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집에'의 꼬마, 이렇게 변했어요  

조선일보 이자연기자achim@chosun.com

 

 

 

이 꼬마 기억하시죠?

에서 양손으로 뺨을 감싼 '뭉크 스타일' 절규로 유명해진 꼬마 매컬리 컬킨.90년대초 이 꼬마 모르면 간첩이었을 정도로,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아역배우였죠.아마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사랑하는 아역배우 중 한명일 겁니다.

네살에 연기를 시작한 컬킨은 아홉살이던 1990년 '나홀로 집에' 주연을 맡았습니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컬킨의 오디션을 본 뒤에도 200명의 후보를 더 만났는데, 컬킨만한 애가 없더랍니다. 미컬킨이 주연한 이 영화는 미국에서만도 2억8500만달러(약 1020억원)를 벌어들인 대 히트작이 됐지요.

'나홀로 집에' 당시 컬킨의 출연료는 10만달러였는데 다음해 '마이걸'때는 100만달러로 껑충 뛰었죠.그 다음해 '나홀로 집에' 속편은 450만달러로 뛰었고, 이 영화는 1억720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습니다. 당시 전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던, 이 귀여운 모습을 보세요.


솔직히 전 그때 '나홀로 집에'에 열광하기에는 좀 나이(흠흠^^)가 있었고매컬리 컬킨이 얼굴 그 자체로 대단한 꽃미남 소년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어린 나이에 연기는 진짜 깜찍하게 한다 싶더군요. 특히 '마이걸'에서 안나 클럼스키에게 (눈 꼭 감고) '뽀뽀를 당하는' 장면은 참 사랑스러웠죠.

‘아홉살 인생’이라는 소설(영화로도 만들어졌지요)에서 작가 위기철은 인생이 아홉 살부터 시작된다고 말했지요. 아홉살은 뭔가 인생을 알기 시작하는 나이라는 건데, 과연 컬킨이 그랬습니다. 영화 한편으로 하루 아침에 자기 인생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1990~1995년에 컬킨이 받은 돈은 자그마치 5000만달러(약 600억원)에 달합니다. 그뿐입니까. 세계 각국에서 팬레터와 인터뷰 요청, 출연 요청이 쇄도했죠. 컬킨이 뜨니까 그와 닮은 컬킨가의 다른 형제들까지도 줄줄이 데뷔했습니다. 컬킨 아버지도 무명이긴 했지만 배우 출신이었다니, 아마도 집안에 끼가 있었나 보지요.

하여튼 그 넘치는 인기와 돈을 먹고 홉살의 순진한 꼬마는 시니컬한 10대 청소년으로 자라났습니다. 아 소년이 무럭무럭 성장한다는데, 변해가는 그 모습을 보는 게 왜 이리 안타까울까요

   ------- 흐르는 ---------- 시간을 ---------- 멈출 수만 ---------- 있다면 ---------- 말입니다.. ㅜㅜ -----> 

 

아버지 애프터셰이브를 뺨에 바르며 장난을 치던 귀여운 꼬마는 이제 없습니다.어차피 스물 네살이나 먹었으니. 이제 더이상 꼬마가 아니죠. 얼굴도 어찌 길쭉해졌는지 좀 징그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에 화려한 세상을 알게 된 대가는 결코 달지 않았습니다. 일단 ‘귀한 몸’이 되니 학교도 놀이터도 마음놓고 다닐 수 없게 됐고 팬은 많이 생겼지만 진정한 친구는 찾기 어렵게 됐지요.

 복권 당첨으로 갑자기 부자가 된 집안에서 으레 돈을 둘러싼 싸움이 일어나듯,컬킨이 ‘갑부’가 되면서 부모인 컬킨 부부는 심한 불화로 인한 이혼 소송을 벌였습니다. 사실 말이 이혼이지 컬킨의 부모는 슬하에 7남매를 두도록 정식 결혼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컬킨의 양육 및 매니지먼트 명목으로 15% 커미션을 챙겨 700만달러를 앉은 자리에서 벌었는데, 갑자기 많아진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매달 3만달러(약 3600만원)씩 방탕하게 써댔습니다. 사이가 나빠진 컬킨 부부는 법정에서 양육권, 즉 매니지먼트 비용 수령권을 놓고 욕심 사나운 싸움을 벌였고, 16세의 컬킨은 보다 못해 부모의 법정 다툼이 해결될 때까지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수차례 선언했습니다.

결국 컬킨은 94년 ‘리치 리치’를 끝으로 영화계에서 은퇴했고, 부모는 95년에 헤어졌지요. 법정 다툼은 결국 97년에 마무리됐는데, 판사가 컬킨이 직접 남은 재산 1700만달러를 관리할 권리를 인정했다는군요. 10대 소년의 '성장통' 치고는 참 뼈아픈 값을 치른 셈이지요.

너무 어린 나이에 ‘공인’이 돼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었지만 '가정'에서 아무런 위안을 찾을 수 없었던 컬킨은 많은 할리우드 아역배우 출신들이 그렇듯, 술과 마리화나에 물든 불우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군중 속의 고독’에 몸살을 앓던 컬킨은 같은 아역배우 출신 동갑내기 레이철 마이너와 사랑에 빠졌고, 98년 모두가 불안해 하는 가운데 열아홉의 어린 나이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뭐라든 잠시나마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2년 뒤 이들은 헤어지고 맙니다. 마이너는 자녀를 갖고 싶어하고, 컬킨은 이를 부담스러워 하며 연기활동을 재개하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랍니다. 마이너와 헤어진 이후로도 그는 이런 저런 여성들을 만났지만 끝내 안정을 되찾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연극 무대에 선 데 이어 2003년 ‘파티 몬스터’로 근 10년만에 영화에 복귀했습니다. (위 사진 가운데 노란 옷에 요상한 화장을 한 사진이 바로 '파티 몬스터'의 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올 봄에는 컬킨의 가장 최신작인 ‘세이브드’ 시사회가 열렸지요.전처럼 귀엽진 않지만, 하여튼 '매컬리 컬킨'이라는 이름이 찍힌 영화 포스터가좀 있으면 우리나라에도 걸리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포스터가 걸리기도 전에, 며칠 전 각종 외신을 통해 컬킨의 얼굴 사진을 먼저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이죠.

       

                              AFTER   <-------------------------------------------   BEFORE

정말 "악" 소리 나올 사진 아닌가요.컬킨이 17일 마리화나 등 금지된 약품을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는 비보와 함께 AFP, 로이터 등에 게재된 사진입니다.

체포 당시 사진은 아닐 것 같은데, 쾡한 눈이 약에 절어 정신이 나간듯한 분위기를 연상시켜서 고른 것 같더군요. 마리화나고 유치장이고 간에 저 사진이 더 충격적이지요. 쾡한 눈에 시니컬한 미소..하긴 최근 컬킨이 찍은 사진들이 다 이런 분위기이긴 합니다. 

뉴욕에 사는 컬킨은 이날 브렛 타비셀이라는 22세 남성과 함께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를 여행중이었는데 과속과 불법차선변경 때문에 경찰에 적발됐고, 차안을 수색하던 경찰이 가방에 든 마리화나 등을 발견했다는군요.

유치장에 수감됐다가 보석금 4000달러(약 480만원)를 내고 풀려나는 그의 모습은 처연하고 쓸쓸했습니다.아마도 그와 함께 우리의 유년시절의 추억도 함께 스러지는 느낌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 유명 스타가 된 할리우드 아역 배우들 가운데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 성인이 돼서도 사랑 받으며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을 찾기란 참 힘든 일이지요.아이돌 스타들의 상당수가 술과 마약, 도박 등으로 얼룩진 불우한 성장기를 보냅니다. (드류 배리모어가 그나마 요즘 재기에 성공한 듯 보이긴 합니다마는)너무 어린 나이에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인지 키도 잘 자라지 않더군요.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일찍 데뷔한 가수들도 마찬가지죠.)

물론 연기에 소질이 있는 아이의 적성을 일찍부터 육성하는 것도 중요한 일일테고 모든 아역배우가 불행해지는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아역배우 출신 스타들의 비극적인 말로를 목격할 때마다 왠지 우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건 아닌가 싶어 우울해집니다.

‘식스 센스’의 할리 조엘 오스먼드, '해리 포터'의 다니엘 래드클래프, '아이엠 샘'의 다코타 패닝..그리고 각종 드라마와 CF에 높은 출연료를 받고 깜찍한 모습을 선보이는 한국 아이들까지 요즘 활약하고 있는 ‘아역계’의 스타들을 보면서 가끔 불안한 생각이 드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자기 자식을 스타로 만들겠다고 어려서부터 연기학원에 보내고 매니저까지 붙여서 오디션을 쫓아다니며 치마 바람을 일으키는 부모들이 많던데 그것이 정말 그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부모 자신을 위한 것인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스타가 된 것처럼, 대중에게 외면받고 시장에서 버려지는 것도 순간이라는 냉정한 연예계 상업논리를 이해하기에 그들은 너무 어린 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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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9-2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마이 갓!!
왜 외국의 아역배우 출신 배우들은 제대로 성장해 나가는 배우들이 없는지...ㅡ.ㅡ;;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 아역출신들은 그나마 나은듯해보여요..
우리나라도 대부분은 해당되지 않겠지만요..
아역배우들은 아역배우로서 명성이 끝나니 안타깝네요...
항상 사람들 마음속에 어린시절의 배우로만 인정할뿐!!....그앳띤 모습에서 벗어난 모습을 좀처럼 받아들이질 않으려하니..더욱더 그들을 저런 모습으로 만들어버리는게 아닐런지...ㅠ.ㅠ

진주 2004-09-2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치관이 채 형성되기도 전에 일확천금을 가졌으니...안타깝습니다.
돈은 성실히 땀흘려 벌어야 쓸 때도 제대로 쓰는 것 같아요.
책읽는 나무님 처음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빳떼리 2004-09-2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 무협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죠..
주인공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복수의 칼을 갈면서 뛰어난 스승을 찾아 가르침을 바랍니다.
그러나 스승은 무술은 안가르치고 순 허드렛일을 시키면서 고생을 시키죠..
그러면서 정의가 따르지 않는 기술은 자칫 나쁜곳으로 흐르게 되고,
그것이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마음을 다듬지 않으면 무술을 가르킬수 없다고..
보다 올바른 도덕성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진주 2004-09-25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별달거리님 대단한 응용력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