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푼다. 어제 큰애 운동회라서 오랜만에 통닭한마리 시켜서 신나게 먹었다.

퇴근후, 먹다 남은 통닭을 보던 남편, 아니, 시방 시절이 어느땐데 이런걸 시켜묵노?

그말을 듣는 순간 바로 우웩~~ 속이 울렁거렸다.

아 그래서 지난해엔 학교앞에 통닭들이 수십가방씩 쌓여있었는데 올해는 고작 10개씩 밖에 보이지 않았구나...

아무튼, 남편의 말이 병이 되어 속을 개운하게 맨들 요량으로 얼큰한 신라면이라도 하나

끌여 묵으까하며 신라면을 손에 들자 보란듯이 떠오르는 생각, 라면스프에 소뼈성분이 들었있다고하는데.... 해서, 또 속이 니글니글.... 긍께 우리는 앞으로 무얼먹고 살아야 될까.

"너나 먹어 미친 소"
 - 청계천을 집회장을 다녀와서

말한다. 역사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광우병 쇠고기가 위험하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의 과학적-전문가적 논쟁에 가담할 생각은 없다. 필자가 분명히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류의 역사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라는 거다.

언뜻 우발적 사건처럼 보이는… 그러나 역사의 어떤 본질과 맥이 닿아있는… 무엇인가?

말한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지위를 향상시켜 온 역사였다.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러고 이러한 '지위'에 대한 제대로 된 감각은 기성세대는 절대로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도 몰랐다. 오늘 저녁 8시 30분 현재 청계천에 모인 1만 5천의 저 어린 학생들이 필자보다 훨씬 더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볼 줄이야…. 이 점이 각별하다.

광주학생의거도 우발적 사건처럼 보이지만… 역사의 어떤 본질과 닿아있다. 광주 송정역에서 일본인 학생이 댕기 머리를 한 조선 여학생을 희롱한 몇몇 개인의 잘못된 행동이 왜 조선과 일본의 민족 자존심 대결로 변하였느냐다.

그때 빌어먹을 맹바귀의 개 조선일보가 있었다면 그렇게 썼을 것이다. 일본인 학생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지만… 조선여학생 댕기 머리가 신기해서 만져보려다가 불상사가 일어난 것인데… 개인의 잘못에 불과하니 경찰 당국의 처분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그러나 젊은이들은 알았던 것이다. 기성세대가 포착하지 못하는 어떤 본질을. 프랑스의 68 학생혁명도 마찬가지다. 우발적인 여러 사건들의 집합. 모든 기성의 가치를 때려 부순다는 불분명한 구호. 뭘 어쩌자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그러나 결국 역사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 누구도… 그 어떤 지식인도 그 현장에서 역사의 흐름을 포착하지 못한… 효순이 미선이 촛불시위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단순한 반미의 문제는 아니다. 미군 장갑차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차원이다.

인간에 대한 대접의 문제다. 노예근성에 찌든 기성세대는 절대로 모른다. 보릿고개 겪으며 대접 못 받고 자라온 기성세대들이 인간을 제대로 대접하려 들지 않는다. 어릴 적에 매 맞고 자란 어른이 아이를 매질한다. 자기가 겪은 것 겪게 만들고 싶은 심리 분명 있다.

지네들은 광우병 쇠고기라도 없어서 못 먹고 자란 주제이니… 신경 안 쓴다. 청계천에 모인 1만 5천여 인파. 고등학생이 많았다. 특히 여고생이 많이 눈에 띄었다.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가 그러했듯이….

어린 학생들의 대접을 받고 싶은 심리… 헐벗고 굶주린 6.25세대는 절대로 이해 못 한다. 위대한 역사의 동력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거다. 역사는 항상 이래 왔다.

이건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반미도 아니고 친미도 아니고…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다. 정치적 시비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냐 아니냐의 관점에서 볼 사태가 아니다. 그 차원이 아니란 말이다. 맹바귀들 시민단체 불러서 끝장 토론하자고? 장난하나!?

인권이다. 인간이 인간을 제대로 대접하는 것. 이것이 본질이다.

'이제는 인간이 인간을 대접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라는 정신을 선언하자는 거다. 우리는 만방에 선언해야 한다. 우리 세계 앞에서 똑바로 외쳐야 한다. 한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이며… 그 점에서는 적어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고 싶지 않다고. 오직 일등이 되고 싶다고. 최고로 대접받고 싶다고. 일본이 20개월 기준이면 우리는 19개월일지언정 그 이상은 있을 수 없다고. 상상할 수도 없다고.

이건 절대로 경제논리나 정치논리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왜 일본이나 혹은 여타의 다른 나라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왜 더 못한 고기를 먹어야 하는가? 쇠고기뿐 아니다. 다른 어떤 먹거리라도 마찬가지다. 먹거리 뿐 아니다. 효순이 미선이의 희생도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우리 젊은이들은, 우리 집 아이들이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못한 대접을 받게 할 수는 없다.

명박이류 기성세대는 노예대접을 받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조중동은 그러다 죽든 말든 상관없다. 니들은 광우병 쇠고기 먹고 죽어라! 상관없다. 절대로 내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보다 홀대할 수는 없다. 반드시 최고의 대접을 받아야 하며 거기서 이등 대접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

맹바귀들이 조중동을 활용하여 홍보전에 나설 모양이다. 설사 세계의 모든 과학자들이 미국 쇠고기의 안전을 보장하더라도 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안전한가 그렇지 않은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운명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 이건 인권문제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절대로 상상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대접받고 싶어한다. 죽어도 내 아이들은 남들보다 좋은 것 먹이고 말겠다는 엄마의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68 학생혁명 뺨치는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그때 프랑스 지식인 누구도 꿰뚫어보지 몰했다는 사실 기억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더 이상 우롱당하고 싶지 않다. 우리 아이들은 최고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

4년 전 탄핵반대를 외쳤던 내가 오늘 '너나 먹어 미친 소'를 외치게 될 줄이야. 앞으로 몇십 번을 더 이곳에 나와야 한다는 말인가? 5년 내내? 이건 시작의 시작일 뿐이란 말인가!!!!! 젠장!

 

ⓒ 김동렬


원문 - http://www.drkimz.com/bbs/view.php?id=notice&no=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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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티소녀 2008-06-08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청에 모인 사람들의 물결을 보니,
난 가슴이 벅차 오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나더라고...

얼굴만 봐도 반갑고 등이라도 토닥거리주고 싶고...
그딘 오늘 금란교회 김홍도목사가 개념이 없이 하는 말에
며칠 전 대학생이 지하철에서 하던 말이 생각나더라

'우린 아직 판단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그리고 세상에 대적하기 보다는 우선 목사님 말씀을
듣고 따라야 한다'는....스물살이며 자기 자신을 책임질 나인데..

6월 10일 난 만사 제치고 시청으로 가보려고 해
그리고 난 우리 시민의 힘을 믿고 싶기도 하고...

폭설 2008-06-08 20:03   좋아요 0 | URL
이럴땐 서울 사람들이 부럽네요.^^ 저는 가고 싶지만, 형편이 안되서...^^
촛불 크게 밝히시고 프락치들 조심하세요.

어째, 쇠파이프가 어색다 했더니...적들의 농간이었더군요.^^
 

초등학교 3학년인 큰 애가 보건 수업에서 '포경수술'에 대해 배웠다면서 들은 바를 전해주었다.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는, 고추에 때가 끼기 때문에 해주지 않으면 이 다음에 결혼해서 아기 낳을 때 건강하지 못한 아기를 낳는대. 그래서 꼭 해야 하는데 초6이나 중1에 하는 것이 좋대. 우씨, 나는 엄마가 포경수술비 15만원 들이는 게 아까워 내 포경수술을 안 해주어 이 다음에 내 자손은 멸종하고 말거야."

아이의 투정을 듣고 놀랐다. 지난 해인가 성교육 강사 구성애씨가 우리 도시의 모 할인점에서 성교육 강의를 할 때 남자아이들 포경수술 할 필요 없음을 조목조목 설명하기에 안도했다. '이제 드디어 우리나라의 남자 아이들도 포경수술로부터는 확실히 해방되는구나' 생각했는데 일선학교에서는 아직도 포경수술에 대한 이해를 달리하나 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직은 '포경수술 안 해도 된다'는 정보보다 비뇨기과 의사들에 의해 '하면 깨끗하고 좋다'는 정보가 더 많은 것 같다. 때문에 나는 비뇨기과 의사들에게 불만이 많다. 비뇨기과 의사들은 누구보다 확실히 알 것이다. 포경수술 할 필요가 없음을 말이다. 

언젠가 TV에서도 유명한 비뇨기과 의사가 나왔는데 아나운서가 포경수술에 대해 물으니, "아, 그건, 선택 사항입니다. 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됩니다"라고 한다. 나는 그 대답을 들으면서 심히 안타까웠다. 다른 의사도 아니고 비뇨기과 의사라면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아, 좋은 질문입니다. 아직도 포경수술을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건 '왜곡된 정보'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98%)은 포경수술 안 해도 됩니다. 할 필요 없습니다. 의학적으로 꼭 해야 될 '진성포경'인 경우만 하면 됩니다."(진성포경: 포피가 뒤집어지지 않아 귀두를 노출할 수 없는 상태, 벗겨지지 않는 포피)

라고 했어야 정답 아닌가 말이다.

여담이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그의 자서전에서 포경수술(할례의식)을 찬성하였다. 그는 말하기를,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그 정도의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게 참을 수 있어야 된다고 하면서 찬성하였다. 요즘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정은 어떤지 몰라도 만델라 대통령의 어린 시절엔 성인식을 치르면서 포경수술을 하였다고 한다. 마취도 없이…. 

만델라 대통령은 그 과정이 굉장히 아팠지만 참아야 된다고 생각했고, 거뜬히 참아냈고, 당당하게 '사나이'가 되었다며 자부심이 강했다. 역으로 말하자면 포경수술은 만델라 대통령의 어린 시절처럼, 자연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으며 어렵게 살던 시절에 자연으로부터 강인하게 살아남기 위한 (종교적) 심신수련의 일환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즉, 아파트에서 포시랍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현재 우리네 아이들에게 시킬 것이 아닌 것이다. 아니, 아님을 넘어 가혹하고 생생한 '폭력'이고 '인권 유린'이다.

나는 주변에 남자 아이를 둔 부모를 보면 한번쯤은 포경수술 할 필요 없는 이유에 대해 성교육 책에서 본 대로 설명하는데 다들 반응이 나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아마 몇 번의 내 기사를 본 분들도 어쩌면 그러지 않으셨을까. 해서 오늘은 확실한 증명서 한 장을 붙인다.(웃음)

 

 

 

[필독] 엄마가 알아야 하는 잘 못된 포경수술 상식 3가지
(출처: 구성애의 푸른 아우성)


첫째, 포경수술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렇지 않다. 세계 절대 다수의 남성들은 포경수술을 하지 않는다. 세계 포경수술의 대부분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종교적 이유로 행하여지며 이슬람교를 제외한 세계 포경수술 비율은 약 5%, 이슬람교를 포함하더라도 약 20% 정도이다. 

둘째, 포경수술은 선진국에서 많이 행해진다?

지금까지 대대적인 의학적 포경수술은 대부분 미국에서 행해진다고 알려졌으나 미국에서도 포경수술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때 미국의 영향으로 포경수술이 유행했던 캐나다, 영국, 호주 등의 영어문화권에서도 최근에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포경수술이 성행인 나라는 필리핀과 우리나라다. 

셋째, 포경수술은 12살 전후에 해주는 것이 좋다?

이것은 몇몇 비뇨기과 의사들의 의견으로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어 왔던 것. 즉, 세계적인 추세나 미국의 경우에도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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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2009-12-2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구성애 포경수술 절대로 하지 마라 뉴버전 동영상 4분짜리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19039946&q=%C6%F7%B0%E6%BC%F6%BC%FA ;[새창에서 열기]



시사매거진 2580 남성수술의 실체 동영상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214&aid=0000058874& ;[새창에서 열기]


클릭하세요
 

한국방송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가 종영을 며칠 앞두고 있다. 며칠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길게(?) 중독될 일 없기에 요즘 계속 보고 있다. 무엇보다 열심히 챙겨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수아 할머니 최여사(김영옥분)가 언제 며느리(김해숙분)에게 ‘사과’하나 궁금해서이다.

내가 며느리라서, 가재는 게 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 드라마에 나오는 시어머니는 정말 보는 내 가슴마저 답답하게 한다. 시어머니를 대하는 오동지(김해숙분)를 보면 항상 참고 쩔쩔 매는 것이 눈에 보인다. 시어머니 앞에서는 할 말도 못하고 그저 예예하다가 정도가 심하면 한마디 대거리를 해보지만 본전 찾기는 언감생심이다.

어제는 보니, 온가족이 소파에 모여 앉아 얘기를 하는 장면인데 동지는 그냥 서 있었다. 동지가 그렇게 서 있는데도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불편하지 않은지 유쾌하게 담소를 나누었다. 바퀴의자(휠체어)에 앉은 남편을 보좌한다는 명분 때문이라면 아들 백호가 해도 충분 할 것이다. 그렇거늘, 그냥 서있는 동지를 보니 딱했고 그 집에서 그녀의 위치가 그러함을 각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이드라마를 보면서 이 드라마 작가가 참 궁금했다.  작가는 왜 저런 시 어머니상을 그려주는 것일까.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아직도 며느리를 저런 식으로 대하는 시어머니들이 많기에 그냥 현실을 반영해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수아 할머니가 보여주는 며느리에 대한 인식이 타당하다 생각하기에 그렇게 그리는 것일까.

다른 사람에게는 다 잘하면서 유독 며느리만 마주치면 그 ‘파리한’ 표정이라니. 당신 아들이 좋아서 난리인데 시어머니인 자신이 왜 그리 미워하는지. 아들에게 못한다면 모를까. 보아하니 아들에게도 지극정성인데 매순간 꼬투리 못 잡아 안달인 표정이었다.

만약 현실에서도 아직 그런 시어머니가 있다면 정말 그런 시어머니를 둔 부부의 앞날이 걱정된다. 드라마는 드라마이니 결국은 갈등이 해소되고 행복한 결말을 맺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할머니 최여사가 동지에게 하는 행동은 며느리를 대하는 게 아니라 옛날 종을 부리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가만 보면 며느리 동지에겐 인격권이라는 게 전혀 없다. 그럼에도 식구들 누구도 항의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좀 유난하지만 다들 할머니니까 이해하는 분위기다. 

동지의 아들 백호마저도 남자라서 그런지 엄마가 당하는 심정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것 같다. 아마 며느리 동지의 마음은 ‘며느리’ 시청자들만 이해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이야 말로 드라마는 끝나도 문제는 남는다. 

드라마가 현실을 선도해야 될 의무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바람직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도 드라마가 가진 존재의미가 아닐까. 드라마 다 끝나서 고부간 갈등 해소하지 말고 진작에 바람직한 고부관계를 좀 보여주고 끝나게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인다.

드라마야 끝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쟁쟁한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이니 만큼 이 드라마가 준 정서적 느낌은 시청자들의 무의식 속에 오래 각인돼 있을 것이다. 좋은 의미들이야 문제가 없지만 이드라마의 고부관계는 시대에 맞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기에 뒤끝이 개운하지 않다. 

하여간, 이제 와서 뭐라 한들 어쩔 수 없지만, 그저 한편의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래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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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면 꼭 찾아먹는 것 중의 하나가 쑥떡이다. 

재래시장을 한 바퀴 휘돌다 보면 쑥떡 파는 아주머니를 만날 수가 있는데 봄엔 유독 그 쑥떡이 당겨 사먹게 된다. "제철음식이 제일"이라는 말에 견주지 않더라도 봄에는 왠지 쑥떡을 먹고 봄을 지내야 내 몸 어딘가에 다가올 여름을 대비할 면역이 생기는 듯 하다. 

 

그런데 이 쑥떡을 충청도에서는 쑥떡에다 '개'자를 넣어 '쑥개떡'이라 부르고, 모양도 직사각형이 아닌 호떡 모양으로 둥글게 빚는 것을 보았다. 몇년 전 친정인 충청도로 나들이를 다녀온 친구의 집엘 놀러갔다가 이 쑥개떡을 먹게 되었다. 

처음엔 쑥개떡을 준대도 그 중간의 글자 때문에 지래 맛없겠거니 생각하고 관심 없어했는데 자꾸 권하는 바람에 먹었다가 '띠잉, 이기 뭐꼬?' 한 입에 반했다. 쑥떡은 뭐니뭐니 해도 고소한 콩고물을 진하게 묻혀먹는 것이 제일이라 여겼다. 그런데 콩고물 없이 참기름만 살짝 발라먹어도 맛있음을 그 충청도 '쑥개떡'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되었다.

해서 '쑥개떡'을 안 그 이후부터는 봄에 그 친구를 만나게 되면 친구 어머니의 안부보다 올해는 쑥개떡을 하셨는지 어쨌는지를 더 궁금해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올해는 쑥개떡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무튼 한 봉지씩 사먹던 쑥떡을 올해는 직접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어머니께서 쑥을 보내주었는데 쑥국을 끓여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 쑥국 두어번 끓여먹고 남는 것은 삶아서 쌀 한 되와 함께 방앗간에 가져다주니 양이 너무 적어서 못해주겠다고 하였다.

 

"다른 집 거랑 합해서 해주면 안돼요?"

"그건 안 돼요. 그러지 말고 오늘 가져온 것만큼 만 더 뜯어 와요.  쌀도 한 되 더 가져오고. 요새 쑥 천지잖아요."

 

'쑥 천지?'

아닌 게 아니라, 인근 밭둑길에 나가보니 사방이 쑥이었다. 햇볕에 노출된 쑥은 이미 훌쩍 자라 시어보였으나 그늘이나 마른잡초 덤불 속에서 자라고 있는 쑥들은 연했다. 손으로 몇 줌 뜯어보니 손에 쑥물이 배여 안 되겠기에 집에 와서 칼과 봉지를 들고 다시 나가 확실하게 뜯었다.   

아주 '최대한 많이 뜯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뜯다가 왔는데 삶으니 '홀쪽'했다. 그래도 방앗간 아저씨가 필요하단 양 만큼은 될 것 같았다. 해서 이젠 쑥떡 해먹을 일만 남았다. 삶은 쑥은 일단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내가 가고 싶은 날 방앗간에 가져가면 된다.

'냉동실' 하니까 생각나는 데 이렇게 봄에 쑥을 뜯어서 삶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낙엽 지는 가을에 또 한 차례 해먹으면 그게 또 그렇게 별미일 수가 없다나. 아무튼, 이 봄이 가기 전에 이번에 뜯은 쑥으로 쑥떡을 해서, 늘 먹던 식으로 콩고물을 묻혀서도 먹고, 그냥 고물 없이 '쑥개떡' 식으로도 먹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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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4-2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군침 돌아요.
얼마전 문우가 쑥설기를 해와서 나눠먹었는데 참 맛나더군요.
제가 백설기를 좋아하니까 더 그랬던지 몰라도요..
색도 향도 좋지요. 쑥개떡 다 되면 사진 보여주세요^^

폭설 2008-04-29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되면 보여 드릴께요.^^ 우좌간 이봄에 쑥떡 많이 사드셔요.^^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유채꽃 하면 제주도고, 유채꽃을 풍성하게 원 없이 보려면 제주도를 가야 하지 않았나 싶은데. 요샌 전국 어디서나 유채꽃을 볼 수 있다. 그나마 이제 제주도가 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시간적으로 좀 일찍 유채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뿐 아닐까 싶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언제부터인가 봄이면 유채꽃물결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전의 유채꽃은 동네 공터 채전 밭이나, 길가에서 조금씩 보이곤 하던 수많은 봄 꽃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해마다 봄이면 우리 동네에서도 유채꽃은 꽃 중의 꽃으로 한차례 떠들썩하니 물결친다.

 

 


  
유채꽃 밭
 
유채

한 대학(영남대)은 지역민들을 위하여 학교 주변의 아주 넓은 빈 땅에 유채꽃밭을 만들었는데 얼마나 넓은지 해마다 장관을 이룬다. 때문에 인근 지역민인 우리들은 그 밭에서 유채꽃물결이 출렁이면 다들 한 번씩 들러 사진 찍고, 꽃 사이로 난 길을 가로지른 후에라야 제대로 된 상춘을 한 기분에 빠져든다.

지난 주말 우리가족도 예외 없이 그 유채 꽃밭을 찾았다. 바람이 좀 불어서인지 벌들이 왱왱거리지 않아 아주 편안하게 유채꽃밭을 거닐었다. 자세히 보니 이미 진 꽃자리마다 가는 유채씨앗 주머니가 생겨나 있었고 아직 열매는 극히 작아 보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주머니에서 유채씨앗은 점점 커지고 단단해지나 보았다. 제주도에서는 이 유채 씨로 기름을 짜먹는다고 하던데 나는 유채기름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 그 맛이 어떤지 궁금하다. 

 

 


  
사진으로 보기보다 훨씬 넓어...
 
유채꽃

인터넷에서 보니 유채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 기름을 짜먹을 수 있는 것과 냄새가 나고 맛이 없어 식용기름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하니 더더욱 그 냄새들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 유채는 꽃만 명물이 아니라 가축사료나 유기농비료, 화장품, 그리고 자동차 기름으로도 사용된다고 하니 놀랍다. 

그렇다면 내가 본 우리 동네 유채꽃밭 유채의 종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가만 생각하니, 항상 유채꽃이 만장같이 출렁일 때, 가서 사진 찍고 한차례 놀다온 다음부터는 유채꽃밭을 깡그리 잊어버렸다. 사람들이 더 이상 오지 않을 때 유채꽃은 어떤 기분일까.

 

 


  
청일점으로 서있는 것도 해 볼만...
 
유채꽃

우리 동네 유채꽃도 사람들이 눈요기를 다한 다음 또 다른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사료도, 화장품도, 자동차 기름도 못되고 그냥 그대로 갈아엎어(?)져 버리는 것일까.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다. 그래서 올해는 꽃이 지고 난 다음의 유채를 보러 필히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의 저 가득 찬 충만으로 볼 때는 언제까지 노랗게 ‘젊음’을 유지할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조금 있으면 저 꽃이 다 지고 초록의 씨앗주머니만 남게 되겠지. 상상이 안 간다. 그러나 질 날은 반드시 오겠고 올해는 그 지는 자리를 한번 보고 싶다. 꼭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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