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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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엉뚱한 관점 : 삽입된 그림에 대해- 

이 책을 서점에서 처음 맞닥뜨렸을 때 나는 표지의 작은 소년을 보고 반했었다. 그림 속의 그 애 이름은 리 보츠이고  'Dear Mr. Henshow'라고 공책 맨 윗칸에 써놓고 한창 진지하게 편지를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는 얼마나 쓰기에 열중하는지 책상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얼굴을 공책에 바짝 대고 연필은 야물딱지게 꼭 쥐었는데 그 손도 예쁘다. 입술에도 힘을 주어 앙다물고 있다. 용쓰는 어깨 힘이 느껴지고 온 마음을 집중해 편지에 몰입한 것이 느껴진다. 책을 읽는 내내 표지에서 봤던 그림의 아이가 그대로 나와서 말을 하고 학교에 가고 다시 표지의 그 자세 그대로 헨쇼 선생님께 편지와 일기를 쓰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어릴 제 나는 꽤나 세심한 독자라서, 책 내용과 삽화 내용이 약간씩 다르게 표현된 부분을 보면 답답했다. 그림 그리는 화가가 글을 대충 훑어보고 그렸다는 느낌이 들어 저걸 어떻게 알려주나 싶었다. 나중에 나는 글을 쓰게 된다면 곁들이는 그림도 반드시 내가 그리겠다는 생각도 그래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글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재주를 겸한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삽화와 글은 따로 떨어질 수 없이 하나가 되어야 되고, 그러면서도 그림은 독자적으로 아름다우면 가장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보림에서 번역하여 만들어 낸 이 책, 이승민씨 그림은 나의 그런 관점에 충실하다. (비록 지금 이 리뷰에선 책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지만, 내용도 너무 좋아서)원서도 구입할까 싶어 클릭했다가 표지그림보고 헉겁을 떼며 사지 않았다는 나도 참 웃기는 사람이다. 원서의 그 아이는 정말이지 만정이 뚝 떨어지는 모습이다. 책 표지 그림 때문에 안 산다는 사람은 조선천지에 나밖엔 없을 지도..아무튼 그만큼 나는 이승민씨가 그린 리보츠가 사랑스럽다.  

 

앞날개나 뒷날개에 책에 대한 정보를 기록할 때, 누누이 느끼지만 제발이지 그림의 재료까지 알려주면 안 될까? 이승민씨에 대한 소개글은 있었지만, 이 그림을 그린 재료가 무엇인지 나는 사뭇 궁금하다. 홀딱 반했다는 표지그림은 전체적으로 연필자국이 드러나는 밑그림에 색깔을 살짝 입혀 놨고 내부엔 흑백으로만 연출되는데, 굵고 부드러운 선으로 농담 표현도 되는 이것의 재료가 무엇이냐고? 중학교 미술시간에 '연필, 목탄, 콩테..'라고 달달 외운 기억은 나지만 4B연필 외엔 한번도 써보질 않았으니.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예쁜 동화책에 가슴 설레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동화인데도 막내가 중학생이 되는 우리집 서가에 아직도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골치가 아프고 심란할 때 나는 이런 동화들을 뒤적거리며 뒹굴다보면 어느 새 마음이 개운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림만 좋다고 책이 이뻐지는 건 절대 아니다. 책 속의 리보츠는 품어주고 싶은 사랑스런 남자애다. 출판사에서 올린 책소개글에처럼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쓸쓸한 성장기를 읽다보면 엄마처럼 꼭 보듬어주고 나직한 목소리로 응원해주고 싶다. 결론은 그림까지 좋으니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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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1-13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 표지 보고왔어요. 정말 우리나라 그림이 훨씬 낫네요. ㅎㅎ
전 제 책은 표지에 거의 신경을 안쓰는데 아이들 책은 표지가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표지가 좋으면 그냥 사게 돼요. ^^

진주 2009-01-13 08:23   좋아요 0 | URL
크..특히 두꺼운 쌍꺼풀 보니까 만정이 뚝 떨어지더만여 ㅋㅋ~
제가 한 때 디자인 공부를 좀 했는데, 표지디자인이 상당히 끌리더라구요.
계속 할 걸 그랬다 싶어요^^

바람돌이 2009-01-14 00:44   좋아요 0 | URL
이런 진주님 같은 글솜씨에 디자인까지 공부하셨다구요. 정말 대단 대단... 지금 다시 시작하실 생각은요? 괜찮을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