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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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하면 그냥 꺼리게 되는 것들이 있다. 책도 마찬가지인데, 이책이 그랬다. 많은 홍보로 인해 그냥 싫었다. 그러다 편식은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다. 솔직히 말하자면 말년병장들은 할일이 꽤나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다 읽은 뒤의 내 심정은 별로였다. 정말 베이직한 이야기를 그럴싸한 말로 포장한 듯했다. 그럴싸한 말을 예를 들면,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기회가 가까이 오면 우리는 그걸 이용해야 합니다. 기회가 우리를 도우려 할 때 우리도 기회를 도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이런 식이다.

 산티아고라는 한 청년이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이 이책의 줄거리이다. 물론 다양한 경험 (집시 여인, 늙은 왕, 연금술사들과의 만남)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려고 넣었겠지만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솔직히 말하면 지극히 평범한(!) 말들을 (알고보면 작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하기 위해 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작은 사이즈의 적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책장을 덮기가 괘 힘들었다. 사람들의 극찬에 파묻혀 나 또한 칭찬을 하기엔 내 마음이 허락하질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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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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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항상 막걸리 냄새가 날듯하다.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막걸리'의 냄새가 날 것같은 것은 그만의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초청해서 막걸리 한사발씩 들이키면 밤을 같이 지새웠으면 한다. 내가 돈이 많으면 그쪽으로 가서 와인같은 술을 마실텐데,,,

 유쾌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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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남호 지음 / 현대문학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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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에게 '전과'라는 거창한 이름의 책이 등장했다. 생각해보면 '사전'과 '백과사전'의 조합일 것 같은, 사실은 그게 전부인 책이었다. 기차 모양의 수동 연필깎이와 함께 사주었던 그 전과. 자세히 얘기하면 동아 전과 혹은 표준 전과. 쌍두마차가 우리에게 있는 한 창의력은 가까이 할 수 없는 힘이었다. 세살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기에, 중,고등학교까지 버릇은 이어졌고, 수많은 참고서와 자습서(이 두책의 차이는 아직도 미묘하다)를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선물해 주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렇게 살아온 우리이고, 나도 그 우리 안에 갇혀 있었기에 선생님을 꿈꾼다는 것은 솔직히 무서웠다. 왠지 선생님은 참고서 이상의 그 무엇을 알아야 할, 아니 모든 것을 외우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환상은 낡은 책 한 권으로 깨졌지만.

 교사용 지도서.

 그들도 인간임을 나에게 인식시켜 주고, 선생님을 꿈꾸게 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참고서와 별반 다를 것 없던 그 책은 과연 선생님들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을까. 아무튼 이런저런 걱정과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가다 이책을 접했다. 접한 경로는 웹서핑.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되기에 이책을 다 읽은 나는 너무 기뻤다.

 일단 제목에서 모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제목에 그치지 않고, '배우기에 적절한 작품인가.'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라는 다소 오만 방자한 말투로 책을 엮어 나간다.

 교과서에 수록된 17편의 시와 9편의 소설을 위의 세 질문으로 인수 분해하는데, 교과서를 성경처럼 받들어 모신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첫 질문부터 공격적이다. '배우기에 적절한가' 아니 누가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저자의 당돌함과 저돌성에 기립 박수를 치며 한장 한장 책장을 넘겼다.

 '성북동 비둘기'(김광섭)는 참신하지 못한 비유, '학마을 사람들'(이범선)은 소설이 갖추어야 할 플롯(plot)이 없다는 이유(왕이 죽고 왕비가 죽었다는 스토리, 왕이 죽자 그 슬픔에 못 이겨 왕비도 죽었다는 플롯이라고 한다. 현대 소설은 고대 소설과 달리 플롯을 중요하게 여긴다.) 등을 이렇게 반박하며 글을 펼쳐가는데, 실로 '충격과 공포' 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수법을 내놓아 현실과의 타협도 시도한다.

 그리고, '님의 침묵'(한용운)은 화려한 비유와 유장한 리듬감을 지닌 절창, '울음이 타는 강'(박재삼)은 삶과 시에 대해서 소중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작품, '동백꽃'(김유정)은 순박한 농촌 소년과 소녀의 애정을 아름답게 그린 수작등이라고 평가하며 좋은 문학작품인데, 잘못된 참고서와 교사용 지도서로 제대로 가르쳐지지 못한다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기도 한다.

 저자는 참고서에 나와 있는 소재, 주제, 줄거리, 단락구분 등이 문학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죽하면 참고서, 자습서가 없어져야 제대로 된 문학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을까. 잘못된 내용, 필요 없는 내용, 부정확한 문장, 지나치게 어려운 지식과 개념과 관용구의 나열 등 참고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나간다. 예를 든다면, 오지선다형 문제를 위해 글의 주제를 항상 거창하고 심각한 어휘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수식어와 명사의 나열로 이루어진 주제!

 박목월의 '나그네'를 많이 읽어보고 음미하기 전에, '자연과 어우러진 옛 정경의 아름다움'이라는 정해진 주제부터 배우니, 우리에게 더 이상의 작품 읽기는 없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학 작품을 많이 읽는 것인데, 우리는 이것을 간과하고 있다. 교사들도 현행입시제도 때문에, 라는 이유로 읽기에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글 속에서 이렇게 주기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문학 교육의 혁신의 필요성을 조용히 외친다. 비록, 그것이 혼자만의 외침으로 끝날지 몰라도, 자신의 못소리가 어느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라 믿으며.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표지도 흑백사진, 각 작품의 첫장에도 작품에 걸맞은 흑백사진을 보여준다. 사진학과 교수의 전문적인 솜씨로 작품을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하려한 시도는 매우 참신하다. 아직도 흑백사진이 사랑받는 이유는 보는 사람의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채워넣기 때문이다. 저자의 의도가 그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흑백사진으로 처리함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일깨워 줄려고 한 것이 아닐까.

 교과서의 문학작품은 흑백 작품이어야 한다. 푸른 청소년들의 색감으로 그들만의 색을 상상하여 자신만의 문학작품을 만드는 것. 그것이 문학을 배우는 올바른 방법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갈수록 컬러풀해지는 교과서, 참고서, 자습서를 질책하며, 문학 작품이 본래의 흑백사진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영화보다 책을 먼저 읽는 것이 훨씬 재밌게 느껴지는 이유. 아직 우리는 상상을 필요로 하는 인간임을 그는 이 책을 통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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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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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책 제목을 많이 들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내용과 참신한 편집, 독특한 구성에 대해서도 들은 것이 많다.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독자 서평도 꽤 읽었다. 예고편을 본 후, 영화를 보면 퍼즐맞추기하는 기분인데, 이책 또한 비슷했다.

영화로 만들어진 blu편을 보면, 사건묘사에 중점을 두고 사랑을 다시 이루게 되는 과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푸른빛으로 나타나는 쥰세이의 냉정은, 사랑에 있어서 단순히 핑크 빛의 열정만 필요한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영화를 미리 봤기에 머릿속에 자꾸 떠오르는 영상은 나를 책으로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역시 책과 영화 중에서는 책이 먼저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가 blu편이기에 rosso편을 읽을 때는 속편을 보는 기분이었다. 영화에서 알 수 없었던 아오이의 마음을 엿본다고나 할까. 목욕하기를 좋아하며 지독한 책벌레인 아오이. 미국인과 동거를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쥰세이의 이름을 나즈막히 부르며 살아가는 그녀의 삶엔 잔잔한 아픔이 흘러간다.

조금씩 변주되며 끝내는 테마 멜로디를 잡아낼 수 없는 연주고 'his smile( LoveLetter O.S.T.수록)이  rosso편을 보는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그의 미소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끝내 이루어지는 그들의 만남은 유행가 가사를 떠올리게 한다.

'목숨이 하나듯 사는 동안 사랑도 하나다...'

두권을 다 읽은 지금, 지나간 연인에게 문득 술김에 전화하고 싶은 밤이 될 듯하다. 하지만, 경험상 술을 마실 때는 잠시 전화를 꺼두는 것이 현명하다. 마셔보면 알게 된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보게 된 나는 어느새 홀로 술집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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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 동녘선서 20
조성오 엮음 / 동녘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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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에는 보다 쉽게 경제사를 이해할 수 잇는 교재라 씌여져 있었다. 어느 교양 수업에서 교재로 쓰였을 책을 접하니 조금은 막막했다. 그러나 이야기체로 시작하는 첫장은 나를 조금씩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들었다. 여러 책들의 시각을 조합해 자신의 프리즘에 맞추어 내용을 구성하는 작가의 능력은 매우 훌륭했다.

내가 태어난 해에 초판이 나온 이 책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새로운 관점을 안겨 주었다. 책의 생명이 무한하다는 말은 이럴 때 적용되는 것 같다. 흥미로운 옛날 이야기 한편을 읽은 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포근했다.

나에게 이 책을 선물로 준 사람의 한마디로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마무리하겠다.


<  ... 사실 읽을 거리는 모두 헌책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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