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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뱅이를 아시나요 ㅣ 파랑새 사과문고 1
김향이 지음, 김재홍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0년 10월
평점 :
평소에도 김향이 작가의 차분한 문체를 좋아 하는데 이 책에서도 성급하지 않은 작가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때에 따라서 일필휘지로 단숨에 붓을 몰아붙여 글을 써야 할 때도 있지만 차곡차곡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듯한 집필의 흔적은 읽는 이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저자 서문에서도 글이 써지지 않아 고통스런 마음으로 썼다가 독자에게 그 마음이 옮겨 갈까봐 글이 막힐 때마다 산길을 걸으며 마음을 달랜다는 고백이 진실하게 들린다.
일곱 편의 단편들에서는 누구나 한 가지씩 갖고 있는 컴플랙스에 관한 주제를 많이 다루었다. <너무너무 사랑하니까>의 얼굴에 흉한 반점을 갖고 있는 홍점이 이야기, 정신지체 장애우 이야기 <막둥이 삼촌>, 혼혈아 이야기 <쌀뱅이를 아시나요>, 화병으로 실어증을 앓는 <버버리 할아버지> 등.
표제작 <쌀뱅이를 아시나요>의 쌀뱅이는 실핏줄이 내비치는 투명하게 흰 피부가 쌀처럼 하얗다고 해서 지어진 별명이다. 혼혈아인 쌀뱅이가 외국으로 입양되어 갔다가 성인이 되어 고향을 찾아와 친구와 재회하는 장면을 지루하지 않게 아련하게 잘 묘사하였다. 나는 일곱 편의 이야기 중에서 <너무너무 사랑하니까>가 참 맘에 들었다. 얼굴의 흉한 점을 하나님께서 너무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표시하려고 준 선물이라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작가가 동화를 쓰면서 지표로 삼는다는 워즈워드의 말 <우리들은 감탄과 희망과 사랑으로 산다>를 실천하는 것 같다. 나도 앞으로 그런 애를 만나면 “너무너무 사랑하는 표시래”라고 해 줘야지.
김재홍의 수채화 그림도 동화와 잘 어우러져 아름답다.
/050822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