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쉬세요
쉬고 싶은 만큼 쉬다 가세요.
사는 게 힘들지요.
뭐 좀 해볼려고 해도 잘 되지 않고
자꾸 마음만 상하지요.
모든 일 다 미뤄두고 여기 와서 좀 쉬세요.
읽고 싶던 책도 맘껏 읽고.
듣고 싶던 음악도 맘껏 듣고.
어둑해지면 나랑 같이
술이나 한잔 해요.
시계도 없고 달력도 없고.
전화도 없고 텔레비젼도 없고.
여긴 없는게 많아서
그런대로 지낼만할 거예요.
아무 때나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것 하나만 해도
쉬는 값은 하지 않겠어요.
좀 쉬세요, 그러다 고장나요.
한두 해 살다 그만둘 게 아니라면
이따금 세상에서 한발짝 물러나
숨을 좀 돌릴 필요가 있지요
백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