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하일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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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누구죠? 나는 왜 여기 와있는거죠?
2004년 1월 26일까지는 기억이 남아 있는데, 그 이후론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네? 오늘이 2005년 3월 6일이라구요? 설마, 그럴리가 없어요. 아!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면서 계절이 바뀐 것 같아요. 무더운 폭염,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폭우, 공활하며 높기만 했던 가을하늘, 알록달록 산에 묻어났던 가을빛 모자이크들, 코끝시린 겨울 하늘에 총총히 박혀 반짝이던 별들, 온세상이 하얗게 덮여버린 폭설까지... 생각해보니 1년이란 세월이 흐를만도 하네요.

잠깐, 물 좀 가져다 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

앞으로 2006년 1월 26일까지 이곳에서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그리고 무엇보다 23살의 멋진 청년이 되도록 노력하라구요. 그럼, 2004년 1월 26일까지의 기억을 재생시켜 이어주는건가요. 네, 알겠습니다. 어디 한번 해보겠습니다. 가끔, 힘들면 당신에게 찾아와도 되는거죠?


-누구에게 나를 진술한다고 생각해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입으로 글로 옮기는 것은 너무 힘겨운 일이다. 200여 쪽으로 구성된 한 인간의 독백,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읽어 내려 갔다. 실험적인 구성과 알찬 내용,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문장이 즐거운 독서를 안겨 주었다.

이젠 경마장으로 가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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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고전에서 배운다 1
성석제 외 지음 / 하늘연못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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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에 있어 최고의 책, 인류의 고전이라 여겨지는 3권의 책과 그런 책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

한국의 문인 183인에게 위와 같은 과제를 던졌다. 물론, 적당한 원고료가 오고 갔겠지만 말이다. 난 잠시 학생들의 독후감을 검사하는 선생님이 되었다. 그래서 한사람 한사람 꼼꼼히 따져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 나갔다. 백과사전식의 구성으로 처음엔 막연하게 느꼈지만, 조금씩 재미를 붙여나가니 두터운 분량도 쉽게 읽었다.
고전에는 여러가지가 있을터인데, 문학으로만 치우친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구성은 우리의 독서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잇을 것이다. 이 책의 기획력에 큰 박수를 보내며, 2권도 마저 구입해야겠다. (각권의 분량은 500여쪽이다.) 누가 썼는지는 모르겠다마 인상적인 책머리말의 일부분을 여기에 옮겨 적는다.


-책이 영상보다 위대한 점이 있다면 눈이 아니라 손으로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손은 우주를 더듬거리는 거대하지만 섬세한 눈이다. 당신이 한 사람을 눈으로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당신은 손으로 그 사랑을 실감하고 그 사랑에 도착하기를 얼마나 염원했던가.
우리가 책읽기에서 가졌던 그 수공업의 인내는 그렇게 공들여도 한 인간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 어려운 하나의 적실한 예가 될 것이다. 이 수동의 역사는 끈기 있는 소요를 치르고야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절박하게 비껴난 오솔길에 다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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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다고지 - 30주년 기념판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5
파울루 프레이리 지음, 남경태 옮김 / 그린비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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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다고지(pedagogy), 번역하면 '교육학'이란 뜻이다. 원제는 pedagogy of oppressed 이며 '피억압자의 교육학'이라고 해석된다.

△△교육학과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교육XX' '교육OO'같은 과목을 너무 싫어했엇다. 그냥 재미가 없었다. 아마 페다고지란 말이 '교육학'의 영어발음인 줄 알았다면, 안 읽었을 수도 있었다. 짧은 영어 실력을 탓할 수 밖에. 책이 나온지 30년이 지났지만, 이 책을 넘기다보면 고전의 힘을 알게 된다. 고작 20년 전에 태어난 내가 읽어도 새로운 시각을 해주니 말이다.

그는 현교육을 '은행저금식(banking education)'이라 비판하며 '문제제기식(problem posing education)'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견을 조목조목 내세워 나가는데,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와 매끄럽게 읽히지 않았다. 독자의 지적 능력을 탓할 뿐이다.

'의식화(conscientization)' '대화' '프락시스:이론적 실천' ' 문제제기식 교육' '비판의식' '열린 사회' 등의 단어로 크게 요약되는 이 책은 이정도의 개념을 숙지해도 좋을 것 같다.

'교육자'를 꿈꾸는 나에게 이 책은 간과하기 쉬운 한가지를 일깨워 주엇다. 그것은 바로 대화의 소중함이다. 교육에서의 대화는 생명인 것이다. 숨쉬는 교육, 늘 흐르는 개울물같은 교육, 깨어 있는 교육을 새롭게 꿈꾸게 되었다. 꿈꾸는 인생이기에 아직 우리는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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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전집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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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수명은 무한하다. 그래서 수백년의 수명을 지니는 고전(古典)도 존재한다. 가끔씩 고전을 읽다 힘에 겨워하는 것은 인간의 수명이 유한하기 ‹š문이 아닐까. 굳이 고전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화제가 되었던 책을 뒤늦게 읽다 보면 왠지 체할 것 같은 기분이다. 빨리 읽어 봐야겠다는 조바심이 앞서서일까. 그 시대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까.

들어가는 글이 의외로 길어지는 것 같아 다소 당황스럽다. 난 '기형도 전집'을 읽었다. 그의 유품 및 기타 등등이 이쁘게 포장되어 있는 종합 선물 세트. 어떤  사람은 '기형도'이름을 보더니 수학 공식이 아니냐고 물어본다. 그럴 수 있다. 나 또한 그를 늦게 알았으니.

시, 소설, 산문, 자료 등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적당한 가격에 전집다운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를 읽다보면 어느새 어두운 그림자가 책갈피 사이사이로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그의 시어들은 새벽까지 점등되어 있는 가로등처럼 뿌옆게 빛나고 있어 무턱대고 지차닐 수 없다.

'안개' '대학시절' '추억에 대한 경멸' '그 집 앞' '빈집' '소리의 뼈'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등이 주목할만 했다. 지나치게 주위에서 들어온 그의 이름값은 책장을 넘길수록 나에게 있어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처음 접해본 그의 산문들은 새로운 매력이었다. 몇 편의 소설은 경험에서 나온 것 같아 어슴푸레 그의 발자국을 따라가보게 햇다. 하지만 이런 글들로 그의 스무아홉 인생을 알 수 있을가. 다만 지금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그의 체취를 느낄 뿐. 그의 글을 문고판 크기의 시집으로 읽지 못하고, 하드커버의 클래식한 전집으로 읽어야 했던 것이 나에게 있어 큰 아쉬움이었다. 어쩌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체할 것 같았던 느낌이 그거였을가. 따뜻한 방안에 앉아 그의 아픔들을 웃으면서 이해할려고 했던 노력. 마음속으로 페이지를 접어 놓은 시 한편을 적으며 그를 생각해본다.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춧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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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이창식 번역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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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헐리우드 영화를 한편 본 것 같다.
올해 화제가 되었던 이 책은 '예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여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풍부한 종교사와 다양한 기호학, 언어학 등 많은 지식들을 서술하여 결코 재미만 가져다 주지도 않는다. 읽고 있으면 그와 함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음모에 가담하고 있는 기분이다. 독자들의 스토커적 기질을 잘 이용한 셈이랄까.

미국인 기호학 교수와 루브르 박물관장의 손녀이자 암호해독 전문가(그녀는 프랑스인)가 루브르 박물관장의 죽음에 관여하게 되어 일을 처리하게 된다. 느닷없는 사건의 개입은 헐리우드 영화의 초반부와 많이 닮아 있다. 그리고 미국과 프랑스, 나중엔 영구까지 돌아다니는 무대의 설정은 블록버스터 영화와 비슷하다. (영화화에 들어갔다니 기대해볼만하다.)

일단 재미있다. 많은 자료들을 수집해 거미줄처럼 엮은 그의 노력은 매우 가상하며,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적어도 마지막 책장을 덮기 전까지는.

오늘 세례를 받은 나에게 자칫 이 책은 신앙심을 흐트러뜨릴 수도 잇다고 생각될 정도로 지금의 교회에 대한 많은 반론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하나의 사실일 것이며 나 또한 진실일 수 잇다. 꾸준히 우리들에게 드러나는 음모들은 조금씩 우리 삶에 사실 혹은 진실을 잃어 버린 것은 아닐까. 다르게 생각해보면 각박해져 가는 현실에 하나의 돌파구, 해방구가 될 수도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옮긴이의 말에 적힌 성경의 한구절을 다시금 되새겨 보며 삶의 진실은 과연 어디에 있을가 생각해본다. 각자의 사람들이 하루씩 알차게 보내다보면 그것이 모여 삶의 진리가 되지 않을까. 여전히 사람들은 진리를 찾아 끝없는 여행을 하고 있으며, 그 여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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