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으로 스며든 햇살에 눈이 부시다. 아마 이런 빛을 일주일쯤 쏟아 부어주면 우리 동네에서도 꽃이 피지 싶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 봄은 저 혼자만 오는 것이 아니라 꽃과 초록을 몰고 오기에 그 어떤 손님보다 반갑다. 

이런 봄 햇살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커피 점 창가? 대학캠퍼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들녘? 아니면 남녘의 어느 청 보리 밭 언덕? 다 좋다! 봄 햇살은 그 어떤 꾸밈보다 화려하게 사물을 있는 그대로에서 한층 더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 꽃들 봄이 대단한 것은 이분들이 날 잡아봐라~~~하기 때문..^^


 

며칠 전, 우리 도시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엘 갔다가 재래시장이야 말로 봄 햇살과 찰떡궁합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햇살은 하늘 가운데서 조명을 비추듯 길게 일자로 늘어선 시장 통을 비추었고 시장사람들은 분주하게 팔 물건들의 맵시를 다듬고 있었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었을 뿐인데도 장사꾼도 손님도 가득한 것은 아마 봄이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나도 아이를 보내고 나서 바로 달려왔듯이 다른 분들도 일단은 시장부터 하면서 그러했으리라.

재래시장의 장점

대형마트가 처음 생겼을 때는 왠지 주말마다 그곳에 가지 않으면 뭔가 소외된 듯 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을 끄는 ‘새로운’ 매력이 있었다. 영화에서나 봤지 우리가 언제 그런 대형 상점 구경이나 했간? 수레한번 밀어보는 재미, 차 트렁크에 수북이 산 물건 실어보는 재미, 장보기 후 마트 옆에 딸린 음식점에서 한 끼 먹어보는 재미.... 마트는 나름대로 매력 있었다.

그러나 그 것도 한두 번이지 아니 이제 한 10년 했으니, 좀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요즘처럼 물가가 출렁이는 시절에는 대형 상점에 가봐야 득 될 거 하나 없다. 채소류는 나름대로 신선하다지만 비싸기만 하고, 하나 값에 두 개 준다는 말에 속아 덥석 쥔 과자류도 계산할 때 보면 결코 싸지가 않다. 

공기는 또 어떻고. 나는 호흡기가 약해서 그런 곳에 가면 코와 눈이 먼저 분위기 파악을 한다. 각종 플라스틱 상품이나 비닐포장지, 혹은 물건 박스가 뿜어내는 그 독한 냄새는 이내 눈을 따갑게 하고 사람을 지치게 한다. 해서 어쩌다 한번 구경삼아 갔다가도 이내 나와 버리게 된다.   






그에 비해 재래시장은,

 

♥무척 여유롭다.

♥일단은 공기가 신선하다.

♥무엇보다 먹거리들이 싱싱하고 싸다.

♥사람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물건을 싸고 팔 때 정겨운 말마디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마트에서는 기계적 계산과 서비스가 있지만 시장에서는 천원, 이천 원 물건 하나 사고도 그 것을 파는 아주머니와 작은 마음이 교환된다. 이 집에서는 돈 나물 한 봉지 이천 원, 저 집에서는 콩나물 천원어치를 사고팔아도 서로가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기분 나는 대로 충동구매해도 몇 만원을 넘지 않는다. 

얼마 전, 놀러온 언니네 둘째딸과의 대화.

“니가 결혼하고 나서 엄청 여물어졌는데 그동안 돈 좀 모았나? 별도의 비자금은 또 얼마나?”

“이모 그런 소리 하지마라, 돈 하나도 없다. 만날 카드 값 갚고 나면 가불인생이다(웃음).”

"그게 무슨 소리고?”

“마트를 안가야 되는데 집 옆에 있으니 아이 데리고 나갔다가 갈 데 없으면 참새방앗간처럼 들르다보니 그 소비 무시 못 하겠더라. 애는 애 대로 아토피고.”

“가면 꼭 살게 생기고? 놓치면 후회 할 것 같고~ 잉?”

“그렇지! 그래서 올해는 좀 자제해볼 생각이야. 내 인생에 득 될게 하나 없어요. ㅋㅋ”








▲ 꽃파는 아주머니 '우리꽃 예쁘게 찍어주이소~~'라고 말씀하셨는데 꽃파는 아주머니는 꽃들 만큼이나 화사하게 한 미모 하셨다. ^^

마무리

언젠가 보니 프랑스 파리에서는 대형 상점 보다 재래시장 인기가 높다고 하였다. 아니, 재래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의 대형마트 인허가를 내 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중소도시 구석까지 너무 많은 대기업 마트가 들어와 있다.

차 몰고 가서 트렁크에 가뿐하게 싣고 오니 일견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뜯어보면 우리가 모르게 지불하는 대가들이 분명 있다. 

결론은, 가까운 재래시장을 이용하자. 양이 많아 무거울 땐 택시를 타자. 재래시장 앞엔 항상 택시가 대기 중이다. 물건을 싸게 샀기에 택시 요금쯤이야 충분히 뽑는다. 그렇게 서민들끼리 서로 돕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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