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76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거의 1000년 가까이 계속되는 유럽의 중세 시대는 기독교가 유럽 대륙 전체에 뿌리를 내리고 완벽한 세력을 구축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된 기독교는 로마 제국의 상류층으로부터 시작하여 천천히 북쪽으로 퍼져나갔다. 그런 탓에 로마에서 멀리 떨어진 북부 유럽의 민중 사이에는 늦게까지 이교의 잔재들, 오딘과 토르와 프라이와 여신 프라야에 대한 믿음이 남아 있었다. 물론 이미 기독교화한 세계에서 이런 이교의 신앙은 마법이나 미신으로 취급되었다. 이런 사정을 분명하게 알고 바라본다면, 북유럽 신화에는 알게 모르게 중세 시대 이교와 기독교 사이의 세렉 다툼이 스며들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 옛사람들이 남긴 신화와 전설에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거의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근원적 사유형식인 원형(Archetypen)이 완결된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어느 나라의 전설이든 거의 유사한 원형들이 등장한다. 물론 상징의 형태로 되어 있어서 첫눈에 알 수는 없고, 그 상징을 여는 열쇠를 익혀야만 한다. 그래도 그런 열쇠를 손에 쥔다면 나도 잘 몰랐던 나 자신과 우리의 모습을 더욱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옛이야기에 이끌린다. 읽다 보면 낯설면서도 어딘지 몹시 친근함을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