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전세 계약한 그 사람이 아니네?

세상 어떤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쉽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나름의 대가를 치러야 학습이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전세 사건도 그랬다. 이사를 오면서 전세를 놓고 나왔는데 세입자가 원해서 전세권 설정까지 해주고 난 다음 하필 보일러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오고 가다가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그들은 우리가 계약한 서류상(법적) 당사자가 아니었다. 속칭 '전전세'라고 한다던가. 즉, 계약자 따로, 실거주자 따로인 것이다. 세입자는 부동산 아저씨께 "본인 명의가 아니"라고 말했다는데 우리 부부는 들은 바가 없었다. 

들은 바가 없었어도 "본인이십니까?", 이 한마디만 물어 보았더라면, "주민증 서로 확인합시다" 이 한마디를 추가로 물었다면 계약이 성립할 수 없었을 텐데 그걸 묻지 못했다. 나이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너무도 본인 같았기에 '본인'이냐고 묻지를 않았는데 사단이 난 것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아무런 양해 없이 듣도 보도 못한 사람과 계약이 됐다는 것에 불쾌했고 남편은 법적인 문제를 수소문해 봤다. 결론은 전세금을 돌려줄 때 '실거주자'가 아닌 얼굴 모르는 '법적 계약자'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본인이십니까?" 계약할 때 잊지 마세요

우리가 뒤늦게나마 알았으니 망정이지 계약자 따로 실거주자 따로'인 것을 모르고, 계약 해지 시 실거주자에게 돈을 돌려 주었을 경우 문제가 발생한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서류상 계약자가 뒤늦게 나타나 "나는 받은 적 없다, 내 돈 돌리도"하면 꼼짝없이 다시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서 세입자에게 계약 만료 시에는 반드시 법적(서류상) 계약자가 함께 해야 됨을 미리 알리는 것으로 상황은 마무리됐다. 

우리 경우는 돈을 받는 입장이어서 다행이었지만 반대로 세를 드는 입장이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사람을 믿어야 되겠지만 세상에 못 믿을 사람 천지이니... 더구나 서울의 경우 주인은 지방에 있고 임대는 대리인이 나서서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나 같은 초보자들은 그런 집엔 아예 세를 들지 말지어다.  

반드시,

"본인이십니까? 확실한 게 좋으니 서로 주민증 확인합시다"

를 꼭 말하자.

뭐시라? 니만 정신 차리면 된다고요? 물론 맞습니다, 맞고요. 그러나 실제로는 꼭 나 같은 초보자가 있게 마련이다. 앞서 얘기했듯 누구에게는 땅 짚고 헤엄치기이나 혹자에게는 경험을 해야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일 수도 있다.

한 번 더 강조. 

전세 계약 시 "본인이십니까? 주민증 확인합시다"라고 반드시 물어 보자. 그래서 아닐 경우는? 인상이 좋고 사람이 어때 보여도 절대 계약을 해서는 안 된다. 아무 일 없을 수도 있지만 문제 생길 확률도 많다. 더욱이 돈에 살고 돈에 죽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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