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 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안창근 지음 / 청어람 / 201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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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안창근'의 소설 [블랙]은 얼마 전 '청어람'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로 받은 두 권의 책 중 한권이다. 같이 받아서 먼저 읽어본 [사미라에게 장미를]에 너무 실망했던지라 표지 분위기가 얼핏 비슷한 [블랙] 또한 그다지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읽게 되었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사미라..]의 얘기를 꺼내는 것이 [블랙]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두 책의 이벤트가 같이 진행되었을 때 가장 흥미를 느꼈던 것은 국제적인 테러를 그 배경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느끼기에 국내의 장르 소설, 그 중에서도 특히 추리 소설 부분은 상당히 침체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김성종', '이원호', '김진명' 같은 흥행 작가와 작품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 분들의 작품을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왠지 어색한 느낌이 있다. 그나마도 그렇게 활발한 느낌도 아니고. 이러한 침체된 느낌에다가 국제 테러와는 멀게 느껴지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상 국제 테러를 소재로 하는 첩보물을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었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느꼈던 것이다.

 

[블랙]은 필자의 이러한 기대에 충실히 보답했다. 비교적 건조하지만 그래서 산만하지 않고 깔끔하다. 잘 정련되어 확실히 자신의 스타일로 굳은 느낌이다. 국정원 요원, 전직 중국 스파이, 현직 CIA 요원, 북파 CIA 첩보원등 한 명의 중심인물이 아닌 여러 명의 인물들을 포커스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이에 맞춰 한국, 중국, 북한, 미국 등으로 몇 페이지마다 한 번씩 어지러이 서술의 배경이 바뀌어도 전개가 산만하지 않고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작가의 깔끔한 문장 덕이 아닐까 싶다. 확실히 작가의 공력이 느껴진다.

 

스릴러, 첩보물로서 필수라고 할 수 있는 긴장감과 속도감도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고 첩보의 교활하고 비정한 세계도 현실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 곳곳에 드러나고 있는 작가의 배경 지식들은 자신이 소설로서 다루고 있는 소재에 대한 공부가 결코 얕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반부터 유지되는 긴장감과 속도감의 진폭이 너무 밋밋한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초반부터 어느 정도 이상의 긴장감으로 중후반까지는 확실히 흥미진진하게 몰입하여 읽어나갈 수 있으나 이 때문에 후반부에 가서 임팩트가 부족한 느낌이다. 서서히 고조되다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 꽝! 하고 폭발하는 느낌이 아니라 끝까지 폭발 일보 전에서 서성거리는 느낌이랄까. 2단으로 출발해서 3단으로 고속도로를 쭈욱 달리는 느낌이랄까. 스릴러물이라고 해서 꼭 후반의 반전이 필수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뭔가 터질듯 터질듯 이야기를 이끌어놓고 정작 터지는 것은 물 폭탄 수준이면 이건 아쉽다. 물론 이것은 필자만의 아쉬움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블랙]은 재미있는 작품이다. 책도 준수하게 잘 빠진 느낌이고 흥미진진하게 읽는 재미도 충분하다. 앞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여 좋은 작품들을 많이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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