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린다'
이렇게 이쁜 말을 놔두고 황사비도 모자라 방사능비라고 불러야 한다.
비에 젖은 꽃잎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초등학교 4학년 무렵에 알았다.
꼭 이맘 때였을 거다. 봄볕에 깜스럼하게 얼굴 그을린 조고만 가시내였던 나,
냉이는 이미 꽃이 폈을 테고 뽀얗고 통통한 쑥을 캐러 다니고 있었을 거다.
지금은 어딘지 가늠할 수도 없는 어느 들녘에서 이슬처럼 나리는
봄비를 만났다. 이슬비에 젖은 복사꽃의 분홍빛!
영롱하고 맑은 곱디 고운 빗방울에 굴절된 꽃잎.
꽃잎의 보드레한 솜털과 수술과 암술, 코끝에 아리는 향긋함....
나는 이 세상에서 보호해줘야할 가장 여린 것이 꽃잎이란 것을
비로소 알았을 것이다.
해마다 봄이 오듯
봄비가 내리고
꽃이 핀다.
올해는 비에 무서운 것이 섞여도 여전히 들녘마다 가득 메우고 있겠지.
복사꽃, 매화꽃, 살구꽃, 사과꽃,자두꽃들아!
20110408ㅌ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