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성세대의 정치 성향은 다소 분명하게 대립되는 양측으로 갈려 있습니다. 제조업 중심의 기업으로 이루어진 사회는 경영자와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동자의 편을 드느냐, 아니면 경영자의 편을 드느냐로 양분화된 정당들이 서로 목소리 높여 싸우는 게 익숙합니다. 이것이 지난 50년간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대한민국의 문명입니다. 정치, 경제, 산업, 시장, 사회가 전부 이것을 기준으로 운 영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도 계속될 우리의 발전 방향이 라고 모두 믿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새로운 혁명이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2.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들이 거대 자본을 투자해서 기존의 신문사와 방송사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자연스러운 고객의 선택으로 성장했다는 것이죠. 10년 사이 변화한 인류는 아침에 읽던 신문은 끊어버렸고, TV보다는 유튜브를 더욱 많이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은 그 흔한 TV광고 한번 크게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은 수백 개의 기업들 중 선택받은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오로지 포노 사피엔스만을 생각하는 기업입니다. 소비자의 표준이 누구인지가 명확한 기업이죠. 


3. “스마트폰은 앞으로 필수니까 적절하게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SNS는 이제 기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니 어려서부터 활발하게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유튜브는 검색뿐 아니라 직접 방송도 해보고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이제 게임은 하나의 스포츠란다. 어려서부터 인기 있는 게임은 좀 배워두고 방송도 불 줄 알아야 한다.”


4. 음악 소비 변화가 내가 속한 산업 분야에 찾아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얼마나 그런 일들이 현실이 되었는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이해하십시오. 이러한 분석에 기반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바로 퍼스트 무버가 되는 길입니다. 모든 답은 이미 데이터가 알고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을 뿐입니다. 이래서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빅데이터의 분석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데이터를 읽는 힘을 가지면 새로운 세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5.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에 당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에 빠진 사람들도 있고 당구에 미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술과 당구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도구로 만들면서 현재의 자리에 왔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얼마든지 그럴 힘이 있습니다.(게임중독 걱정에 대해 언급하면서)


6. 앵프라맹스, 팬덤의 기초 


뒤샹의 작품은 예술적으로 많은 해석을 낳았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뒤샹이 언급한 앵프라맹스 inframince 입니다.샘이라는 작품이 보여준 예술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기성품으로 만든 더러운 소변기를 떼어낸 다음 사인을 넣어 예술품이라고 우겼을 떄, ‘ 그러고 보니 이것도 관점에 따라서는 예술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지구상에 누가 있을까요? 물론 인간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위대함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예술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뒤샹이 그렇게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기성품 변기였지만 ‘샘’는 이제 작품 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 앵프라맹스가 더해져 변기가 엄청난 예술품으로 변한 것입니다.  


앵프라맹스의 뜻은 이렇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너무나 '미세한 차이, 그러나 본질을 바꾸는 결정적 차이.’ 뒤샹은 개기존 기성품과 물리적으로 전혀 차이가 없는 변기를 선택한 후, 거기에 앵프라맹스를 더해 엄청나게 많은 의미를 담은 예술품으로 탄생 시켰습니다. 


7. 앵프라맹스를 찾아내려면 디테일에 집착해야 합니다. 인간은 항상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무한한 잠재력도 갖고 있으며, 매우 대중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개인적 입니다. 예측하기 어려워서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소비자의 특성이라서 앵프라맹스를 찾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더라도 그 출발점은 바로 '사람'입니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 을 찾아내기 위한 집착이 디테일을 만들고, 디테일이 완성되면 팬덤이 생깁니다. 인류 문명의 표준이 달라진 만큼 팬덤을 일으키는 앵프라맹스도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문명에 대한 관심을 계속 키우고 학습해야 합니다. 신문명이 자연스럽고 익숙해져야 앵프라맹스를 만들어낼 힘이 생깁니다. 


8. 로레알은 스타일난다가 만들어낸 팬덤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사실 온라인 판매 전략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지만 팬덤을 일으키는 스타일, 즉 킬러콘텐츠는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스타일난다에 확립된 온라인 판매 전략은 우리나 라와 중국에서 이미 성공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로레알은 이를 자신들이 전 세계로 퍼뜨린다면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 라고 확신하여 거금을 지급한 겁니다. 이 시대 기업의 가치는 팬덤을 만드는 힘이고 이건 데이터로 아주 명확하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스타일난다는 작은 기업이 만드는 킬러콘텐츠의 가치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휼륭한 사례입니다. 


9. 물론 생각은 복제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많은 복제가 이루어지면 그 다음은 생각의 범위가 확장됩니다. 아인슈타인도 자기 뇌의 20퍼센트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는 만큼 인간의 뇌 기능은 무한합니다. 많은 지식을 복제하는 인간은 새로운 생각도 계속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집니다. 멍하니 계속 정보만 바라보고 있으면 부작용이 될 수 있지만, 그걸 보면서 새로운 생각을 만들기에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혁신의 단초가 됩니다. 그래서 부작용을 막아버리면 새로운 혁신은 시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부작용이 떠오르면 항상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혁신의 가능성을 탐색해야 합니다.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을 찾아 움직이는 힘으로 현대 문명을 창조했습니다. 지구 어딘가에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새로은 인류가 등장하고 거기서 또 새로운 문명이 시작됩니다.


10.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라는 겁니다. 뇌는 관련 정보를 보지 못하면 어떤 새로운 프로세스도 만들 수 없습니다. 보안과 관련된 사항이 아니라면 회사 내 네트워크를 최대한 열어줘야 합니다. SNS도 적극 참여하고 활동하게 해야 합니다. 시대의 문명을 알지 못하면서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런 인재로는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작용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할수록,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을 찾을 더욱 강력한 대안도 제공해야 합니다. 이것은 더욱 발전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입니다.


11. 그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인재가 된 것도 바로 디지털 문명에 기반한 새로운 소프트웨어산업의 생태계 덕분이지요. 그러니 어려서부터 이 문명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겁니다. 비교해봅시다. 책으로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학원에 가서 코딩을 배운 아이와 구글링, 유튜브를 매일같이 보고 전 세계 개발자들이 만든 오픈소스 코드 를 풀어가며 문제해결 능력을 키운 아이, 이 둘의 능력치는 얼마나 다를까요? 아마 후자의 아이가 새 문명을 이끄는 데 더 적합한 능력치를 가질 것입니다. 이제 스마트폰 문명에 기반한 디지털 학습 능력은 인류에게 필수적인 요건이 되었습니다. 이걸 단지, 부작용을 걱정해 막기만 한다면 유능한 미래 인재도 성장할 수 없습니다.


12. 온라인 마케팅만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오프라인이라고 꼭 시장이 축소되는 것만도 아닙니다. 디지털 소비 문명이 앞서 가는 미국이나 중국을 보면 그런 현상이 명확합니다. 다만 기본적인 트렌드는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이동입니다. 오프라인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문명의 교체에 따른 혁명기에 보장된 성공의 왕도는 없습니다. 늘 성공 모델을 카피 해서 발전시킨 우리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할 만합니다. 오로지 하나의 왕도는 고객이 왕이라는 명백한 메시지입니다. 


13. 최근 애자일(Agile) 경영이 화두가 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일반적인 기업들은 1년 치 사업계획을 연초에 수립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 전체가 열심히 활동합니다. 그리고 연말에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평가하고 다시 차년도 계획을 수립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보편적인 사업방식이고 조직 운영방식입니다. 그런데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런 형태의 비즈니스로는 시장에 적응이 어려워졌습니다 .1년 치 계획을 짜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계획의 가정에 포함된 시장상황이 크게 달라져버리니 계획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애자일 경영입니다. 본부 경영진에서 계획을 세워 하부조직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접점에 있는 소규모 팀에게 경영의 전권을 부여하고 고객 반응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며 대응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미국 기업 중 3분의1이 연 단위 성과평가 경영방식에서 애자일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객 중심 경영의 철학이 이제 경영방식에도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14. 우리 기업들이 스토리텔링이 취약하고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가 규제에 잡혀 혁신의 속도가 늦다고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제조산업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반대로 우리 제조기술의 디테일이 팬덤을 만들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숨겨져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계에 부딪혀 실현할 수 없는 스토리가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현실 모델이 된다면 정말 엄청난 팬덤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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