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퍼홀릭 1권 1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쇼퍼홀릭 시리즈 1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 (Shopaholic) 그대로 쇼핑중독자 혹은 쇼핑광에 대해 다룬 소설이다. 리뷰에 앞서 사족을  달자면, 요즘 나는 급한 일을 해치우느라 일상적인 일은 모두 올-스톱된 상태이다. 그 와중에 이 책을 잠시 손에 들었는데 흡인력이 얼마나 강한지 2권 짜리 책을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킬킬 웃으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게다가 데스크 톱마저 고장난 상태에서 손에 안 익은 노트북으로 리뷰는 <따끈따끈>할 때 써야 한다는 집념을 실행하는 나를 보라,오!)

<킬킬거리며>, <가볍게>라는 표현을 했다고 해서 이 책이 경박한 책이라곤 오해하지 마시라. 웃음을 자아내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작가 소피 킨셀라의 유머스런 필치 때문이지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신용사회가 도래한 이후 수 많은 신용불량자가 생겨나고, 그들의 비극적인 생활은 뉴스를 통하여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내 주변에서 실제로 신불량자가 있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요즘엔 홈쇼핑과 사이버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충동구매를 더욱 부추키는 감도 있다. 그리하여 네티즌 사이에서는 <지름신>이라는 신종어도 탄생하였다.

'지름신'- 이 신은 어떤 신이냐? 그는 소비자로 하여금 요것 조것 알뜰하게 따져보고 재어보는 걸 막고 오로지 사고싶은 마음 한 가닥에 의지하여 이성적인 사고를 마비시키고 충동적으로 확 질러버리게 하는 파워풀한 신이다. 이 신은 그의 독실한 추종자가  지름대상의 특정 물건을 눈으로 보면 시신경을 타고 대뇌로 물건에 대한 정보가 입력되는 순간 우리 몸의 대부분의 기능을 제압하는 능력을 지녔다. 추종자의 마음 속에 들어가 지름신은 <무조건 지르고 보자, 살까말까 망설이는 것 보다 지른 후에 후회하는 것이 더 낫다, 부러우면 너도 지르렴>라는 등의 자신의 교리를 쉴 새없이 펼치는데, 이때 추종자의 신앙이 깊으면 깊을 수록 귓가에서  "질러라, 질러 버려라!"하는 지름신의 음성도 직접 듣는 경지에 이른다고 한다.

처음엔 이 책의 주인공 레베카(대학을 갓 졸업한 25살의 경제지 기자, 심각한 쇼핑광-그녀는 지름신의 신복 중의 신복이다)를 보면서 알뜰하기로 소문난 나는 그녀의 무분별한 쇼핑행각이 한심하다고만 생각하였다. 그러나 바로 그때 때를 맞춰 내게 날아온 <신용카드 결제 내역서>를 보곤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밝히기 심히 부끄럽지만 이 달에 결재할 금액이 70만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가계부에 내가 정한 한 달 카드 결재 대금의 두 배를 넘는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더 큰 일 난 건, 이번 청구서엔 아직 나타나지 않은 <디지털 카메라>와 <청소기>, 그리고 선물용으로 과도하게 지른 한 두 건이, 그러니까 덩치가 큰 것들이 다음 달 부턴 결재해야 한닷! 쥐어짜면 소금밖에 안 나온다던 지독한 짠순이이었던 나마저도 어느 결에 지름족의 마수에 걸려 들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참말로 이 책을 재미나게 읽었다. 근엄하게 경제원칙에 입각하여 자신의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하고 살아라-라는 훈계보단, 우리를 대신하여 마음껏 쇼핑하고 카드빚과 연체료에 허덕이는 그 녀-레베카를 통해 조용히 내 자신의 경제생활을 반성해 볼 수 있었다.  하마터면 지름족에 입문할 뻔 했던 내가 이 책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았지 싶다. 레베카의 나이를 스물 다섯이라고 설정된 부분이 깊이 공감이 간다. 아무리 알뜰한 여자랄지라도 그 나이쯤엔 대개 쇼핑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는 나이이다. 주위에 신용불량자가 될 탄탄대로를 달리는 철없는 청춘을 보면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그리고 자신이 지름신을 추종하는 지름족이 아닐까 자가진단이 되는 사람은 서슴없이 한 번 쯤은 읽길 권한다.

내 이야기가 늘어진 리뷰를 정리하자면, 이 책의 매력은 웃으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톡톡 튀는 표현과 철없는 쇼핑광이지만 사랑스럽기(왜 그녀가 사랑스러울까? 같은 족속이라서??)그지없는 주인공, 그리고 무엇보다 쇼핑을 하게 되는 심리를 빤히 보이도록 설명해 놓은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 능력, 그리고 소설이 갖추어야 할 미덕(?)으로써 약간의 로멘스까지 포함된 책이다. 그리고 <재미있다>라는 감상으로만 끝나지 않고 읽은 후 절제 능력을 가질 수 있는 실용적인 요소도 있다.

여성독자라면 구미가 당기도록 책엔 각종 유명 브랜드의 예쁜 물건들에 대한 묘사가 가득하고 책 크기도 아담한 사이즈이다. 표지엔 레베카를 비롯한 대부분의 쇼핑광들이 좋아할 만한 럭셔리하게 번쩍이는 금박(1권)과 은박(2권), 귀퉁이에 꽃무늬 어여쁜 뾰족 구두, 세련된 삽화가 예쁘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이 책의 껍데기는  레베카만큼의 미적감각은 없는 것 같다. 좀 더 황홀하게 이쁜 표지가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리고 표지가 너무 얇다.

050629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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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5-06-29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들도 한벌에 몇십만원 옷을 사던지 한번쯤 대박으로 질러서 카드 매달 갚아나가더라구여.. 모두들 한번쯤 충동이 있나봐요.. 저두 조심해야지.ㅎㅎ

아영엄마 2005-06-2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70만원..그래도 님은 버시는 것이 있으시니 감당이나 하실 수 있으시죠.. 저는 버는 것도 없으면서 한달에 30-40만원은 기본이라는..ㅜㅜ;;(아 물론 생활비 지출이긴 합니다만..장보는거, 책, 병원. 휴대폰 등등) 카드 및 인터넷 사용으로 씀씀이가 헤퍼지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긴 합니다. 쩝~

날개 2005-06-2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군요.. 그럼 저는 이 책을 질러야 할까요, 아니면 지름신 경계를 위해 지르지 말아야 할까요? ^^

진주 2005-06-2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옷 , 소품들 너무 많잖아요. 그리고 돈 좀 더 주면 원단도 좋죠, 디자인에 세련되죠...잉...이래서 그 나이엔 월급 타면 치닥거리하느라 돈 다 써버리잖아요. 실비님은 알뜰하게 잘 하시면서도 이쁘게 해 다닐 것 같아요^^
아영엄마님, 저도 모조리 생필품이죠...저도 한 달 카드 이용액은 30~35만원으로 정해뒀어요. 기름넣기, 대형할인점에서 장보기 비용이죠..
날개님, 그러니까..이게 실용적인 이득이 있는 책이니까 이건 질러도 무방하겠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