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시'


움직이고 싶어
큰 걸음으로 걷고 싶어
뛰고 싶어
날고 싶어


깨고 싶어
부수고 싶어
울부짖고 싶어
비명을 지르며 까무러치고 싶어
까무러쳤다 십 년 후에 깨어나고 싶어

최승자(1952~ ) '나의 시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시' 전문



이런 절규가 시가 되는 결정적 이유는 제목에 있다. '나의 시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시'…. 시를 던져 버리고 시를 포기한 자리에서 홀연히 싱싱한 꽃이 피었다. 아울러 끝구절 '까무러쳤다 십 년 후에 깨어나고 싶어'를 보라. 이 땅의 남성시인들이 결코 쓸 수 없는 시다. 그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고 큰 걸음으로 걷고 있으니까…. 뛰고 날고 깨고 부수고 있으니까.'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 병 에 꽂 아 다 오' 그녀의 시는 들끓는다. 시를 공예품처럼 다듬고 있는 장인들은 많지만 시 덩어리로 태어난 시인은 흔하지 않다. 문득 그녀들이 보고 싶다.

문정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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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01-0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제목 만 보고 박찬미님 시 한번 읽어보자고 들어 왔답니다. ㅎㅎ

잘 읽고 갑니다. 최승자씨 시.

미네르바 2005-01-09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승자님의 시는 폭발하는 것 같아요. 예고없이 지진이나 해일이 일어나듯, 혹은 용암이 끓어 넘치듯... 뭔가 가슴 속에서 늘 끓어 넘치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되더라구요.

진주 2005-01-1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저는 시읽는 것도 미숙합니다^^ 저런 제목 붙일만큼 시에 대해 아파한 적이 없어서 더더욱 짓는 건 무리겠지요?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시를 짓고,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연극을 한다고 생각해요...최승자시인도 막강한 힘을 가진 뜨거운 불덩이 하나 가졌나 봅니다^^미네르바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