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모든 소매유통업체는 (이곳 직원들도) "이제 우리는 망했구나!"라고 해야 할까?
답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아마존 제국에 맞서 싸우는 혁신적인 소매유통업체들도 있다. 몇 개만 예를 들자면 세포라, 홈 디포, 베스트바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회사는 아마존이 급격한 변화를 도모할 때 다른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며 사람에게 투자하고 있다. 그들은 인적자본 투자를 기술 분야 투자와 연결한다. 이제 소비자는 제품을 사러 매장에 가지 않는다. 제품은 아마존에서 보다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매장에 가는 이유는 사람, 즉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서다.

점점 더 많은 기자와 저술가가 다른 어떤 기업보다 애플을 좋게 표현하는 글을 쓰고 있지만, 대개는 애플을 사치품 브랜드로 바라보지 않는다. 나는 지금까지 25년 동안 사치품 브랜드 업체를 상대로 컨설팅을 해왔는데, 포르쉐에서 프라다에 이르는 이들 회사에는 공통적으로 핵심적인 다섯 개 특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것은 우상화한 창업자, 장인정신, 수직적 통합, 세계 무대로의 확산 그리고 프리미엄 가격이다.

알다시피 매장은 기술 산업을 바꾸었고 애플이 사치품 회사로 발돋움하게 했다. 아이폰은 애플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지만 매장은 애플의 브랜드 가치와 이윤을 끌어올렸다. 뉴욕의 번화가 5번가나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보면 루이비통, 까르띠에, 에르메스 그리고 애플 매장이 쉽게 눈에 띈다.

잡스가 찬양한 HP의 속성 가운데 하나는 최고의 제품, 즉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품질이 뛰어난 제품(특히 계산기 제품)을 만드는 데 전념해 엔지니어들이 그 제품을 사고 싶어 안달이 나게 만드는것이었다.

애플을 기술 브랜드에서 사치품 브랜드로 전환한 스티브 잡스의 판단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그리고 가치 창조의 힘이 가장 강력한) 기업계 통찰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기술 기업은 규모를 바꿀수는 있어도 유행을 타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예측하건대 사델은 시스코 Cisco(1984년 설립된 미국의 정보통신 회사 - 옮긴이) 보다 오래 살아남고, 구찌는 구글이 유성처럼 소멸하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이라는 네 개의 거인기업 중에서도 애플은 다른 셋보다 한층 더 우월한 유전자를 갖췄고, 내가 볼 때 22세기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적어도 현재까지 애플은 넷 가운데 창업자와 창업 당시 경영진이 모두 물러난 뒤에도 살아남은 유일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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