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야기 (CD + DVD) - [초특가판], Movie & Classic, Antonio Vivaldi - The Four Seasons / Concerto Grosso D minor
이와이 슈운지 감독, 마츠 다카코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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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네 계절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다 좋다. 그중에서 어느 계절이 제일 좋으냐고 묻는 것은 저마다 찬란한 네 계절에 대한 모독일수 있겠으나 그래도 기어이 하나 꼽으라면 ‘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봄의 월(月) 중에서 또 어느 달이 제일 좋으냐고 고르라면 보편적 예상(5월?)을 뒤 업고 ‘4월’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4월의 봄’ 들판에서 느껴지는 흙의 숨결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 흙을 뚫고 저마다 새록새록 돋아나는 초록들은 보고 또 봐도 늘 아찔하다.

영화 <4월 이야기>에는 그런 봄의 들판과 언덕, 그리고 공원에 초록이 충만하다. 그렇게 이제 막 피어오르는 계절과도 꼭 닮은 대학 신입생 ‘니레노 우즈키(마츠 다카코)’는 새로운 환경에서 설렘과 고독이 교차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고교시절 대학시험 6개월을 앞둔 우즈키는, 짝사랑하던 밴드동아리 선배 ‘야마자키’가 도쿄에 있는 ‘무사시노'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선배는 무사시노대학 인근의 ‘무사시노도’라는 서점에서 일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그 소식은 그대로 그녀에게 향학열이 되어 불타올랐다. ‘열심히 공부하여 야마자키 선배와 같은 학교의 학생이 되자.’

무사시노 대학은 평소실력 대로라면 그녀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학교였는데 사랑이 준 노력이 ‘기적'을 불러낸 것이었다. 하여 그녀는 대학신입생의 봄을 홋카이도의 가족들과 헤어져 도쿄에서 홀로 학교를 다니며 자취생활을 하게 되었다.

고향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도시인 도쿄에서 수줍음 많은 이‘촌녀’는 급우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질 성격이 못되었다. ‘사에코’라는 친구를 따라 낚시 동아리에도 들어봤지만 완전히 동화되어 화기애애해 질 수는 없었다. 때문에 우즈키는 햇살 좋은 4월의 많은 날들이 적적했으며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그 적막과 고독을 매워줄 단 하나의 빛은 야마자키 선배와 조우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야마자키 선배가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서점으로 매일처럼 출근하며 책 한권씩 샀다. 그러나 매번 다른 여학생이 계산대를 지킬 뿐 선배는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어느 날은 용기를 내어 선배의 아르바이트 시간을 물었다.

선배의 아르바이트 시간을 안 다음부터는 선배가 일하는 시간에 맞추어 서점엘 들렀다. 과연, 선배는 그 시간에 일을 하고 있었다. 진즉에 그리 할 것을. 우즈키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애써 잠재우며 아무 말도 못하고 책 한권을 사서 나왔다. ‘선배는 나를 모르고 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날 서점을 들락거린 결과 어느 날 계산을 하다말고 선배는 홋카이도의 고등학교 이름을 대면서 ‘혹시?’ 하였다. 그러면 그렇지. 우즈키는 선배가 뒤늦게 어렴풋이나마 자신의 존재를 알아준 것이 너무 기뻤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서점을 등지고 나오는데 비가 조금씩 내렸다. 선배는 손님들이 놓고 간 우산을 주려고 했으나 ‘시방’ 우즈키에게 비 같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쌩쌩 자전거 패달을 밟는데 그녀의 감정을 고조시키려는 듯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그대로 가다간 책이고 뭐고 홀딱 젖을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어느 미술관 앞에서 비를 피하다가 마침 우산을 들고 나오던 신사에게 대뜸 부탁을 하였다.
“금방 돌아 올 테니 우산 잠시만 빌려주세요.”

우즈키는 맹렬한 속도로 달려 다시 서점 앞에 섰고 선배에게 우산을 빌려가는 것이 낫겠다고 하였다. 여러 개의 우산들 속에서 선배는 그중 예뻐보이는 빨간 우산을 우즈키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그 우산은 우산살이 조금 망가져 있었다. 때문에 다른 우산을 주겠다는 선배에게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빗소리에 기대어 그녀는 용기를 내었다.

“선배, 아직도 밴드활동하나요?”
“아니. 그런데 (내가 밴드 활동 했던 거) 어떻게 알지?"
“유명했으니까요!”
“거짓말.”

우즈키는 우산 돌려주러 다시 한번 들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아까보다 더 신나게 빗줄기를 뚫고 달렸다. 사랑보다는 다른 그 무엇에 관심이 있어보이던 선배가 그녀의 마음을 읽어주고 동화되어 줄지는 의문이지만. 자고로, 지금 사랑을 시작하려는 젊은이라면 첫사랑의 상대 혹은 짝사랑의 상대는 야마자키 선배처럼 그 방면의 선수(?)가 아닌 사람을 만나기를.

짝사랑 야마자키 선배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는 했으나 우즈키의 다음 작업(?)이 성공할지 어떨지. 그러나 4월의 새순들이 점점 푸르러 무성한 초록이 되듯이 그녀의 짝사랑 또한 나름의 어떤 진전이 있을 터. 물론 그녀의 희망대로 되어지면 재미없으리라.

요즘은 첫사랑이 너무 빨라 초등시절이 그 시원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영육이 어느 정도 성숙한 이십대의 처음 사랑을 첫사랑이라 부른다면 그 대상을 잘 고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첫사랑의 방식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는 그 후 두 번째 세 번째 사랑을 함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하다. 추억은 될지언정 상처받지 않는 첫사랑을 위하여 첫사랑의 상대를 고름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4월 이야기>는 사랑을 시작하는 첫 마음의 풋풋한 자세를 잘 그려주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우즈키가 첫사랑의 상대를 아주 잘 고른(?) 것 같다. 그런 사람과 그렇게 시작한 사랑이라면 결과가 어떻게 ‘쫑’이 나든 추억은 될지언정 상처는 되지 않으리라.

지금 나름의 첫사랑에 설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사랑을 이어가기에 앞서 남의 첫사랑 <4월 이야기>를 참고해 보는 것도 다 피가 되고 살이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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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경 - 한국 가곡집 [재발매]
윤용하 외, 김덕기 (Duc-ki Kim), 홍혜경, 파리 관현악 앙상블 (Ensemble / 워너뮤직(WEA)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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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소프라노 홍혜경’의 독집음반 <홍혜경 한국 가곡집>(EMI)을 사게 되었다. 사고 보니 그것은 홍혜경의 첫 번째 한국 가곡집이었다. 홍혜경, 그녀에 관해서라면 외국을 주무대로 활발히 활동하는 소프라노의 한사람이라는 사실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기껏해야 어쩌다 라디오에서 단편적으로 그녀의 노래를 듣게 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녀의 독집을 사서 반복해서 듣다보니 쉬지 않고 외국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사가 적힌 소책자에 실린 홍혜경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보니 그녀는 일찍부터 성악에 재능을 보여 16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장학생으로 공부하였다고 한다. 일찍부터 외국에 나가 발군의 기량을 닦아 여러 오페라 좌를 섭렵한 그였지만 우리가곡에 대한 사랑 또한 남달랐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삶을 외국에서 살아온 한 예술가로서, 이 곡들은 저에게 엄청난,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이 레코딩이 제가 어릴 적 불렀던 조국의 음악을 향한 커다란 회귀선상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가곡을 듣는 것과 외국에 살면서 한국가곡을 듣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성악가로서 늘 외국노래에 파묻혀 살다가 문득 한국가곡이 불러보고 싶어지고 그리하여 한국가곡을 부르다 보면 때론 저절로 그 노래 가사들은 마디마디 그리움이 되어 맺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운 금강산> <보리밭> <그리워> <수선화> <가고파> <신 아리랑>…. 제목만으로도 짠해지는 느낌이다. 이 음반에는 홍혜경의 모국에 대한 그리움, 혹은 한국가곡에 대한 애착이 절절히 녹아있다.

목소리는 얼마나 고운지 서역 만 리 둔황 명사산의 명사십리 모래가 그리 고울까. 특히 <신 아리랑>은 클라이맥스가 좀 부족한 기존 아리랑의 단점을 아주 속 시원하게 끌어올려주어 참 좋아하던 곡이었고 그 가사를 온전히 알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이 음반을 통해 그 것을 이룰 수 있었다.

또, 나는 막연히 ‘신 아리랑’이라 해서 70, 80년대에 작곡된 곡인 줄 알았는데 작곡년도가 그보다 훨씬 전이었다. <신 아리랑>은 김동진 선생이 1942년에 양명문선생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었다.

첫 부분이 아리랑의 변주처럼 느껴지는 신 아리랑 버전이라면 후반부는 아리랑 원곡의 멜로디 그대로에다 후렴만 신 아리랑 버전이었다. 때문에 <신 아리랑>은 아리랑 본래의 느낌과 좀더 음악적으로 화려한 신 아리랑의 느낌이 공존하는 그런 노래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싸리문 여잡고 기다리는가
기러기는 달밤을 줄져간다
모란꽃 필적에 정다웁게 만난 이
흰 국화 시들 듯 시들어도 안 오네
서산엔 달도 지고 홀로 안타까운데
가슴에 얽힌 정 풀어 볼 길 없어라

아리랑 아리랑 아리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초가집 삼간을 저 산 밑에 짓고
흐르는 시내처럼 살아 볼까나.......(본래 아리랑 멜로디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신 아리랑>의 후렴부분 고음들이 너무 좋다. 이 밖에도 <고향의 노래> <그네> <그대 있음에> <사랑>등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제목만으로도 멜로디가 저절로 기억이 나는 그런 곡들로 채워져 있다. 아울러 홍혜경의 노래에서는 그만의 ‘아주’ 간절한 무엇이 느껴진다.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하는 우리가곡을 듣자면 왠지 눈물이 난다.

그리고 흐뭇한 것은 이 음반이 외국에서도 발매가 되는지, 소책자에는 가사가 우리말 외에 영어와 프랑스어로도 번안되어 있는데, 우리가곡을 영어로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을 위하여 각 곡 마다 곡 소개를 해 놓았는데 그것을 읽으며 참고할 외국인들을 생각하자니 저절로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예를 들어 <그네>의 경우 ‘한복을 곱게 입은 소녀가 바람을 가르며 그네 타는 모습을 멋지게 묘사한 노래입니다’라고. <가고파>의 경우는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곡’이며 ‘근심걱정 없던 고향의 어린 시절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고.

흔히 세계적 ‘가곡’이라하면 ‘독일가곡’이나 ‘이태리가곡’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언젠가는 ‘한국가곡’ 또한 그 못지않은 시절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발음으로 따지자면 독일어발음이나 한국어발음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요는 멜로디와 가사인데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인지도가 낮아서 그렇지 한국가곡 또한 질적인 면에서는 위 두 나라 가곡들 못지않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홍혜경의 이 첫 번째 한국가곡집이 외국에서도 널리 울려 퍼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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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 점프를 하다 - 할인판
김대승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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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지 점프를 하다> 포스터.
*
한편의 영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천장의 백열등은 켜지고 사람들은 울다가 들킨 흔적을 재빠르게 수습하며 모두들 서둘러 일어났다. 마치 조금 늦게 나가면 손해라도 보는 듯이 우수수수 비상구 쪽으로 몰려나갔다.

나는 그 출몰객들을 보며 옆자리의 조카들에게 중얼거렸다. '도대체가 상식이 있는 사람들인가 없는 사람들인가. 영화 끝나고 영화 자막 올라갈 때, 우르르 일어나는 사람들이 제일 싫더라' 그러자, 조카들은 '고모 또 시작이구나'했다.

'생각을 해봐라. 아까 영화 볼 때 중간중간 웃어넘긴 저들이 아닌가. 그리고 슬픈 대목에선 찔끔거리기도 하던데 그런 만큼 영화가 감동적이었다는 뜻이었을 텐데 기본적인 예의가 없어. 스텝들 자막이 올라가기가 무섭게 불을 켜대는 영화관 측도 문제야. 감정을 수습(?)할 시간을 주어야 할 것 아닌가베. 그리고 이 멋진 영화를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는지 처음 보는 이름 이더래도 한번 훝어 봐 줌이 예의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해. 안 그런감?'

'고럼 고럼, 고모 말이 백 번 맞수다. 그런데 모두들 그렇게 하니 군중 심리 상 자동적으로 그렇게 되 버리는 것 같애. 오늘은 고모 땜에 라스트를 장식(?)해야겠네.....' 우리들의 작은 속삭임을 귓전으로 흘리며, 공중에서 푸르른 숲과 강물 사이를 날아가는 기분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면서 그렇게 한편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는 끝나고 있었다.

'이제 나가자' 감동(?)적인 헐리웃 영화를 좋아하는 작은조카는 우리들을 재촉했다.'나가기 싫어 못 나갈 것 같아. 극장 문을 나서서 부딪히게 될 속세(?)가 싫어.' '나도 그래 흐흐흑....'
' 어휴, 언니랑 고모랑은 정말 영화 못 보겠어. 정말 주책 스러워. 빨리 일어들 나슈'

작은조카의 성화에 못 이겨 우리들은 극장 문을 나섰다. 큰조카의 눈은 벌겋게 충혈 되어 있었고, 나 또한 마음을 수습할 길 없었다. '아아, 여운이 너무 오래 갈 것 같아. 오우 노-!' 하던 큰조카는 '오늘 기분이다. 밥은 내가 쏜다! 가자! '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가까운 분식 점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인생이 늘 한편의 영화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 한편의 영화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설 때처럼 어질어질(!) 하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현실은 건조한 사막 같아. 내 인생 그 어디에도 오아시스는 없는 것 같아. 아아, 환장할 이 청춘!'

얻어먹는 죄로 우리는 큰조카의 넋두리를 계속 들어야 했다. 물론 백 프로 공감해주면서, 유쾌하게.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는 첫눈에 반한 두 연인 인우(이병헌분)와 태희(이은주분)의 슬픈 사랑에 환상적인 터치가 가미된 영화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플랫폼에서 시간은 자꾸 가는데 오기로 한 태희는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로서 그들의 현세적 사랑은 짧게 끝난다.

제대하고 졸업하고 국어선생이 된 인우는 담임을 맡은 그의 반에서 '태희의 언어'로 말하고 '태희의 몸짓'으로 행동하는 현빈(여현수분)을 만나게 된다.

죽은 태희의 영혼이 살아 돌아 온 듯한 착각 속에서 자꾸만 현빈에게 빠져드는 인우를 두고 학교에서는 동성애자라고 소문이 자자하고, 결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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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탐험의 꿈 - 장순근 박사가 쓴 남극 탐험의 역사와 세종 기지 이야기 자연과 인간 2
장순근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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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극'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펭귄'이다. 그 펭귄은 한때 펭귄으로 분했던 개그맨 심형래씨의 뒤뚱거림과 오버랩되면서 녀석들을 생각할 때면 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곤 하였다. 아, 다리가 짧아서 슬픈 짐승이여.

그런데 일전에 영화 '펭귄' 예고편에서 보니 펭귄의 뒤뚱거림은 육지에서만 그럴 뿐이지 바닷물에 들어가는 순간 그 날개로 훠이훠이 노를 저으며 쌩쌩 달리는 것이 아닌가. 어머, 펭귄이 물속에서는 저렇게 날렵한 것이었네.

펭귄 다음으로 '남극'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킹 조지 섬'에 있다는 '세종기지'다.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이 외로움과 싸우며 세종기지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음은 가끔 남극일기 형식으로 소개되는 글들에서 보았기에 세종기지를 떠올리면 먼저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그 세종기지에서의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과, 남극이라는 눈과 얼음의 나라를 고향으로 하는 다양한 바다 생물들의 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다름 아닌 장순근 박사의 <남극탐험의 꿈>(사이언스 북스)이다.

남극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리나

세종기지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한번 남극으로 가면 2,3년은 지나야 나올 수 있다는 얘기에 그곳이 감옥도 아닐진대 왜 그럴까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즉, 남극으로 한번 가는데 시간과 돈 그리고 육체적 피로가 만만찮았다.

우리나라에서 남극을 가자면 우선 서울에서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혹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까지 간다. 그런 다음 그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칠레의 산티아고를 경유해 '푼타아레나스' 아니면,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까지 가야 한다.

'푼타아레나스'나 '우수아이아'에서부터는 비행기나 배를 타고 사우스셰틀랜드 군도의 킹 조지 섬으로 가야하는데 이게 만만치가 않았다. 가는 방법은 비행기와 배 두 가지가 있는데 비행기는 세 시간 정도면 갈 수 있으나 기상이변 등으로 회항하거나 불시착 등 위험요소가 많아 배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그런데 이 배로 가는 것도 장난이 아니었다. 날씨가 순조로울 경우 '푼타아레나스'에서는 70시간 '우수아이아'에서는 50시간 정도면 킹 조지 섬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날씨가 나쁘면 100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배를 타고 100시간이라. 100나누기 24. 즉 날씨가 좋지 않으면 '4박5일' 자나깨나 배를 타고 가야 남극에 도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완전한 뱃사람이 아니고 보통사람이 4박5일 동안 배를 타면 어떻게 되는가. 장순근 박사는 1994년 106시간 걸려 킹 조지 섬에서 '푼타아레나스'로 나온 적이 있는데 그 106시간 동안 멀미로 인해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튼 남극에 한번 가자면 이처럼 경제적 육체적으로 힘들기에 쉽게 나오지 못하고 간 김에 꼬박 몇 년씩 고생해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 세종기지를 건설하고 남극 연구를 시작했다. 이 책에는 그 세종기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진이 풍성해 사진만으로도 남극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 위에 섬처럼 떠있는 빙하며, 순례의 길을 떠나는 듯 길게 늘어서서 행군하는 펭귄 떼의 행렬이며, 얼음물 속에 들어가 해양생물의 표본을 채집하는 과학자의 보기만 해도 살 떨리는 모습 등 남극은 동토였지만 그 속의 군상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잘 살고 있었다.

바야흐로 황사가 '난리 부르스'를 출 모양인데 깨끗한 공기가 그리워진다면 책 속에서나마 남극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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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선 한국 가곡 1
Various Artists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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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을 처음 들었던 때가 언제였나. 중학교 시절 음악시간이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이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에…' '보리밭'이라는, 초등시절의 동요와는 차원이 다른, 가곡이란 것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신선한 설렘은 아직도 기억의 저장고에 남아 있다.

그렇게 '보리밭'을 시작으로 '동무생각', '사공의 노래', '떠나가는 배', '봄처녀' 등을 배웠다. 중학교 시절엔 도레미 자리도 제대로 몰라 이론시간이면 선생님의 진노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가곡을 부를 때만큼은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음악선생님은 한층 더 예술가연한 선생님이었다. 얼굴표정을 얄궂게 지으며 모든 신경을 배에다 집중하여 한 올 한 올 고음의 맑은 소리를 뽑아 올리셨다. '끝없는 구름길 어디를 향하고, 그대는 가려나 가-려나….' 선생님의 목소리가 너무도 애잔하여서 막연하게나마 별리의 아픔은 저렇게 애를 끊는 듯하구나 싶었다.

그러다 대학 2학년 때인가 본격적으로 음악이란 것에 탐닉하였는데, 한국가곡도 빼놓을 수 없는 한 장르였다. 당시 서울음반에서는 <특선한국가곡>이라는 시리즈를 내었다. 나는 그 테이프의 1번부터 6번까지를 몽땅 사서 듣고 또 들었다.

듣다가 공 테이프에 특별히 좋아하는 곡들만 엄선하여 복사를 하였다. 지금도 그때 내 나름으로 엄선한 가곡들을 들을 때 즐거웠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특히 겨울이면 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또 해마다 봄이면 신록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가곡의 가사와 멜로디에 항상 취해 살았다.

메조소프라노 백남옥, 바리톤 오현명, 소프라노 김윤자 등등 성악가의 이름을 외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렇게 외운 이름들을 <봄맞이 한국 가곡의 밤>인가 하는 녹화방송에서 얼굴과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연결시켜 보았을 때의 짜릿함이란.

그러다 어느 순간 엄정행은 '보리밭', 박인수는 '가고파', 백남옥은 '비목', 오현명은 '그 집 앞' 식으로 이 가수는 이 노래, 저 가수는 저 노래로 메뉴가 고정되는 것이 갑갑하였다.

메조소프라노 백남옥이 TV에 나올 때면 이번에는 다른 곡 좀 부르겠지하고 기대를 하나, 항상 보면 '비목'을 부르곤 하였다. 성악이야말로 하나의 노래로 열 사람이 부르면 열 사람의 느낌이 다 다름을, 다른 그 어떤 음악 장르보다 확연히 느낄 수 있기에 그만큼 듣는 재미가 솔솔할진대, 그런 다양함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었으니 다름 아닌 KBS 1FM의 <정다운 가곡>이었다. 정다운 가곡은 하나의 곡을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다양하게 들려주었다. 그래서 왜 정다운 가곡은 저녁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딱 30분밖에 하지 않는지 때론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다행히 90년대 초반부터 'FM 신작가곡'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기존에 들었던 사람들에 국한하지 않고 신인들의 목소리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기다림', '사비수', '님의 노래' 등등 신작가곡들은 나오는 족족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한 몇 년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가곡을 듣지 못하다가 첫아이를 낳기 얼마 전 불교방송의 <차 한 잔의 선율>에서 바리톤 오현명이 부르는 '사월의 노래'를 들었다. 오오, 그때의 그 감격이란. 목월 시에다 곡을 붙인 사월의 노래는 기억이 가물하나 소프라노 배행숙님이 자주 부르던 노래였다.

소프라노의 음색으로만 듣던 노래를 원곡보다 조금 느리게 해서 바리톤 오현명이 부르니 아주 색다른 느낌이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나는 며칠을 걸려도 좋으니 오현명의 '사월의 노래'를 틀어주십사 기대를 하며 녹음준비 완료하고 <정다운 가곡>을 들었다.

며칠이 걸렸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나 아무튼 나는 녹음을 하였다. 나는 그 '사월의 노래'에다 '님의 노래', '기다림' 등 몇 곡을 90분짜리 테이프에 반복 녹음하여 듣고 또 들으며 그 봄을 났다. 그리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던 2002년의 봄 나는 또 다시 그 테이프를 찾아서 들으며 봄 한철을 이겨냈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가곡을 들려주고자 일부러 취침시간을 9시 30분으로 하였다.

"얘들아, 정다운 가곡 할 시간 되었다. 자러 가자."

얘들이 잠들기를 기다리며 자는 척하는 시간은 단 10분도 따분하기 쉬운데 정다운 가곡을 들으면서 잠을 재우자 그런 심심함을 면할 수 있어서 좋다.

불을 끄고 가곡에 귀 기울이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정다운 가곡>이 끝나고 <당신의 밤과 음악> 시그널이 나오면 하품을 한 번 하면서 잠이 쏟아지는 시늉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재잘거림을 그만두고 잠을 청한다. 때로는 바로 잠들지 못하고 <당신의 밤과 음악>을 십분쯤 듣다가 잠에 빠져들기도 하는 것 같았다(<당신의 밤과 음악>은 또 얼마나 영혼을 스며드는 프로인가).

결론(?)은, 30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KBS 1FM의 <정다운 가곡>은 매우 좋은 프로이다. 연주음악이야 하루 종일 들을 수 있지만 우리 가곡은 단 30분뿐이다. 그래서 그 시간이 야금야금 가는 것이 아쉽다. <정다운 가곡>이 30분이 아닌 한 시간쯤 하기를 비는 내 소원은 언제 이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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