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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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 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긴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본문중에서

;오랜만에 경쾌한, POLO의 시원함을 안겨준 소설을 만났다. 1980,90년대를 몸으로 느끼며 살아온 작가는 역사교과서보다 정확한 통찰력을, 기사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에게 만연한 '프로페셔널'이 아닌 '프로'ism을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인생은 '프로'가 아니다. '아마추어'라 아름답고, 슬프고, 짜증나고, 화날 수 있는 것이다. 간혹 LOTTO의 짜릿함을 기대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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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책과 만나다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지음 / 그린비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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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특기란에 아무 생각없이 '독서'를 적어 넣던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감상'과 '독서'를 취미와 특기로 정하는 데, 이는 뚜렷한 기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차림을 한 DJ들이 정말 다양한 책들을 가지고 우리에게 간단한 차례와 그에 대한 느낌을 들려준다. 중요한 것은 이 책에 나온 80여권의 책들을 한권도 못 읽어봤다는 것이다. 간혹 제목만 들어본 책은 있었다. 앞서 말했던, 책 좀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할 책이다. 이세상에 얼마나 많은 읽을 혹은 읽어야 할 책들이 있는지...

앞으로의 독서 생활에 큰 자극제가 될 것 같다. 이미 내가 자주 들고 다니는 수첩에는 부킹된 책의 제목이 적혀 있다. 책방에서 봤다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책들이, 나에게 wish list로 다가왔다. 고맙다. DJ들아,,,

<인터넷 서점의 내 장바구니에 담길 책들...>
말과 사물
페다고지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광기의 역사
철학과 굴뚝청소부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민족이란 무엇인가
종횡무진 한국사
북역 고려사
한국문학사의 논리와 체계
중국유맹사
말하는 꽃 기생
풍자와 해탈 혹은 사랑과 죽음-김수영론
돈끼호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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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최전선
허동현·박노자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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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국사 교과서가 아닌 민간의 역사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새로운 역사를 원하는 수요도 늘어나고, 적당한 시간도 묵었기에 다양한 책들이 나오는 것 같다. 그중의 이책은 참신한 기획만으로도 책장을 넘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은 100년전 우리나라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 라는 전제에 공감한 두 논객이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섞이지 못하는-한자리에 같이 있기를 거부하는-두 색깔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건강한 진보와 열린 보수의 만남은 100년전의 상황을 테마로 그에 대한 의견과 지금의 현실을 풀어나간다. 지금 상황이 100년전 상황과 비슷한 것도 흥미로운데, 각기 다른 안경을 쓰고 말하는 두 사람은 비교하며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유라시아 대륙의 극과 극에서 e-mail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우리의 역사와 현실을 조명한 책. 몇백년 전 퇴계 선생과 고봉 선생이 서신을 주고 받은 것이 생각나면서, 가끔 문명의 발달, 첨단기기의 발전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e-mail이 없었다면 어찌 이런 책이 나왔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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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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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작가, 그리고 소재까지 꽤 흥미로웠던 책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싶지만 그 토양으로 인해 색깔이 검을 수 밖에 없는, 멕시코로 건너간 이민자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워야 했던 이야기다. 민족과 국가 그리고 개개인의 삶. 이 삼각함수를 작가는 무덤덤하게 풀어나간다. 아무도 풀려고 하지 않은 멕시코 이민사이기에, 그의 노력이 매우 가상하게 여겨진다.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소설이라니 그의 잠재의식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은건지... 다 읽고 난 뒤, 아쉬운 점은 많은 캐릭터의 등장이랄까. 개성이 강하긴 하지만 인물의 배치가 조금 맘에 걸렸다. 그 상황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 생각해본다. 김영하의 새로운 시도, 낯설 것이라 여겨졌지만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신선한 열매를 맺어 우리에게 즐거운 맛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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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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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처음 읽어본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이다. 너무 뒤늦게 읽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읽은 후에 느낀 점은 그녀가 그 당시 얻었을 인기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랄까. 간혼 너무 커져버린 이름값이 그 책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안겨주는데, 그녀의 책은 좀 가벼운 마음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녀도 평범한 사람이고, 이 책도 책은 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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