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 - 이지누의 우리땅 밟기 - 첫번째
이지누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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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꿈을 꾸게 되면 흑백 영화가 펼쳐진다. 그래서 현실에서 흑백 사진을 보면 예전에 보았던 꿈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전문용어로는 데자뷰라고 한다. 나에게 있어 컬러사진보다 흑백사진이 더 눈길을 끄는 이유다.

한장의 흑백사진에 이끌려 이지누의 사진을 보았고, 그의 글을 읽었고 결국엔 그의 신간까지 손을 댔다.

첫머리에서 흘낏 보게 된 그의 이력서는 아직 세상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우연히'로 시작하는 그의 인생은 방랑자처럼 보이나 조금씩 그와 함께 걷노라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는 길라잡이였다. 담백한 수채화같은 그의 글을 읽노라면 세상에 있는 색들이 거추장스러워지기까지 한다. 드문드문 실려 있는 흑백 사진은 여행의 동반자 역할을 해주며, 세밀하게 드러나 옛사람들의 글은 그의 발자국을 향기롭게 해준다.

'우연히 만나 오래 사귄 사람'
'우연히 만나 발길 머문 풍경'
'우연히 만나 더욱 귀한 선물'
이렇게 그동안 해온 그의 저작 제목만 보고 있노라니, 조금씩 그를 알아볼 필요성을 느낀다.

-산이 사랑을 베풀었다면
 들은 평화를 보여주었고
 강이 분노에 대해 말할 때
 바다는 화해가 무엇인지 일러주었고,
 그들을 서로 이어주던 길은
 사람이 무엇인지 일러주었다.
                                             -책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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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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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하라. 지금 이순간을 놓치지 마라라.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순간순간 자각하라. 한눈팔지 말고 남의 말에 속지 말고 스스로 살피라. 이와 같이 하는 내 말에도 얽매이지 말고 그대의 길을 가라.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이런 순간들이 쌓여 한 생애를 이룬다.

-본문에서.


한권의 책을 읽은 뒤, 한줄만 건져도 뿌듯한데 이 책에서는 이만큼이나 건졌다. 오랜만에 접한 법정스님의 책은 내 군생활의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다. 밑줄치고 싶은 부분이 많은 책을 읽게 되면, 내 영혼이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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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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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번째 맞았던 내 생일날 받은 생일 카드 중에 이런 말이 씌여진 것을 기억한다.

'준한아, 너의 향기는 참 푸르구나...'

그 카드를 오랫동안 간직하며 좋아했었다. 나에게도 향기가 있다니, 수학시험 100점 맞은 것보다 더 뿌듯했다. 모든 사물에는 향기가 있는데, 그 중 사람의 향기가 가장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그에 비할 것을 든다면, '책'정도가 있겠다. 1985년도에 만들어진 향기가 91년도에 우리나라에 넘어와 아직도 은은하게 퍼지고 있는 책이 '향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생소한 문화인 '향수문화'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더니, 이내 작가의 문체에 매료되어 마지막 장을 덮게 만든다. 나도 보통사람이기에 똑같이 빠져들었다.

'그르누이'의 일대기이기도 한 이야기는 어딘가 영웅의 일대기와 많이 닮아 있다.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나나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기에 기회를 기다리며 많은 고생을 겪는다. 그러다 세상과의 소통을 시켜주는 매개자를 만나, 철저히 그를 이용하며 세상으로 한발짝 나선다. 자신이 가진 천부적인 재능을 세상에서 쓰이는 기술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그르누이는 세상의 모든 향을 자기 머릿속에 넣기 시작하낟. 가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향수의 일부를 사람드에게 소개하여 자신의 능력을 알아간다. 그러던 중, 자신의 꿈을 위한 수련을 하게 되는데, 이는 영웅이 멋진 끝내기 한판을 위해 산속으로 들어가는 과정과 닮았다.

예전에 그가 끌렸던 한 여자아이의 향기를 추억하며,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사건을 만들기 시작한다. 사람의 향기를 모은다는 발상부터, 작가에겐 최고의 향기는 인간의 향기라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보인다. 천재적인 그는 마지막 여자아이까지 포함해 25명의 향기를 모아 최고의 향수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살인'이란 방법이었기에, 그는 사형에 이르게 되나 그 향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을 되돌려 놓는데 성공한다.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며, 작가의 공식대로 설정된 구조에서 터져나온 하이라이트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그 향수가 맘에 들지 않았다. 최고의 향기들을 모아 만들었지만, 오히려 그에게는 구역질나는 냄새로까지 느껴졌다. 각자의 향기는 그대로 있을 때가 가장 향기로운 것이 아닐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그는 일생동안 해낸 것이 부질없는 짓임을 알게 되고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다. 영웅의 일대기와 닮아 있으면서도 우리에겐 각자의 향기가 중요함을 알려주는 한 인간의 이야기. 중세 프랑스의 향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역사책이며, 동시에 새로운 향을 맡게 해주는 길라잡이.

지금까지 은은하게 퍼지고 잇는 '향수'책의 '향기'를 서점에서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참 고마운 우연이었다. 그 우연에 감사하며, 각 사물들의 향기를 읽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숙달되면 사람의 향기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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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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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대하게 되면 모든 것이 새롭다. 그 새로움은 사람에 따라 낯설음이나 변화된 사유로 다가오곤 한다. 낯설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두려움으로 만들어 버리면 일상에서 탈출한 성과가 없어진다. 하지만 적응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배경속에서 새롭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인생의 나이테는 더욱 넓어지고 향기도 더욱 짙어진다.

군대란 낯선 곳에 와서 하루하루를 무심히 흘려보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가는 나에게 짙푸른 거름과도 같은 책이 다가왔다. 황대권씨의 야생초편지인데, 예전에 느낌표 프로그램에서 선정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선정될 때쯤, 처음에는 참신하게 느껴졌던 느낌표의 책책책도 우리에게 규격화된 책읽기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이유없이 멀리하다 지금에서야 책장을 넘긴 것이다. 좀 더 일찍 읽었으면 좋았을 것을...

자신을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그땐 그랬다!) 갑자기 간첩이 되어 '무기징역'형을 살게된 그는 몇년동안은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려 애썼다. 그러다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풀을 뜯어 먹다가 야생초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이내 사랑에 빠져 전세계에 유래가 없는 옥중 야생초 연구가가 된다.

'잡초'라는 말부터 철저한 인간중심주의에서 나온 말이라 하여 '야초野草'라는 말을 쓰는 그에게는 우리와 다른 눈을 가질 수 있었다. '장기수'라는 희뿌연 안경이었는데, 그의 의지로 현미경보다 더 세밀한 안경으로 바꿀 수 있었다. 매일매일 스쳐지나가기만 하던 온갖 풀들이 그에게 저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세상살이의 이치를 알려주는데, 이 책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옥중일기로부터 시작된 글은 야초도감, 야초요리백과, 민간건강서적,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은 편지, 감옥이란 제한된 공간에서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수감자의 사색일기...까지 다양하게 섭렵하고 있다. 그렇다고 산만하지 않으며 유기적으로 구성된 편집은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까지 선사해 주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들이 우연 혹은 필연적으로 다가와 고통을 주고 있다면 무턱대고 아파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병이 치유된 뒤 면역력이 생겨 더욱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듯이 그런 상황을 극복하는 움직임이야말로 우리들의 삶(生)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역사의 흐름은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있는 방향으로 흘렀다. 우리에게 이런 책이 주어진 것을 감사하며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덧붙이자면, 그가 여기까지 오게된 힘의 근원 중 '페다고지'라는 책이 있다는데, 최근 내 구입희망 도서목록에 올라와 있던 차라 더욱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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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닷컴 1
김진명 지음 / 해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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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밤새워 읽은 소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3권이나 되는 책을 순식간에 처음 읽어본 나로서는 그 책의 저자가 너무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그의 행보에 안테나를 기울이며, 작품이 나올때마다 읽어보았다. 그래서 여기까지 읽어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딱 '무궁화...'만 읽었을 걸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씁쓸하기도 하다. 왜 그럴까.

그의 책은 빠르게 책장이 넘어간다. 그렇다고 내용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원하게 읽어 내려 간 뒤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무궁화...'이후, 연달아 나온 작품에는 어떤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우리 나라와 일본, 중국 그리고 미국과의 함수가 그만의 공식으로 항상 깔려있었떤 것이다. 그 공식이 내재된 그의 여러 소설은 소재를 달리해 출판되지만, 늘 같은 분모이기에 나에겐 그저 그렇게 다가온 것이다. '코리아닷컴'도 21c의 화두인 인터넷으로 그 공식을 풀어나가지만, 결과는 역시 그저 그랬다.

그의 소설을 읽고 난 뒤, 왠지 킬링 타임용 비디오를 본 뒤의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새로운 모습의 그를 만나보고 싶다.

덧붙임;
그레이엄 헨콕의 '신의 지문'을 읽어보면 이 책의 많은 참고자료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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