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의 본성의 선한 천사들 중에서 이성을 마지막으로 소개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사회에 일정 수준의 문명이 자리 잡으면, 폭력을 그보다 더 줄이는 데 가장 희망을 걸 만한 것이 바로 이성이다. 다른 천사들은 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한 기간 내내 우리와 함께했지만, 그럼에도 기나긴 세월 동안 전쟁, 노예제, 독재, 제도적 가학성, 여성 억압을 방치하는 데 별반 성공하지 못했다. 감정 이입, 자기 통제, 도덕 감각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자유도가 너무 낮고 적용이 너무 제한적이라서, 최근 수십, 수백 년의 발전을 설명하지 못한다.

폭력의 감소는 우리 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덜 인식된 발전일지도 모른다. 그 현상에는 우리가 품은 신념들과 가치들의 핵심을 건드리는 합의가 담겨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조건이 착실히 더 나아졌는가, 착실히 더 나빠졌는가, 변하지 않았는가 하는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순수로부터의 타락, 종교 경전과 위계의 도덕적 권위, 인간 본성의 타고난 사악함 혹은 자애로움, 역사를 추진한 힘, 그리고 자연, 공동체, 전통, 감정, 이성, 과학에 대한 도덕적 가치 평가 등등 수많은 미결의 개념들이 이 문제에 달려 있다. 나는 이미 무수한 페이지를 할애하여 폭력의 감소를 기록하고 설명했으니, 지금 그 의미를 더 파헤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우리가 폭력의 역사적 감소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두 가지 고찰을 덧붙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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