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보드카는 칵테일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베이스가 된다. 함께 들어가는 재료의맛을 가리지 않으면서 술로서의 중량감을 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무 맛도 없기 때문에 매 순간, 마시는 사람의 감정에따라 맛이 달라지는 거죠. 자신의 감정이 이입되는 술이라고나 할까요."

"아프리카에서 비행기 타다 보면 그보다 더한 꼴도 많이봐요."
이분이 한번은 르완다항공을 탈 일이 있었는데 비행기가떠날 생각을 않더란다. 하염없이 기다리다 지쳐서 항공사 직원에게 지연되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그 대답이 걸작이었다.
"비행기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요. 지금 다른 비행기가타이어를 실어 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여행은 늘 놀라운 만남들로가득 차 있다. 여행자의 마음이 그것들을 외면하지 않을 만큼 열려 있기만 하면, 그것은 좁은 문을 소리 없이 통과해 들어오는 고양이처럼 어느새 내 앞에 와 있곤 한다.

커피와 술은 우리에게 잠깐 동안의 ‘위안‘을 선사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커피가 선사하는 위안과 술이 선사하는 그것은 정확히 반대 방향에 위치한다. 커피는 대표적인 흥분제다.
우리 몸에 활력을 주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 반면에 술은 안정제라고 할 수 있다. 신진대사를 느리게 하고 느긋한 기분이들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흥분제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느긋해진 기분 탓에 그동안 억제되어 있던 언행이 가능해지는 것을 두고 생겨난 오해다. 얼핏 생각하면 합쳐져 그 효과가 0이 되어버릴 것 같은 모순적인 두 액체, 하지만 안데스 산자락에서 자란 최고의 흥분제와 정글의 안정제를 한꺼번에 투여받은 나는, 몸에 더운 기운이 돌며 머리가 맑아지고마음은 너그러워지는 상태가 되었다. 극단적인 나라에 어울리는 극단적인 위안, 그 순간 카라카스의 번잡함은 우주의 티끌로도 여겨지지 않았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는 말할 것도 없고, 페루의 이키토스, 볼리비아의 오루로 등 까르나발이 열리는 남미 도시들은 한 해의 달력이 까르나발을 기점으로 시작되고 끝난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다가오는 축제로부터 오늘을 살아야 할 이유를 얻고,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무용수들의 행진으로부터 고단한 삶에 대한 보상과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축제가 끝나는 그 순간부터, 또다시 내년의 까르나발을향한 기다림이 시작된다. 이처럼 까르나발에 생을 거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여기에 동원되는 물자와 인원은 상상을 초월한다. 도시끼리의 경쟁도 치열하다. 규모와 명성에서 부동의1위는 당연히 브라질 리우 까르나발이지만, 그다음은 우리라고 부르짖는 도시들이 줄을 섰다. 콜롬비아의 바랑키야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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