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갔다가 한동안 뜸했던 이웃사촌을 만나 얘기꽃을 피우게 되었다. 이런저런 잡담이 오고 가던 중 문득 그녀의 큰 애가 중학교에 들어간 것이 생각나 물었다.

"참, 어느 중학교 갔어요?"

"00중학교."

"아니 왜 집 앞에 있는 학교 안 보내고 버스를 태워요? 버스통학하자면 피곤 할 텐데…."

"아침에 내가 태워주면 되요. 그런데 아들 얼굴 볼 시간이 없어요."

 "왜요?"

"중1인데도 밤 9시까지 ‘야자’를 하기 때문에 돌아와서 씻고 나면 잘 시간이고…."

"우리 단지 내 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그런 거 안 하는 것 같던데요?"

"그 학교는 좀 시키나 봐요. 나름 명문이라나~."

'야자'는 보통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나 하는 걸로 아는데 새로운 대통령을 맞아 새 교육정책이 발표되면서 야자 또한 '젊어'졌나 보다. 그래도 중1은 너무 하지 않은가. 초등학교 때는 초등대로 각종 예체능, 보습학원 다니느라 시달렸는데 잠시 쉴 틈도 없이 바로 야자로 또 아이들을 묶어 버리다니 정말 이 나라 교육이 교육이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   

학생도 학생이지만 선생님들도 딱하다. 집에 가서 다리 뻗고 하루의 피로를 풀어야 할 시간에 야자 감독을 해야 하다니.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복도를 오가며, 물을 끼얹은 듯 학생들이 조용히 공부하길 바라는 그 마음이 어떨까 싶다.

한창 키도 자라고 두루두루 ‘생장’도 하고 ‘성장’도 해야 할 사춘기 아이들인데 의자에 너무 앉아 있다가 신체가 골고루 못 자라면 어떡하나 심히 걱정스럽다. 언젠가 신문에서 OECD국가 중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안경 착용 비율이 제일 높다고 한 보도를 본적이 있다. 어디 안경 착용 뿐일까. 늘 고정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자면 허리며, 목이며 탈나는 것은 시간문제 일 것이다.

'야자' 시간엔 교과 공부만 해야지 독서는 안돼

올해 고1이 된 남자 조카는 부모의 기대완 달리 도무지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본인은 공고에 가길 원했으나 가족들이 볼 때 공고에 갈 적성이 아니었다. 공고에 가자면 손이 여물어야 되는데 손재주 같은 것은 아무리 봐도 없는 애였다.

본인이 생각해도 수능공부가 하기 싫어 공고 가고 싶은 거지 공고에 적성이 맞아 가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가족들이 볼 때 녀석은 인문계 문과에 적성이 맞았다. 아무튼 고집을 부릴 만큼 강단이 있는 애도 아니고 부모 또한 공부에 목숨 걸지 않았기에 가방 들고 학교에 다녀주기만 하면 60점은 따고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어영부영 금싸라기 같은 청춘의 3년을 흘려보낸다는 것은 아무래도 직무유기가 아닌가. 해서 다행히 녀석이 국어, 사회, 세계사에 흥미를 보이기에 가족들은 독서를 권했다.

"니 인생은 책 속에서 길을 찾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부모고 누나들이고 아무리 얘기해도 그때뿐이니 니 스스로 독서 하며 길을 찾아라."

그러면서 누나들은 막내 동생에게 독서 의욕을 고취시켜 주고자 상금을 내 걸었다.

"조정래 선생의 <한강>을 다 읽으면 상금 5만원을 준다."

"진짜?"

"쉽진 않겠지만 긴 역사소설 하나 읽고 나면 생각도 깊어지고 독서에 대한 내성도 생길거야."

그렇게 해서 이즈음 막내 조카는 진도는 더디 나가나마 늘 <한강>을 끼고 읽는다고 하였다. 마침 그 얘기를 전해들은 나는 한술 더 떠 “어차피 해야되는 야자시간, 어영부영 보내지 말고 <한강>을 시작으로 해서 ‘야자’를 독서시간으로 쭉 이용하면 되겠네. 그렇게 3년을 읽으면 수학 못해도 살길이 열리겠지” 하였더니. “야자시간에는 책 읽으면 안 된다고 했대. 교과 공부만 하라고. 다행히 국어 선생님만은 독서해도 된다고 했대” 란다.

때문에 국어 선생님이 야자 감독일 때는 <한강>을 읽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교과 공부를 하는 척 하며 시간을 때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과 공부는 공부고 독서는 공부가 아니라니. 독서 대신 영어단어 하나 더 외우고 수학문제 하나 더 푸는 것이 낫다는 발상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마무리

나는 내 아이를 대안 학교 등에 보낼 만큼 열정도 돈도 없다. 그냥 야자 안 하는 중학교 보내고 야자 안 하는 고등학교 보내는 게 목표이다. 그러나 야자 안 하는 고등학교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아닐까 싶다. 야자 안 하는 중학교 정도는 보낼 수 있겠으나. 그런데 막상 내 아이가 중학 갈 시절에는 모든 중학교가 야자를 해버리면 그땐 어떡하지?

만약 중학교조차 성적으로 줄 세우고 경쟁이 붙는다면, 그래서 꼴찌 중학교로 소문나는 게 싫어서 너도 나도 야자를 시작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부디 나의 야자 울렁증이 빚어낸 부정적 상상이길 빈다.

요즘 날씨가 계속 좋다. 오후 3~4시에 길을 걷다 보면 인근 중학교에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이 서너 명 씩 짝을 지어 느릿느릿 걷는 것이 보인다. 머리는 다들 귀신모양(?)으로 앞머리는 짧고 호빵처럼 둥글게, 뒤와 옆머리는 부스스하고 엉성하게들 하고 다니는데 불량스럽기보다 그렇게 햇볕을 쬐며 ‘느릿느릿’ 걸을 자유를 가진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야자를 하는 다른 중학교의 아이들은 그런 오후의 햇살을 모르리라. 슬프지 아니한가. 시험공부도 좋지만 청춘의 순간순간 또한 햇살처럼 소중할진대. 그 소중한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못쓰고 타율에 의하여 사육당해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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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매월 2만원짜리 적금을 들었대요. 목표금액은 100만원으로 하고 매월 2만원씩 넣었답니다. 액수가 적으니 매년 통장을 만들어 작년에도 2만원, 올해도 2만원, 내년에도 2만원 그 다음해도 2만원…. 이런 식으로 계속 2만원짜리 적금을 들었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니 앞에 넣었던 적금들이 만기가 돌아오면서 그 때부터는 해마다 100만원씩 찾게 되었다는군요."

위의 얘기에 고무되어 2년 전 봄, 소액 적금을 들었다. '저 분은 옛날에 시작했으니 2만원이고, 지금은 한 5만원 하면 되겠지?'하며 월 5만원씩 3년 넣어 200만원 찾는 것으로 해서 적금을 들었다.

적금은 드는 그 날로 자동이체 신청을 했다. 그렇게 하면 액수가 적으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된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다시 맞은 이 봄, 통장 정리를 하다가 '이거는 뭐꼬?' 하면서 잊었던 소액적금을 발견하게 됐다. 통장정리도 2006년까지는 되어있는데 2007년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부자들은 이 재미 모르리라!

이렇게 돼서 통장 정리를 하러 우체국엘 갔다가 문득 "내년 봄이 만기이니 올해 또 이런 것 하나 들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차라리 해마다 한번씩 들어볼까?

우체국 직원은 한술 더 떠 "이왕 하는 것 500만원짜리로 해보라"며 슬쩍 권했으나 액수가 커지면 부담만 늘고 재미는 반감될 것 같아 그냥 월 5만원씩 3년 넣기로 하였다. 역시 바로 자동이체를 신청했다.

월 5만원짜리 적금의 두번째 통장을 들고 나니 입에서는 저절로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구 상상의 나래가 펴졌다.

'이런 식으로 계속 해마다 적금을 넣으면 3년 후부터는 매년 봄 200만원씩 타게 되는 거잖아, 어머, 어머! 적금을 찾아서는 무엇을 하지? 내가 꿈꾸는 여행을? 아니면 00을? 또 아니면 0000을?'

상상의 나래는 끝이 없었다. 복권은 희망만 주고 현실이 되지 못하지만, 적금은 희망도 주고 부은 만큼 현실이 되기에 상당히 매력적인 것 같다.

'소액적금? 월 5만원씩? 10만원도 아니고 5만원 가지고 뭔 적금이냐?'고 생각하시는 분들  일단 한번 시작해 보시라. 월 불입액은 2만원, 3만원…10만원 중 각자 형편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나처럼 경제관념이 희박한 사람이라면 저축 공부하는 셈치고 해보면 돈을 떠나 과외의 기쁨도 누릴 수가 있다. 시작이 반이다. 이 봄은 시작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아자 아자, 봄이 가기 전에 빨리빨리 소액적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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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전세 계약한 그 사람이 아니네?

세상 어떤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쉽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나름의 대가를 치러야 학습이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전세 사건도 그랬다. 이사를 오면서 전세를 놓고 나왔는데 세입자가 원해서 전세권 설정까지 해주고 난 다음 하필 보일러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오고 가다가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그들은 우리가 계약한 서류상(법적) 당사자가 아니었다. 속칭 '전전세'라고 한다던가. 즉, 계약자 따로, 실거주자 따로인 것이다. 세입자는 부동산 아저씨께 "본인 명의가 아니"라고 말했다는데 우리 부부는 들은 바가 없었다. 

들은 바가 없었어도 "본인이십니까?", 이 한마디만 물어 보았더라면, "주민증 서로 확인합시다" 이 한마디를 추가로 물었다면 계약이 성립할 수 없었을 텐데 그걸 묻지 못했다. 나이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너무도 본인 같았기에 '본인'이냐고 묻지를 않았는데 사단이 난 것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아무런 양해 없이 듣도 보도 못한 사람과 계약이 됐다는 것에 불쾌했고 남편은 법적인 문제를 수소문해 봤다. 결론은 전세금을 돌려줄 때 '실거주자'가 아닌 얼굴 모르는 '법적 계약자'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본인이십니까?" 계약할 때 잊지 마세요

우리가 뒤늦게나마 알았으니 망정이지 계약자 따로 실거주자 따로'인 것을 모르고, 계약 해지 시 실거주자에게 돈을 돌려 주었을 경우 문제가 발생한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서류상 계약자가 뒤늦게 나타나 "나는 받은 적 없다, 내 돈 돌리도"하면 꼼짝없이 다시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서 세입자에게 계약 만료 시에는 반드시 법적(서류상) 계약자가 함께 해야 됨을 미리 알리는 것으로 상황은 마무리됐다. 

우리 경우는 돈을 받는 입장이어서 다행이었지만 반대로 세를 드는 입장이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사람을 믿어야 되겠지만 세상에 못 믿을 사람 천지이니... 더구나 서울의 경우 주인은 지방에 있고 임대는 대리인이 나서서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나 같은 초보자들은 그런 집엔 아예 세를 들지 말지어다.  

반드시,

"본인이십니까? 확실한 게 좋으니 서로 주민증 확인합시다"

를 꼭 말하자.

뭐시라? 니만 정신 차리면 된다고요? 물론 맞습니다, 맞고요. 그러나 실제로는 꼭 나 같은 초보자가 있게 마련이다. 앞서 얘기했듯 누구에게는 땅 짚고 헤엄치기이나 혹자에게는 경험을 해야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일 수도 있다.

한 번 더 강조. 

전세 계약 시 "본인이십니까? 주민증 확인합시다"라고 반드시 물어 보자. 그래서 아닐 경우는? 인상이 좋고 사람이 어때 보여도 절대 계약을 해서는 안 된다. 아무 일 없을 수도 있지만 문제 생길 확률도 많다. 더욱이 돈에 살고 돈에 죽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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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으로 스며든 햇살에 눈이 부시다. 아마 이런 빛을 일주일쯤 쏟아 부어주면 우리 동네에서도 꽃이 피지 싶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 봄은 저 혼자만 오는 것이 아니라 꽃과 초록을 몰고 오기에 그 어떤 손님보다 반갑다. 

이런 봄 햇살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커피 점 창가? 대학캠퍼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들녘? 아니면 남녘의 어느 청 보리 밭 언덕? 다 좋다! 봄 햇살은 그 어떤 꾸밈보다 화려하게 사물을 있는 그대로에서 한층 더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 꽃들 봄이 대단한 것은 이분들이 날 잡아봐라~~~하기 때문..^^


 

며칠 전, 우리 도시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엘 갔다가 재래시장이야 말로 봄 햇살과 찰떡궁합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햇살은 하늘 가운데서 조명을 비추듯 길게 일자로 늘어선 시장 통을 비추었고 시장사람들은 분주하게 팔 물건들의 맵시를 다듬고 있었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었을 뿐인데도 장사꾼도 손님도 가득한 것은 아마 봄이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나도 아이를 보내고 나서 바로 달려왔듯이 다른 분들도 일단은 시장부터 하면서 그러했으리라.

재래시장의 장점

대형마트가 처음 생겼을 때는 왠지 주말마다 그곳에 가지 않으면 뭔가 소외된 듯 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을 끄는 ‘새로운’ 매력이 있었다. 영화에서나 봤지 우리가 언제 그런 대형 상점 구경이나 했간? 수레한번 밀어보는 재미, 차 트렁크에 수북이 산 물건 실어보는 재미, 장보기 후 마트 옆에 딸린 음식점에서 한 끼 먹어보는 재미.... 마트는 나름대로 매력 있었다.

그러나 그 것도 한두 번이지 아니 이제 한 10년 했으니, 좀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요즘처럼 물가가 출렁이는 시절에는 대형 상점에 가봐야 득 될 거 하나 없다. 채소류는 나름대로 신선하다지만 비싸기만 하고, 하나 값에 두 개 준다는 말에 속아 덥석 쥔 과자류도 계산할 때 보면 결코 싸지가 않다. 

공기는 또 어떻고. 나는 호흡기가 약해서 그런 곳에 가면 코와 눈이 먼저 분위기 파악을 한다. 각종 플라스틱 상품이나 비닐포장지, 혹은 물건 박스가 뿜어내는 그 독한 냄새는 이내 눈을 따갑게 하고 사람을 지치게 한다. 해서 어쩌다 한번 구경삼아 갔다가도 이내 나와 버리게 된다.   






그에 비해 재래시장은,

 

♥무척 여유롭다.

♥일단은 공기가 신선하다.

♥무엇보다 먹거리들이 싱싱하고 싸다.

♥사람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물건을 싸고 팔 때 정겨운 말마디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마트에서는 기계적 계산과 서비스가 있지만 시장에서는 천원, 이천 원 물건 하나 사고도 그 것을 파는 아주머니와 작은 마음이 교환된다. 이 집에서는 돈 나물 한 봉지 이천 원, 저 집에서는 콩나물 천원어치를 사고팔아도 서로가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기분 나는 대로 충동구매해도 몇 만원을 넘지 않는다. 

얼마 전, 놀러온 언니네 둘째딸과의 대화.

“니가 결혼하고 나서 엄청 여물어졌는데 그동안 돈 좀 모았나? 별도의 비자금은 또 얼마나?”

“이모 그런 소리 하지마라, 돈 하나도 없다. 만날 카드 값 갚고 나면 가불인생이다(웃음).”

"그게 무슨 소리고?”

“마트를 안가야 되는데 집 옆에 있으니 아이 데리고 나갔다가 갈 데 없으면 참새방앗간처럼 들르다보니 그 소비 무시 못 하겠더라. 애는 애 대로 아토피고.”

“가면 꼭 살게 생기고? 놓치면 후회 할 것 같고~ 잉?”

“그렇지! 그래서 올해는 좀 자제해볼 생각이야. 내 인생에 득 될게 하나 없어요. ㅋㅋ”








▲ 꽃파는 아주머니 '우리꽃 예쁘게 찍어주이소~~'라고 말씀하셨는데 꽃파는 아주머니는 꽃들 만큼이나 화사하게 한 미모 하셨다. ^^

마무리

언젠가 보니 프랑스 파리에서는 대형 상점 보다 재래시장 인기가 높다고 하였다. 아니, 재래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의 대형마트 인허가를 내 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중소도시 구석까지 너무 많은 대기업 마트가 들어와 있다.

차 몰고 가서 트렁크에 가뿐하게 싣고 오니 일견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뜯어보면 우리가 모르게 지불하는 대가들이 분명 있다. 

결론은, 가까운 재래시장을 이용하자. 양이 많아 무거울 땐 택시를 타자. 재래시장 앞엔 항상 택시가 대기 중이다. 물건을 싸게 샀기에 택시 요금쯤이야 충분히 뽑는다. 그렇게 서민들끼리 서로 돕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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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의 끝자락 이사를 하였다. 만 10년에 두 달 빠지는 날을 살았던 정든 아파트를 떠나 이사를 하였다. 아, ‘정 든’ 이 아니구나. 막판 몇 년은 정말 지긋지긋했다.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서 가구 배치 한번 씩 바꾸고 물건하나씩 들이며 기분전환하며 살았다. 

또, 주어진 그 자체를 감사하지 못하고 방자하다 하늘이 노할까, 아니 그전에 내 양심이 항복하여 마음을 붙잡고 살았다. 좁다지만 이런 집 없는 사람도 많고, 이사 잘 못 가서 무서운 아래층사람 만나면 그 낭패는 또 어이하고, 둘째가 어리니 살던 데서 쭉 사는 게.... 아프리카에서는 어쩌면 내 집이 장관 집 쯤 되는지도 몰라 등등 이사못갈 이유를 대자면 끝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저런 핑계도 ‘10년’을 이길 수는 없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하물며 내 마음 쯤이야. 내 마음만이 아니라 가족모두 이사가 숙원(?) 사업이었다.

 

 

“엄마, 우리도 이사 가자.”

“어디로?”

“어디는 상관이 없다. 이집을 떠나서라면 그 어디든 좋다. 무조건 가자.”

애나 어른이나 모두 한계상황이 온 것이었다. 때마침 봄이 되니 이웃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입주부터 내리 13년 산 누구는 어디로 가고, 역시 13년 산 누구는 또 어디로, 10년 산 누구는 마침 전보 발령이라 또 어디로 가고 등등 10년 씩 함께 살던 이웃이 떠나니 내 마음도 들썩였다. 이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또 한해를 접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끔직했다. 

그래가자. 일단 부동산부터 가보자. 마음먹기 어려운 사람들은 시작이 곧 반인 즉 부동산에 집을 내 놓고 나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살던 아파트 너머로 모 임대아파트가 1차, 2차, 3차, 5차 수십 동이 지어져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눈에 확 들어왔다. 

해서, 결혼 하고 부터 살았던 79제곱미터 집을 세놓고 5백 미터쯤 떨어진 인근의 임대아파트 102제곱미터로 이사를 하였다. 마음먹고 옮기니 이렇게 쉬운 것을 그동안 인내하며 산 세월이 야속하고 야속했다. 4년 전에 왔더라면 아니 2년 전에 왔더라면.....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10년 동안 무탈하게 살게 해 주었던 전 집에 대한 의리도 없이 우리가족은 새집에 홀딱 넘어갔다.

좁으나마 ‘자가’를 살았기에 ‘임대’라는 말이 생소해서 처다 보지도 않았는데 막상 살리라 마음먹고, 또, 들어와 살아보니 세상에 임대아파트야말로 우리나라 주택 안정 정책의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걸 이제 알았냐구요? 아무튼 나는 이제 알았기에...긁적긁적) 

 


대한민국 아파트값 현주소? 내 아파트 값 현주소?

지난 <시사인>제 21,22 설 합병호에서는 우리나라 최고가 아파트 값의 현주소를 1등부터 99등 까지 등수까지 매겨가며 가격을 적시하였는데 세놓고 온 아파트값과 현재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 가격을 비교하려니 아예 비교자체가 무색하였다. 

나는 이 <시사인>기사를 보기 전에는 서울 아파트 값이 비싸다 해도 이렇게 비싼 줄 꿈에도 몰랐다. ‘타워팰리스’라 하면 글쎄 한 10억쯤? 정도였다. 왜냐하면 한 친구가 105제곱미터의 아파트를 3억에 샀다고 했으니 그 두 배면 6억, 강남이니 더하기 3~4억? 정도로 생각했었다. 나랑 상관없는 일이니 부동산값 어쩌고 해도 관심도 없고 이해도 안 되었다.

결정적인 것은 우리 집이 10년 동안 집값 변동이 전혀 없었기에 집값이 비싸도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 서울 집값이 하도 비싸서 내 집값 밝히기 쑥스러우나 79제곱미터 우리집값은지난 10년간 줄곧 6000만원이었다. 그리고 이사 온 임대 아파트는 102제곱미터 6700만원이다.  

내사정은 이러한데 <시사인>에서 밝힌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타워팰리스 1차 245제곱미터는 53억 6000만원이었다. 헉! 말로만 듣던 타워팰리스가 그렇게 비싼 줄이야. 몰랐다. 꿈에도 몰랐다. 

비싸야 10억 인가 했는데....53억 6000만원은 도대체 우리 아파트값의 몇 배인가. 계산이 안 된다. 아, 계산 할 것도 없이 얼추 ‘90배’인가. 면적은 3배인데 가격은 90배라? 도대체 6000만원으로 타워팰리스 화장실 타일 몇 개나 붙일 수 있는지...

<시사인>에 의하면 강남권 고가 아파트 1등은 245제곱미터에 53억6000만원이고 제일 낮은 99등은 145제곱미터에 20억5000만원이었다. 100제곱미터 차이에 가격은 33억이나 차이가 나다니. 3.3제곱미터(1평)에 1억씩 추가되는 꼴이다. 

또, <시사인>에 의하면 우리나라 아파트의 하위 20%권 아파트 실거래가는 70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하였다. 대한민국 평균은 약 1억 5천, 서울시 평균은 약 3억 3천이었다. 상위 5%에 들려면? 5억 원짜리에 살면 되었다. 상위 2%에 들려면? 15억 원이면 들 수 있다고 하였다.

워매, 워매, 그러면 내 좌표는 어떻게 되는 것이여? 아파트 가격으로 볼 때 나는 대한민국 하위 20%에 속한다. 대한민국 평균의 절반도 못 되는 가격이다. 아파트 아닌 예금으로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면 나는 불쌍한가? 

 


천만에. 하나도 안 불쌍하다. 오히려 기껏해야 145~245제곱미터에 살면서 방바닥에 20~50억씩 깔고 앉은 사람들이 애처로울 뿐이다. 그런 집에 살면 잠이 더 잘 오나? 수명이 한 200년으로 길어지나? 사업이 더 잘되나? 어째 살다보니 그런 집에 살게 되었다면 부디 그 집 팔고 떠나면서 남는 돈 세는 기쁨을 누리시라.

(머시라? 예금은 그 보다 더 많아서, 즉, 돈에 구애 안 받는 삶이라 떠날 필요 없다고요? 그렇담 ‘도덕적’으로 떠나야지요? 그렇게 금싸라기에 앉아서 자꾸 집값 올리면 서민들이 불쌍하잖아요.) 

내재적 가치로 보자면 별 차이 없는데 가격으로는 이렇게 차이가 나니 정말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면적이 적은 48등한 ‘압구정 구 현대 4차 아파트’ 118제곱미터는 25억이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와 비교하자면 기껏 16제곱미터(약 5평) 더 넓을 뿐인데 가격차가 ‘37배’나 난다는 것은 개인의 손실이자 국가의 손실이란 생각이 든다.

주택공사 토지공사는 그동안 뭐 했수?

아무튼 이번 이사를 하며, 집값의 격차를 어마어마한 숫자로 느끼며, 문득, 의문이 드는 것은 주택공사 토지공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나 하는 것이었다. 대한 주택공사는, 토지개발공사는 서민들의 안정된 주거 환경을 위하여 그동안 얼마나 어떻게 노력했는지 심히 궁금하였다. 

진즉에 땅값 오르기 전에 땅을 사고 영구임대주택을 홍보하고 지었더라면 아파트 투기 공화국은 애초에 싹이 자랄 수 없지 않았느냐 말이다. 어제 우리지역에서 공개된 한 견본 주택을 가보니 3.3제곱미터 당 800만원이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3.3제곱미터 당 500만원이었는데 1년 새 그렇게 올랐다. 

내가 살게 된 임대아파트의 경우 물가를 감안해 1년에 350 만 원 정도 오를 수 있다고 했는데 일반 민간 건설사는 일 년 사이 3.3제곱미터 당 300만원이 올랐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이웃 일본 꼴 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어쩌면 그 정점을 향해 ‘최 고속’으로 달리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가 아니고 달리고 있다고요? 결승점 다 와 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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