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야기 (CD + DVD) - [초특가판], Movie & Classic, Antonio Vivaldi - The Four Seasons / Concerto Grosso D minor
이와이 슈운지 감독, 마츠 다카코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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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나라의 네 계절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다 좋다. 그중에서 어느 계절이 제일 좋으냐고 묻는 것은 저마다 찬란한 네 계절에 대한 모독일수 있겠으나 그래도 기어이 하나 꼽으라면 ‘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봄의 월(月) 중에서 또 어느 달이 제일 좋으냐고 고르라면 보편적 예상(5월?)을 뒤 업고 ‘4월’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4월의 봄’ 들판에서 느껴지는 흙의 숨결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 흙을 뚫고 저마다 새록새록 돋아나는 초록들은 보고 또 봐도 늘 아찔하다.

영화 <4월 이야기>에는 그런 봄의 들판과 언덕, 그리고 공원에 초록이 충만하다. 그렇게 이제 막 피어오르는 계절과도 꼭 닮은 대학 신입생 ‘니레노 우즈키(마츠 다카코)’는 새로운 환경에서 설렘과 고독이 교차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고교시절 대학시험 6개월을 앞둔 우즈키는, 짝사랑하던 밴드동아리 선배 ‘야마자키’가 도쿄에 있는 ‘무사시노'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선배는 무사시노대학 인근의 ‘무사시노도’라는 서점에서 일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그 소식은 그대로 그녀에게 향학열이 되어 불타올랐다. ‘열심히 공부하여 야마자키 선배와 같은 학교의 학생이 되자.’

무사시노 대학은 평소실력 대로라면 그녀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학교였는데 사랑이 준 노력이 ‘기적'을 불러낸 것이었다. 하여 그녀는 대학신입생의 봄을 홋카이도의 가족들과 헤어져 도쿄에서 홀로 학교를 다니며 자취생활을 하게 되었다.

고향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도시인 도쿄에서 수줍음 많은 이‘촌녀’는 급우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질 성격이 못되었다. ‘사에코’라는 친구를 따라 낚시 동아리에도 들어봤지만 완전히 동화되어 화기애애해 질 수는 없었다. 때문에 우즈키는 햇살 좋은 4월의 많은 날들이 적적했으며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그 적막과 고독을 매워줄 단 하나의 빛은 야마자키 선배와 조우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야마자키 선배가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서점으로 매일처럼 출근하며 책 한권씩 샀다. 그러나 매번 다른 여학생이 계산대를 지킬 뿐 선배는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어느 날은 용기를 내어 선배의 아르바이트 시간을 물었다.

선배의 아르바이트 시간을 안 다음부터는 선배가 일하는 시간에 맞추어 서점엘 들렀다. 과연, 선배는 그 시간에 일을 하고 있었다. 진즉에 그리 할 것을. 우즈키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애써 잠재우며 아무 말도 못하고 책 한권을 사서 나왔다. ‘선배는 나를 모르고 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날 서점을 들락거린 결과 어느 날 계산을 하다말고 선배는 홋카이도의 고등학교 이름을 대면서 ‘혹시?’ 하였다. 그러면 그렇지. 우즈키는 선배가 뒤늦게 어렴풋이나마 자신의 존재를 알아준 것이 너무 기뻤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서점을 등지고 나오는데 비가 조금씩 내렸다. 선배는 손님들이 놓고 간 우산을 주려고 했으나 ‘시방’ 우즈키에게 비 같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쌩쌩 자전거 패달을 밟는데 그녀의 감정을 고조시키려는 듯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그대로 가다간 책이고 뭐고 홀딱 젖을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어느 미술관 앞에서 비를 피하다가 마침 우산을 들고 나오던 신사에게 대뜸 부탁을 하였다.
“금방 돌아 올 테니 우산 잠시만 빌려주세요.”

우즈키는 맹렬한 속도로 달려 다시 서점 앞에 섰고 선배에게 우산을 빌려가는 것이 낫겠다고 하였다. 여러 개의 우산들 속에서 선배는 그중 예뻐보이는 빨간 우산을 우즈키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그 우산은 우산살이 조금 망가져 있었다. 때문에 다른 우산을 주겠다는 선배에게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빗소리에 기대어 그녀는 용기를 내었다.

“선배, 아직도 밴드활동하나요?”
“아니. 그런데 (내가 밴드 활동 했던 거) 어떻게 알지?"
“유명했으니까요!”
“거짓말.”

우즈키는 우산 돌려주러 다시 한번 들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아까보다 더 신나게 빗줄기를 뚫고 달렸다. 사랑보다는 다른 그 무엇에 관심이 있어보이던 선배가 그녀의 마음을 읽어주고 동화되어 줄지는 의문이지만. 자고로, 지금 사랑을 시작하려는 젊은이라면 첫사랑의 상대 혹은 짝사랑의 상대는 야마자키 선배처럼 그 방면의 선수(?)가 아닌 사람을 만나기를.

짝사랑 야마자키 선배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는 했으나 우즈키의 다음 작업(?)이 성공할지 어떨지. 그러나 4월의 새순들이 점점 푸르러 무성한 초록이 되듯이 그녀의 짝사랑 또한 나름의 어떤 진전이 있을 터. 물론 그녀의 희망대로 되어지면 재미없으리라.

요즘은 첫사랑이 너무 빨라 초등시절이 그 시원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영육이 어느 정도 성숙한 이십대의 처음 사랑을 첫사랑이라 부른다면 그 대상을 잘 고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첫사랑의 방식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는 그 후 두 번째 세 번째 사랑을 함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하다. 추억은 될지언정 상처받지 않는 첫사랑을 위하여 첫사랑의 상대를 고름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4월 이야기>는 사랑을 시작하는 첫 마음의 풋풋한 자세를 잘 그려주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우즈키가 첫사랑의 상대를 아주 잘 고른(?) 것 같다. 그런 사람과 그렇게 시작한 사랑이라면 결과가 어떻게 ‘쫑’이 나든 추억은 될지언정 상처는 되지 않으리라.

지금 나름의 첫사랑에 설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사랑을 이어가기에 앞서 남의 첫사랑 <4월 이야기>를 참고해 보는 것도 다 피가 되고 살이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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