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체부 아저씨를 위하여 직접 쓰셨는지....
 
 
 
지난 오월 작고하신 권정생 선생님의 생가를 다녀왔다. 8월 광복절 지나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못 찾으면 어떡하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찾아 나섰다.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선생이 돌아가시고 난 후 여기저기 선생을 추모하는 글들에서 자연 이 주소를 외우게 되었다.

"일단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안동으로 빠져나간 다음에 일직면을 찾고, 일직면 찾으면 조탑리도 자연스레 찾을 수 있겠지."

주소 하나만 달랑 알고 사진에서 보던 이미지만 머릿속에 넣고 찾아가는 길이라 그래도 내심 잔뜩 헤매는 것 아냐 하며 조금은 긴장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세상에, 고속도로에서 안동으로 빠져나온 바로 그 동네가 일직면이었고, 아마 5분도 못 가서 바로 조탑리였다.

조탑리는 그 이름이 설명해주듯 마을 어귀에 탑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교회도 보였는데 아마 선생이 종지기로 지냈던 그 교회인가 싶었다. 한낮이라 그런지 마을사람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 일단 구멍가게나 교회로 가서 물어볼까 하던 찰나 아저씨 한 분이 지게를 지고 지나가셨다.

"저기, 안녕하세요? 권정생 선생님 생가가 어딘지요?"
"요 위로 올라가면 외딴집 하나 있을 겁니다."

아무런 표식 없이 방치된 것에 놀라


 
▲ 추모의 글을 적을 방명록이라도 하나 두었더라면...
 
 
 
마을 아저씨가 가르쳐 준 대로 올라가니, 정말 사진으로 워낙 많이 봐와서 그런지 한눈에 선생의 집임을 할 수 있었다. 지난 오월 선생이 돌아가시고 난 몇 주일은 늘 주말마다 추모객들이 붐빈다고 했고, 선생의 책들을 평상에 두고 애도를 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간 석 달 후의 모습은 마냥 허허로웠다. 홀아비 몸에다 물욕도 없었으니 그냥저냥 허름하고, 소박하고, 쓸쓸하게 살다 가신 풍광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소박' 그대로 이기 보다는 뭔가 '방치'된 느낌이 들었다.

선생은 유언하기를 집을 부수어서 흙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하셨다는데, 선생이 돌아간 직후의 여론은 선생의 집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한 느낌이었다. 나 자신도 당연히 보존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그런데 불과 석 달이 지났을 뿐인데…. 아무런 표식도 없이 어지러운 모습을 보니 자못 죄송스러웠다. 이럴 줄 알고 선생은 흙으로 돌려 달라 하셨는지….

그래서 생각하기를, 추모위원회(?) 쪽에서 선생의 생가를 당분간 보류이든 보존이던 우선 그대로 둘 거면,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리를 좀 한 후 '안내문'이라도 하나 세워 두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여느 시골 폐가와 똑같은 모습으로 두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포도가 탐스럽게..
 
 
 

 
▲ 한 발 찍고 보니 부추밭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 누구라도 베어가는 것이 옳을지...
 
 
 
한편, 이런저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의 텃밭과 집 주위에는 변함없이 선생의 친구들이자 자연의 열매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자세히 살피니 아주 없는 게 없었다. 호박잎, 콩잎, 깻잎에다 부추 밭, 그런가 하면 뽕나무, 산수유나무, 고욤나무, 앵두나무, 은행나무, 포도덩굴 등 다들 열매를 실하게 맺고들 있었다. 익모초며 국화도 때 되면 꽃을 피우겠지….

너무도 소박하게 살다 가신 모습에 저절로 고개 숙여져....


 
▲ 선생이 사용하시던 수도
 
 
 

 
▲ 마당의 솥..
 
 
 
동화작가 권정생. 아이의 받아쓰기 숙제 때문에 초등 1학년 읽기 책장을 넘기다 <강아지 똥>을 보게 되었다. "마침 잘 됐네" 나는 스크랩해 두었던, 언젠가 <한겨레>에 실렸던 선생의 인터뷰기사를 보여주며 "이분이 바로 이분이여" 하며 아이에게 선생의 삶을 얘기해 주었었다.

그러다 지난 오월 갑자기 영면하시자 역시 신문을 들추며 "글쎄, 이분이 돌아가셨다는구나" 하면서 훌쩍거리기도 했다. 그때 막연히 여름 방학하면 우리도 선생의 생가를 한번 찾도록 하자며 운을 띄웠었는데….

막상 가서 선생의 사시던 모습을 보니 세상에 어쩜 그리도 소박하게 사시다가 가실 수가 있는지 마음이 울컥했다. 선생의 인세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동화작가임을 비춰 볼 때 모르긴 해도 안동 시내의 비싼 집 수채는 사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한데도 한턱내는 척하면서 "나 이런 사람이야" 하실 수도 있었을 텐데, 돌아가신 후 동네 사람들 입에서 "그 사람이 그리 유명 했수? 우린 몰랐소"라는 말을 들으시다니.

돈, 돈, 돈.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돈에 죽고 돈에 사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하면 돈이 모인다, 저렇게 해서 돈을 모아라. 투자, 투자, 투자…. 물질에 대한 숭배가 끝이 없다. 이런 세상을 선생은 마지막 가는 그날까지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이 살다 가셨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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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친구들 - [할인행사]
니콜 홀로프세너 감독, 제니퍼 애니스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이웃의 한 지인은 '옷 많은' 친구를 두었다. 내 필생의 소원이 옷 많은 친구가 있어

그녀가 실증나 버리는 옷들을 주워 입는게 소원인데,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친구를 지인이 두고

있기에  내심 월매나 부러운지....  해서  때로는 물려받은 그 옷들 중 싫증나는 것이

있으면 내게 한번 더 넘기면 안될까, 하면서 침을 흘린다.

 

처음엔 흔쾌히 알았다 함시롱 이것 저것 몇가지 주더니만 요샌 통 소식이 음따. ㅠㅠ

해서 한번 더 옆구리를 찔러 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ㅋㅋ...

 

'옷 많은 ' 친구 아닌 '돈많은 친구들'을 보았다.

 

제인, 크리스틴, 프래니 그리고 우리의 올리비아. 부자 친구 셋을 둔 올리비아는

부자동네에서 교사생활을 하다가 부자학생들에게 염증을 느껴

교사 때려치고 파출부로 일자리를 바꾸었다.

 

이런 올리비아를 두고 부자친구들은 그녀를 딱해 하는데 내가 볼때도  올리비아가 볼때도

딱하기는 그 부자친구들도 결코 빠지지 않았다.

돈이 많으면 뭐하고

성공하면 뭐하노,

글잘쓰면 뭐하나, 삶 자체가 권태의 연못에 빠진걸....

 

디자이너 제인은 세상모든 신경질을 다 가졌고

크리스틴은 남편과 함께 하던 시나리오 작업이 언제 부터인가 뒤틀리고

프래니는 남편과 행복해도 어째 배부른 돼지 보다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은 인간의 지향점에 비출때 그 행복의 가치가 별로 커보이지 않았다.

 

이에 비해 올리비아는 파출부 생활이 초라하기는 해도

돈에 쪼들리는 것이 막막하기는 해도 부자 친구들 보다는 조금 더 행복해 보였다.

게다가  참으로 존재감 없이 살아보이던  의뢰인중 한명이

에그머니, '월척'이었네.^^

 

그런 월척 현실에서는 내것으로 만들기야 어렵지만

그런 월척처럼 돈이 많다는 이유로 현실을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 무기력이

이상하게 변하여 과소비의 화신이 된 사람이라면 현실에서 무지 많을듯....

 

현실적으로 봤을때 올리비아는 파출부 생활 좀 하다가 가난한 동네 학교로

돌아갔으면 했으나 ....

영화가 현실적이면 재미없다 생각했는지 비현실적으로 환상을 심어주네...

그놈 매력이야 없어두 맴이 착해뵈니

돈이 없어 상처받고, 돈이 있어 상처받은 두 영혼이 서로 힘을 합쳐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터.

....

올리비아역의 제니퍼 에니스톤이 참 예뻣다. <브레이크 업>에서는 깨던데

여기서는 찬찬하니 아마 예전 피트가 반했을때의 그 모습 그 대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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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 아웃케이스 없음
소피아 코폴라 감독, 제이슨 슈왈츠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마리 앙트와네트. 우유에 목욕하고 배고파 굶어 죽는 백성들 보고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면 되지'라고 한 말이 하도 철딱서니가 없다보니

오늘날 까지 가십거리가 되는데.... 이여자의 진자 삶은 어떠했을까.

 

영화는 그러나 역사적 맥락을 짚어주지는 않는다.

다만 마리의 일상을 보여줄 뿐이다.

 

혈혈단신 14살 어린것이 남의 나라에 와서 살려니 그 맴이 어떠했을꼬?

결혼을 했으니 남편이라는 자와 같이 자기는 해야 되겠는데 이 남편도 모르기는 마찬가지.

해서 몇년이 지나도 태기가 없자

답답하던차 왕의 친척(왕비의 친척?)이 성교육을 시켜서 겨우.....^^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혹은 청각적으로 보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내용을 쫓는다던가 하면 실망하기 싶다.

대신, 마리의 20센티가 넘는 머리세움이라든가, 화려하기 그지없는 의상, 벽화, 바닥의 카펫

침대, 숟가락, 접시등 영화에 쓰인 각종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그리고 기타선율인가. 가볍게 동동 튕겨지는 음악이 감미롭다.

마치 마리 여왕의 여리고 어린 심성을 대변해주듯 빽 뮤직이 은은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시민혁명이 일어나 마리와 왕이 함께 도망가는 장면에서 끝나는데 .....

그후로 어찌되었느냐고?

마차에 짐이 너무 많아 도대체 어떤 사람이? 하며 수상해하던 병사에게 들켜

도망도 못 가고

붙잡혀서 파리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단두대에 뉘이는 운명을 ㅠㅠ...

 

학창시절 우리가 기억하는  마리 앙트와네트는 싸가지 없고, 사치스럽고, 요염하고, 뭐 이런

이미지 였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실지의 그녀는 세장속에 같힌  한마리

불쌍한 새라고나 할까..

이런 영화는 무조건 봐야 하는디... 이영화를 보면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참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의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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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던 친구에게, 

 
"그러니 니 영화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는 누구니?"

"이젠 다 옛날 일이라 떠오르는 배우가 없지만 그래도 한사람 떠올리라면 '길버트 그레이프'의

'조니뎁'이 떠오르는 군."

 
"뭐?, 길버트 그레이프? 포도주스 이름이가?  ㅋㅋ.."

"사람 이름이다, 영화 제목이기도 하고..."

 
한때 친구의 가슴을 적시던 기라성 같던 배우들 다 죽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조니뎁'이었기에 궁금증으로 말하자면 이루 말할수가 없었습니다.

 
당장 비디오가게로 달려갔고, 낡은 외양의 <길버트 그레이프>를 찾았습니다.

디카프리오도 나오더군요. 디키프리오. 어느날 줄리엣과 사귀다 타이타닉 배타며 혜성처럼 나타난줄 알았더니 아역부터 시작한 배우더군요.

 
아무튼 이영화에서 길버트는 슈퍼마켓 점원을 하면서 집밖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로 뚱뚱한 엄니와
발달지체의 남동생(디카프..)과 여동생 두명의 의지처로서 꿋꿋하게 살아갑니다.

이 영화에서, 길버트 이총각 월매나 참헌지...ㅋㅋㅋ.. 

그래도 장동건이 제일났다주의였는데 '조니뎁'을 보자 장동건은 명함도 못 내밀겠더군요.

 
조니뎁의 매력은 '선함'이라든가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그 자체로서 , 그의 말투,

그의 앞모습, 그의 뒷모습, 그의 걸음걸이,그의 성깔등...그의 온 모습 그자체가 그 자체로서 그대로 매력이라고나 할까요.

 
<길버트 그레이프>를 보고.........참 착하고 참한 소년이네.

<케러비안의 해적>을 보고.........어찌 저리 귀엽고 명랑하고 여유로울까.

,프롬헬>을 보고......아편 피는 모습도 로버트드니로씨를 능가하네.

 

<슬리피 할로우>를 보고...생각 안나요ㅠㅠ.

<원스어폰어타임인멕시코>를 보고...눈이 없어도 총을 쏘네.

<네버렌드를 찾아서>를 보고...어쩜 그리도 자상할수 있수.

<나인스 게이트>를 보고...바네사(마눌)는 좋겠다, 어찌 이런 인간에게  픽업됐을꼬..

<찰리와 초콜렛 공장>을 보고....어빠 너무 웃겼어.

<가위손>을 보고 ........그 우수, 그 애잔, 글구 크리스탈같은 맴씨여!

 
마지막으로 

<도니 브레스코>를 보고.....가심이 찌잉~~

 
그외 <시크릿 윈도>와 <리버틴> 글구 <아리조나드림>이 있다는데 없어서 못봤습니다.

왠지 못본 것들이 더 심상찮은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랄프파인즈는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는 넘넘 멋있었으나 그 이후론 <콘스탄트 가드너>빼고는

별 매력을 찾을수 없었는데,

에단호크 또한 <비포선셋> 셋트 말고는 그냥 그랬는데,

가장 익숙하면서 최고인줄 알았던 톰크루즈 또한 자꾸보니 그저 그랬는데,

.

.

.....이 조니뎁씨만은 나오는 영화마다 멋있었습니다. (중증?)

 
일설에 의하면 그는 '카수'가 되겠다고 엘에이와서 어느 노래하는 곳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는데 니콜라스 케이지가 ,

"어여, 니는 노래하지 말고 영화를 찍어라." 라고 했다더군요.

이 얘길 듣고 저는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감사했습니다. 그 보답으로 그의 영화를 왕창 몰아서 언제함 봐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조니뎁은 모든 영화에서 다 멋있었습니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같아요.

그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명성에 연연하지 않고, 저맘대로 살면서

꼭 자기가 해야할 배역들만 찾아서 영화에 임하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배우를 아무리 찾아볼라해도 당분간은 1위를 내주지 않을것 같습니다.

열심히 찾고는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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뎁 2007-11-0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헐. 저랑 같은 행보를 걸으셨네요. 저도 장동건이낫다는주의였는데 실제로 조니뎁을 영화속에서 마주하고 나니까 내가 왜 그랬었지..하면서 후회를했습니다-_-. 장동건씨도 우리나라에서 본좌급이긴하지만 조니뎁에겐 OTL이죠. 그 말로 설명할수없는 매력.. 잘생기긴했는데 그정도로 그사람의 매력을 평가할수없는 그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죠. 저도 항상 니콜라스에게 감사함을 느끼곤한답니다.ㅋㅋ (지나가다가 들렸어요^^)

프레이야 2007-11-1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저도 조니 뎁 무지 좋아해요.
못 보셨다는 영화 중 시크릿 윈도우 봤는데, 전 좋더군요.^^
연기 너무 잘해요.

폭설 2007-11-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뎁님.....계속 조니뎁을 같이 좋아합시다.ㅋㅋ
혜경님..... 저도 보고 싶네요. 근데 잘 엄써서... 케이블에서 하길 기다리는데
좀처럼 만날수가 없네요.^^
 

주인공들 모두가 바람에 빠진 드라마가 있다. SBS의 <조강지처클럽>이 다름 아닌 그것이다. 지난 세기말 <절반의 실패>시리즈도 그 당시에는 대단했었는데, 이 요란 벅적한 21세기에는 ‘바람의 실존’을 또 어떻게 그릴지 자못 궁금하였다.

과연 <절반의 실패> 그로부터 상전벽해를 두 번씩이나 해서 그런지 이번 ‘바람’은 심각하기보다 코믹하게 불었다. 가슴에는 가득 한을 담고 있을망정 안양순(김해숙분)여사의 어투와  표정 등이 무척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름이 ‘안양순’이라? 사연인즉, ‘안’ 양순하다는 뜻이었다. 이 드라마에는 안양순 여사를 시작으로 주인공들의 이름이 모두 그 사람의 내면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등장인물의 성격과 역할이 확 드러나는데 이름 그 자체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한심한 +안양순 +복분자 +한원수 +나화신+모지란 +이기적+한복수 +정나미 +길억
+이화상(박인환분)

한심한은 조강지처 안양순을 차버리고 복분자와 살고있다. 복분자는 한심한을 독차지했지만 여차하면 옆길로 새는 한심한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마음은 착해서 안양순이 갖은 욕을 해도 형님, 형님하며 정을 내는 것이 때론 이쁘기까지 하다.  

한원수(안내상분)는 동생 한선수와 달리 하필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부유한 유부녀 모지란(김희정분)에 빠져 나화신(오현경분)이 꼴도 보기 싫어지고. 이기적(오대규분)은 정나미(변정민분)가 부자 길억(손현주분)과 결혼하는 바람에 매점아가씨 한복수(김혜선분)와 홧김에 결혼하였는데 한복수는 갈수록 매력 상실이고 그런 찰나 첫사랑 정나미가 나타나 혼을 빼앗긴다. 

나화신은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이혼만은 안 된다며 고집을 부리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한원수는 나화신이 지긋지긋해지고 종내는 폭력까지 휘두르고 만다. 팔은 안으로 굽는 이치. 원수의 엄니 양순 여사는 처음에는 동병상련으로 며늘 편을 들었으나 아들이 죽어도 싫다며 팔딱팔딱 뛰니 ‘사람 싫으면 못 사는 벱이여.’하며 슬쩍 냉정모드.

길억과 모지란 남편은 배우자의 반란에 입술을 깨물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생각해서 백번 참으며, 잘해보자 다짐하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 억울한 심정을 어디다 하소연할꼬.

재혼해서 잘되기 그리 쉬운 줄 아나?

며칠 전, 동네 미용실 원장님에게 <조강지처클럽>무지 재미있다며 권했다가 ‘재미’라는 말에 꼬투리가 잡혀 혼 줄이 났다. 그런 심각한 상황을 어떻게 ‘재미’있게 볼 수가 있느냐며 몰아부처 ‘아이고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며 읍소했다.

“그리고, 말 나온 김에, 아니, 그 드라마엔 왜 정상적인 사람이 하나도 없어? 왜 자꾸 그런 드라마 만드는 거야? 바람은 달콤하지만 순간이란 걸 왜들 모르누. 태풍 지나간 자리 복구 어렵듯이 바람도 마찬가지야. 정신 차려 이친구야.”

“요즘엔 그렇지도 않은 것 같던데요? 그 왜 길억(손현주분)씨 친구가 길억씨 보고 말하기를, ‘니는 절대 니 마눌 바람 난 걸 니가 알고 있다는 티 내서는 안돼.’라며 충고하던데요. 그리고 모지란(김희정분)씨 남편도 다 눈감아 줄 테니 자식 생각해서 참고, 어디 바람이나 좀 쏘이고 오라며 수표까지 쥐어 주던데요. 요샌 남편의 과거는 못 받아줘도 마눌의 과거는 받아 주는 분위기던데...후후..”

“땍!! 아무리 세상이 변했기로서니 그라믄 안 되는 기라. 자식 두고 그라믄 안 되는 기라. 경험자가 말하면 새겨듣고 집에 가서 남편 떠받들며 살아욧. 요샌 다들 왜 그런다니. 내가 가게를 하다 보니 그런 사람 수없이 봤다. 가정 부수고 나가 잘 되는 사람 못 봤다.” 

“아니, 드라마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을 해학으로 승화시키며 잘 풀어간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디...그리고 요즘은 어느 한쪽이 무작정 참는다고 될 일도 아니고 아니다 싶으면 일치감치 각자 새 출발 하는 것도....”

“새 출발은 무스그 새 출발 스토리 뻔하다. 새 출발 해봐야 똑같다. 아니, 더 복잡하고 힘들다. 더 잘되는 것은 천에 하나다.”

“우쨋거나, 예전에는 갈 데 없는 여자들이 일방적으로 참고 살았기에 ‘검은 머리 파 뿌리’라는 유종의 미가 유지되었지만, 그 속이 그 속이 아니었잖아요. 그리고 사이 안 좋은 부모 밑에서 밥 얻어먹고 사는 지식들도 힘들었어요. 후훗.”

“그러게, 옛날엔 무슨 성심으로 다들 그렇게 살았던고? 구박받으며, 때론 맞아가며, 시부모건사에 자식들 입에 풀칠까지 그거 혼자 다 짊어지면서도 이혼안하고 살았다. 요새 사람들은 아주 사소한 것도 못 참데.  옛날사람들은 너무 참아서 탈이지만 요새 사람들은 너무 못 참아서 탈인기라.”

“긍께, 뭐 뾰족한 좋은 수 없을까요? 시청률 올리자고 불륜드라마 쓰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나름대로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거잖아요.”

“경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일단 문제가 있더라도 자식이 클 때까지는 서로 생활반경을 조금씩 피하면서 함께 사는 게 차선인 것 같아. 깨진 그릇 같은 서로의 마음을 봉하겠다고 노력하는 것도 이 개명 천지에 시간 낭비고.... 어찌해볼 수 없을 만큼 사이가 안 좋으면 ‘아빠 타지로 전근 갔다’로 처리하고 따로 살던가. 아무튼 원수로 헤어지는 것은 안 좋은 것 같아. 헤어져도 신사적으로 헤어져야지.”

“그렇죠? 먼저 헤어지자고 하는 쪽이 사과문도 낭송하고 재산도 좀 더 떼 주고, 또 상대가 헤어질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하면 몇 년 더 기다려 주기도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외국 영화에서 보면 전남편이랑 새남편이랑 한자리에 앉혀놓고 잘도 웃던데..”

“그렇게 배려하고픈 마음이 생기는 사이라면 아예 이혼이란 걸 안하지. 그냥 대충 참고 살지. 그리고, 전남편 새남편이랑 사이좋게 떠들기 까지 그 나라 사람들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겠지. 우엣기나, 평소에 마음보를 잘 쓰고 살더라고, 젊은 사람들.”

다소 지나친 듯 하지만 드라마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

내 나이 이십대라면 무슨 이런 황당한 드라마가 있나 했겠지만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숨은 뜻과 적나라한 설정이 이해가 갔다. 현실이라고 그보다 덜 하라는 법은 없다. 지금은 설사 조금 덜하다 치더라도 그리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나 할까.

사랑(타자의 입장에서는 바람)이 어느 날 교통사고처럼 찾아왔네 하며 운명인 듯 빠져들지만 좀 더 파보면 다 이유가 있다. 

이유 없이 싫어지는 권태기던가, 아주 커다란 이유로 상대배우자가 꼴도 보기 싫어지던가, 도대체 상큼하게 되는 일이 없는 자신에 회의가 들던가, 금전적으로 어느 한쪽이 신뢰를 저버려 더 이상 희망이 없든가 등 바람의 씨앗은 얼마든지 있다. 원인(씨앗)은 달라도 그 모든 것들이 바람(사랑)으로 ‘부화’ 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바람의 당의정에 빠져 현실감을 잃을 수가 있는데 달콤한 사탕발림이 끝나고 났을 때의 그 추레한 현실은? 물론 당사자들의 몫이다. <도쿄타워>의 주인공 아짐처럼 ‘내일 니가 나를 싫어해도 오늘 나는 너를 사랑해’ 정도 되면 새로운 사랑을 할 자격이 있겠으나.... 일단 자식이 있다면 시간을 두고 냉정하게 여러 가지를 고려해보고 주변의 충고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무엇보다 바야흐로 ‘인생 이모작, 삼모작’의 시대에 굳이 어린 자녀들을 불안에 떨게 하며까지 사랑에 빠질 필요가 있을까 싶다.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다면 적어도 15~20년은 서로 합심해서 자녀교육이라는 프로젝트를 잘 완성하고 그다음에 당사자들의 인생을 생각하는 것이 최선책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은, 한원수의 말대로 ‘나이 사십, 애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것’들에게 찾아온 바람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그 결말이 자못 궁금하다. 더불어 소 읽고 외양간 고치기보다 우리사회에 불고 있는 위험수위에 이른 가족해체의 위기에 대해 나름의 처방전들도 좀 내어 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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