입했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몰아치는 파도와 바람,  점점 빛을 잃어가는 사랑과

그로 인한 쓸쓸함 등....삶이 권태롭다면 잠시 빠져 드는 것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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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뉴욕 - 영화와 함께한 뉴욕에서의 408일
백은하 글.사진 / 씨네21북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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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등학교 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중학교 때부터 같이 학교를 다니던 단짝친구와 늘 공상을 했었다. ‘넌 장차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니?’라는 물음을 둘 중 하나가 던지게 되면 그때부터 마음은 이미 낯선 도시로 떠나고 있었다.

때로는 지도책을 펴놓고 이런 저런 도시를 지목하며 공상의 나래를 펴기도 하였다. 낯선 도시에서 뭔가 외로운 듯하면서도 ‘한 낭만’하면서 살고 싶다는 것이 우리들의 달콤한 꿈이었다.

그런 낯선 도시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는지 친구는 졸업 후 직장 따라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면서도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다. 김천, 울산, 부산, 연천, 구미 등. 나는 친구가 거주지를 옮겨갈 때 마다 내가 살아 볼 수 없는 도시를 잠시나마 밟아보는 그 스릴이 너무 짜릿하여 아주 신이 나서 들뜬 마음으로 친구의 새 둥지를 방문하곤 하였다.

그리고, 나 또한 친구만큼은 아니지만 몇몇 도시를 전전하며 살았고 그 낯선 곳에 홀로 떨어짐이 너무 좋았다. 한발 더 나아가 나중에는 외국도시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꿈이 생겨나서 자꾸 말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정말 실현을 한번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정말 바다를 건너면,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 날아가면 낯선 나라, 낯선 도시가 있는 것일까. 물론 있겠지. 그러나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도무지 실감이 안나니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살아봐야 체증이 내려갈 것 같았다. 그래서 얼마 안 되나마 적금을 털어 여비를 마련하여 일본행을 실행하였고 반짝 일년이었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낯선 도시에 대한 목마름을 어느 정도 가시게 해 주었다.

그 후론, 내 주제에 더 이상의 ‘해외 살이’는 있을 수 없다며 꿈도 꾸지 않았는데 한자리에서 얼추 십년을 살다보니 다시금 그런 낯선 이국도시에 대한 동경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베트남이나 타이에서 한번 살아보면 어떨까. 프랑스 파리는? 북유럽의 저 덴마크는? 터키는? 여고시절 우리나라에 한해서 공상이 이어질 때는 멀어도 내 손바닥 안이었지만 세계로 확대하자 공상의 날개는 끝도 없었다.

그러다 영화를 자주 보다 보니 열에 여덟은 뉴욕이 배경이어서, 아니, 미국에는 도시가 뉴욕밖에 없나하며 한 도시만 편애하는 것을 촌스럽다 생각했는데 역시 자꾸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뉴욕에 스며들고 있었다. ‘저기를 나도 꼭 한번 가고 싶네. 가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살면서 뉴욕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미국 땅 이곳저곳을 느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의 중심, 뉴욕에서 살아보기

ⓒ 씨네21
미국 위정자들의 행태를 싫어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 땅까지 싫어하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미국 땅은 그들과 달리 너무 아름다웠다. 해서 내 동경의 도시로 뒤늦게 미국의 도시들도 추가되었고 그중 뉴욕이 으뜸으로 자리하고 있었는데, 내겐 아직 단지 꿈일 뿐인데 그러한 꿈을 현실로 바꾼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안녕 뉴욕>(씨네 21)의 백은하 기자이다. 그가 잘나가는 영화전문지 기자를 때려치우고 뉴욕으로 간다기에 나는 아주 ‘뽀대’나는 공부도 하면서 휴식도 겸하는 ‘유학’인줄 알았다.

그동안의 술값(?)이 아무리 많았다 쳐도 직장생활 연수가 연수니 만큼 주머니도 두둑할 것이고 게다가 ‘약국집 딸내미’의 유학이니 그 부모가 어련했을까.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폼나는 유학을 간 것도 아니고 그냥 낯선 도시에서 한번 살아보러 간 것이었다.

영화전문지 기자에다 영화를 좋아하였기에 영화의 도시 뉴욕에서 한번 살아보러 간 것이었다. 번듯하기는 하나 갑갑한 학위유학 따위가 아닌 ‘그냥’ 간 여정이라 그 ‘속박 없는 자유’가 무척 부럽고 신선했다.

게다가 살인적 물가에 보태고저 ‘그래도 대 영화전문지 기자씩이나 되는 사람’이 체면에 구애 받지 않고 ‘네일 숍’에서 남의 손톱 치장해주며 생활을 영위한 대목은 스승(?)으로 삼고 싶은 부분이었다.

작은 방 하나 얻어놓고 적당한 육체노동으로 생활비를 벌면서 타국의 도시 하나를 날로 감상하며 사는 것만큼 환상적이고 신나는 일이 있을까. 덤으로 어쩌다 지나치는 횡단보도에서 ‘스크린 속에서만 보던 그 배우를 몇 미터 앞에서’ 보는 보너스까지 얻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얼 바라리.

이 책은 저자가 영화의 도시 뉴욕에서 일년여를 살면서, 도시의 구석구석을 헤매면서 보낸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영화지의 그의 글처럼 우아하게 쓰지도 않았고 그냥 뉴욕에서 보고 듣고 느낀 감정을 ‘날것’ 그대로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다.

막연히 뉴욕은 예술의 도시인가 했는데 저자의 눈을 빌려 보니 뉴욕은 ‘영화의 도시’였다. 수많은 대형 극장들이 즐비함은 물론 연중 시도 때도 없이 다양한 종류의 영화제가 열리는가 하면 곳곳이 영화촬영지였고 오다가다 영화배우들과 스치는 일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한부분인 도시였다.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 기네스 펠트로와 에단 호크가 어떤 분수대에서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으로 남아있을 텐데 그곳은 다름 아닌 뉴욕의 한 공원에 있는 분수대였다. 영화 속에서는 도무지 현실에 있는 장소 같지가 않았는데,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그 공간 또한 사라져 추억 속에나 있을 장소 같았는데 뉴욕에 실재한다니.

그런가 하면, <첨밀밀>의 장만옥과 여명이 거닐었던 뉴욕의 차이나타운 곳곳을 기웃거리며 영화를 되씹는 저자의 행복한 얼굴을 상상하자니 영화의 주인공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영화주인공으로 오버랩 되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우리 삶의 주인공이 아닌가. 이 책은 영화를 좋아하고 또 뉴욕에서 한번 살아볼 꿈을 꾸는 사람에게는 장차 생활의 안내서이자 영화의 안내서로 안성맞춤인 책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많은 영화들이 언급되는데 영화 먼저 보고 책을 보아도 좋고 책에 나온 영화 얘기를 먼저 읽고 영화를 보아도 무방하다. 하여간 이 책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아야 ‘빛’을 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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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12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가을에 동남아 여행가는데 확신을 준책이죠. 쿠바로 간다니 후속편이 나오겠네요.

폭설 2006-09-12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남아라... 좋겠네요. 저는 언제 여행다운 여행을 해볼수 있을지 ㅠㅠ.. 한비야씨의 바람의 딸 시리즈의 동남아편을 보고서야 저도 비로소 동남아시아 여러나라들에 눈을 뜰수가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태국하면 s로 시작하는 단어(?)만 생각났는데
고거이 아니더군요. ^^ 여행 알차게 다니오시고 멋진 추억 쌓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