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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1 - 민족의 형성과 민족 문화 ㅣ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엮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제목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교과서'-학교에서 닳도록 보는 것도 신물나는데 하필 교과서란 제목을 붙였을까? '살아있는'-그럼 딴 건 죄다 죽었단 말이야? 어쩌면, 학교에서 사용하는 국정 교과서는 아무 생동감도 없이 공포의 암기과목으로 학생들을 고문하는 사문이라는 전제하에 대안교과서로 이 책을 집필한 동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을 만든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아니고서는 '살아있는'이라는 수식어를 섣불리 쓸 순 없을 것입니다. 일선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선생이야말로 교과서가 죽었느니 살았느니를 진단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책 제목 하나 정하는 것도 영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건 알지만, 부디 이 책을 지으신 '선생님'들만큼은 사리사욕보다는 역사와 학생들에 대한 '충심'만으로 지었으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제가 역사책을 볼 때 가장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은 저자의 사관입니다. 저자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사건을 다루는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역사관이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하는 배우는 학생들에겐 이 부분은 더욱 민감한 사안입니다. 자칫 그릇된 사관의 역사책을 접한다면 일생동안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요즘 역사소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던데, 때로는 이상하다 싶은 방향으로 흐르는 책들도 봤습니다. 청소년기에는 그런 역사소설보다는 통사적으로 사건들을 죽 꿰어주는 책을 먼저 섭렵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소설은 소설이라는 허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혼란이 생길 수도 있고 은연중에 치우치는 감이 있을 테니까요.
'교과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이 책에는 좌로나 우로나 그다지 치우치지 않은, 사학쪽엔 젬병인 제가 감히 이런 판단을 하긴 뭣하지만,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안심해도 될 것 같습니다. 동일한 사건도 연구를 계속 더 해나가면 관점은 바뀌기 마련이겠지만 이 책은 적어도 우리나라 사학계에서 인정하는 반듯한 사관으로 집필되어 있습니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대안교과서로 야심차게 만들어진 책인만큼 공부하는 학생들은 국정교과서와 병행해서 펴놓고 공부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수업교재로 채택한 학교에서는 제 말이 우습겠습니다만.
'살아있는' 이라는 수식어를 책임지기 위해 저자들이 무지하게 고생한 흔적이 보이더군요. 쪽마다 세심한 컴퓨터 그래픽 작업, 연대표, 사진등을 챙겨 역사유적지 현장체험에 버금가는 감각을 불어넣은 것이 먼저 눈에 띕니다. 시험문제에는 출제되지 않을 것 같지만 사이 사이에 실린 부록(여기선 쪽지라고 표현했더군요)은 단편적인 역사에 대한 의식을 일깨워 주워 재미있었습니다. 본문에도 단순 암기에서 벗어나려고 추측과 유추를 하게 하는 질문도 던져가며 독자로 하여금 역사에 대해 생각하며 공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책을 덮으며 아쉬운 것은, 이 책이 아주 좋은 책이란 건 알겠지만(별 다섯 개입니다) 여전히 만만하게 덤빌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국정교과서가 죽었니 살았니 하지만 요즘엔 교과서도 제가 배울 당시에 비하면 풍부한 화보부터 구성이 많이 달라 눈이 휘둥그래졌었거든요. 국정교과서와 이 책이 속속들이 차이야 나겠지만, 제게는 여전히 골치아픈 과목이라고만 느껴집니다. 역사공부라면 진저리를 치는 (제가 만난)학생들은 이 책을 봐도 여전한 반응이더군요. 역사를 재미삼아 놀며 공부하겠다는 건 어리석은 희망일런지요? '더 이상 어떻게 쉽게 씁니까?'라고 저를 나무래지 마십시오. 요즘 시셋말로 '왜 없어 여기 있지, 만사마'님은 아닐지라도 저는 선생님들이 더 살갑고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연구하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050716ㅂㅊㅁ
추신: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2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