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경 - 한국 가곡집 [재발매]
윤용하 외, 김덕기 (Duc-ki Kim), 홍혜경, 파리 관현악 앙상블 (Ensemble / 워너뮤직(WEA)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으로 ‘소프라노 홍혜경’의 독집음반 <홍혜경 한국 가곡집>(EMI)을 사게 되었다. 사고 보니 그것은 홍혜경의 첫 번째 한국 가곡집이었다. 홍혜경, 그녀에 관해서라면 외국을 주무대로 활발히 활동하는 소프라노의 한사람이라는 사실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기껏해야 어쩌다 라디오에서 단편적으로 그녀의 노래를 듣게 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녀의 독집을 사서 반복해서 듣다보니 쉬지 않고 외국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사가 적힌 소책자에 실린 홍혜경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보니 그녀는 일찍부터 성악에 재능을 보여 16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장학생으로 공부하였다고 한다. 일찍부터 외국에 나가 발군의 기량을 닦아 여러 오페라 좌를 섭렵한 그였지만 우리가곡에 대한 사랑 또한 남달랐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삶을 외국에서 살아온 한 예술가로서, 이 곡들은 저에게 엄청난,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이 레코딩이 제가 어릴 적 불렀던 조국의 음악을 향한 커다란 회귀선상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가곡을 듣는 것과 외국에 살면서 한국가곡을 듣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성악가로서 늘 외국노래에 파묻혀 살다가 문득 한국가곡이 불러보고 싶어지고 그리하여 한국가곡을 부르다 보면 때론 저절로 그 노래 가사들은 마디마디 그리움이 되어 맺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운 금강산> <보리밭> <그리워> <수선화> <가고파> <신 아리랑>…. 제목만으로도 짠해지는 느낌이다. 이 음반에는 홍혜경의 모국에 대한 그리움, 혹은 한국가곡에 대한 애착이 절절히 녹아있다.

목소리는 얼마나 고운지 서역 만 리 둔황 명사산의 명사십리 모래가 그리 고울까. 특히 <신 아리랑>은 클라이맥스가 좀 부족한 기존 아리랑의 단점을 아주 속 시원하게 끌어올려주어 참 좋아하던 곡이었고 그 가사를 온전히 알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이 음반을 통해 그 것을 이룰 수 있었다.

또, 나는 막연히 ‘신 아리랑’이라 해서 70, 80년대에 작곡된 곡인 줄 알았는데 작곡년도가 그보다 훨씬 전이었다. <신 아리랑>은 김동진 선생이 1942년에 양명문선생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었다.

첫 부분이 아리랑의 변주처럼 느껴지는 신 아리랑 버전이라면 후반부는 아리랑 원곡의 멜로디 그대로에다 후렴만 신 아리랑 버전이었다. 때문에 <신 아리랑>은 아리랑 본래의 느낌과 좀더 음악적으로 화려한 신 아리랑의 느낌이 공존하는 그런 노래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싸리문 여잡고 기다리는가
기러기는 달밤을 줄져간다
모란꽃 필적에 정다웁게 만난 이
흰 국화 시들 듯 시들어도 안 오네
서산엔 달도 지고 홀로 안타까운데
가슴에 얽힌 정 풀어 볼 길 없어라

아리랑 아리랑 아리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초가집 삼간을 저 산 밑에 짓고
흐르는 시내처럼 살아 볼까나.......(본래 아리랑 멜로디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신 아리랑>의 후렴부분 고음들이 너무 좋다. 이 밖에도 <고향의 노래> <그네> <그대 있음에> <사랑>등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제목만으로도 멜로디가 저절로 기억이 나는 그런 곡들로 채워져 있다. 아울러 홍혜경의 노래에서는 그만의 ‘아주’ 간절한 무엇이 느껴진다.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하는 우리가곡을 듣자면 왠지 눈물이 난다.

그리고 흐뭇한 것은 이 음반이 외국에서도 발매가 되는지, 소책자에는 가사가 우리말 외에 영어와 프랑스어로도 번안되어 있는데, 우리가곡을 영어로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을 위하여 각 곡 마다 곡 소개를 해 놓았는데 그것을 읽으며 참고할 외국인들을 생각하자니 저절로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예를 들어 <그네>의 경우 ‘한복을 곱게 입은 소녀가 바람을 가르며 그네 타는 모습을 멋지게 묘사한 노래입니다’라고. <가고파>의 경우는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곡’이며 ‘근심걱정 없던 고향의 어린 시절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고.

흔히 세계적 ‘가곡’이라하면 ‘독일가곡’이나 ‘이태리가곡’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언젠가는 ‘한국가곡’ 또한 그 못지않은 시절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발음으로 따지자면 독일어발음이나 한국어발음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요는 멜로디와 가사인데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인지도가 낮아서 그렇지 한국가곡 또한 질적인 면에서는 위 두 나라 가곡들 못지않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홍혜경의 이 첫 번째 한국가곡집이 외국에서도 널리 울려 퍼지길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