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유채꽃 하면 제주도고, 유채꽃을 풍성하게 원 없이 보려면 제주도를 가야 하지 않았나 싶은데. 요샌 전국 어디서나 유채꽃을 볼 수 있다. 그나마 이제 제주도가 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시간적으로 좀 일찍 유채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뿐 아닐까 싶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언제부터인가 봄이면 유채꽃물결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전의 유채꽃은 동네 공터 채전 밭이나, 길가에서 조금씩 보이곤 하던 수많은 봄 꽃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해마다 봄이면 우리 동네에서도 유채꽃은 꽃 중의 꽃으로 한차례 떠들썩하니 물결친다.

 

 


  
유채꽃 밭
 
유채

한 대학(영남대)은 지역민들을 위하여 학교 주변의 아주 넓은 빈 땅에 유채꽃밭을 만들었는데 얼마나 넓은지 해마다 장관을 이룬다. 때문에 인근 지역민인 우리들은 그 밭에서 유채꽃물결이 출렁이면 다들 한 번씩 들러 사진 찍고, 꽃 사이로 난 길을 가로지른 후에라야 제대로 된 상춘을 한 기분에 빠져든다.

지난 주말 우리가족도 예외 없이 그 유채 꽃밭을 찾았다. 바람이 좀 불어서인지 벌들이 왱왱거리지 않아 아주 편안하게 유채꽃밭을 거닐었다. 자세히 보니 이미 진 꽃자리마다 가는 유채씨앗 주머니가 생겨나 있었고 아직 열매는 극히 작아 보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주머니에서 유채씨앗은 점점 커지고 단단해지나 보았다. 제주도에서는 이 유채 씨로 기름을 짜먹는다고 하던데 나는 유채기름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 그 맛이 어떤지 궁금하다. 

 

 


  
사진으로 보기보다 훨씬 넓어...
 
유채꽃

인터넷에서 보니 유채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 기름을 짜먹을 수 있는 것과 냄새가 나고 맛이 없어 식용기름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하니 더더욱 그 냄새들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 유채는 꽃만 명물이 아니라 가축사료나 유기농비료, 화장품, 그리고 자동차 기름으로도 사용된다고 하니 놀랍다. 

그렇다면 내가 본 우리 동네 유채꽃밭 유채의 종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가만 생각하니, 항상 유채꽃이 만장같이 출렁일 때, 가서 사진 찍고 한차례 놀다온 다음부터는 유채꽃밭을 깡그리 잊어버렸다. 사람들이 더 이상 오지 않을 때 유채꽃은 어떤 기분일까.

 

 


  
청일점으로 서있는 것도 해 볼만...
 
유채꽃

우리 동네 유채꽃도 사람들이 눈요기를 다한 다음 또 다른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사료도, 화장품도, 자동차 기름도 못되고 그냥 그대로 갈아엎어(?)져 버리는 것일까.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다. 그래서 올해는 꽃이 지고 난 다음의 유채를 보러 필히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의 저 가득 찬 충만으로 볼 때는 언제까지 노랗게 ‘젊음’을 유지할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조금 있으면 저 꽃이 다 지고 초록의 씨앗주머니만 남게 되겠지. 상상이 안 간다. 그러나 질 날은 반드시 오겠고 올해는 그 지는 자리를 한번 보고 싶다. 꼭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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