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자동화된 알고리즘이 판치는 세상입니다(그 알고리즘들이 성과가 좋으냐는 차치하고 말입니다). 보통은 매매를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않아야 할낮 동안, 특히 장중에는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시장에는 새로운 뉴스가 새벽부터 마구 쏟아집니다. 이 정보들을 취합해서 새로운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경험이부족한 사람일수록 시간의 압박이 있으면 나쁜 의사결정의 빈도가 높아집니다. 어제까지 노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던 의사결정을 오늘 새로이 노출된 정보만으로 한다면 그 의사결정은 잘못될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 새로 나온 뉴스 중 나의 포지션을 바꿀 만한 뉴스는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만약 새로운 뉴스에 따라 매매를 했다면 노이즈에 반응했을 가능성이 큽니다(신호와 소음에 대해서는 10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또는 실제로 중대한 뉴스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미 내가 손쓸 수 있는 시기를 지났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뉴스에 즉각 반응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신이 걷고 있는 이유를 좌뇌가 알지 못했다는 건 예측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걸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는 건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2장에서 스토리텔링에 집착하는 두뇌에 대해서 말씀드렸지요? 나의 행동이나 감정에 대해서 두뇌가 언제나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우리가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느끼는 생각이 진정 합리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늘 제약당하고 편향에 가득 차 있다면,
오히려 반대로 편향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질문을 바꾸는 일은 우리 삶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출산의 대안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면, 출산장려금이나 산후조리휴가 등에 대해 논의하다가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개인주의가 강해서결혼과 출산에 관심이 없어, 쯧쯧" 하는 무의미한 이야기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저출산은 통계적으로 여성의 교육 및 사회활동 참여 증가와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무작정 출산율 증가를 강조하는 일은 여성의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출산이 문제로 인식되는 이유는 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력 저하, 연금 재정 부실 등입니다. 그렇다면 던져야 할 질문은 저출산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아니라,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력을 증가시키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또는 ‘연금 재정은 국민의 연금 지출로만 충당해야 하는가? 만약 정부의 화폐 발행을 통해 연금 재정을 부양한다면 어떤 부작용이 있는가?‘ 등이 될 것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상당히 역동적인 곳입니다. 업종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그 안에서 기업들의 순위도 극적으로 바뀝니다. 2020년의 코로나19 사태만 보더라도, 마스크와 진단키트 둘 다를 자국 공장에서생산하면서 수출까지 대응할 수 있었던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전체 시장은 늘 제자리걸음인 듯 재미없어 보여도, 각 기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아주 많은 기회를 선사하지요..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도 저는 종목 추천을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쉽게 말해 A/S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의 의사결정은 오늘까지 취득한 정보와 원칙에 국한된 결론입니다. 내일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거나 의사결정 원칙이 바뀌면, 그 결론도 얼마든지 바뀔 수있습니다. 오늘 산 주식을 내일 바로 팔아버릴 수도 있는데, 그 주식을오늘 남에게 추천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주가가 미래에 어떤 경로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제가 경험이 쌓인 투자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대략의 확률적인 경로를 추론하고, 추론이 틀린 것으로 드러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종합한 그때그때의 의사결정입니다. 그 의사결정 과정을 타인에게 그대로 복제해줄 수 없는 이상, 결과로서의 종목 추천은 완전히 무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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