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흔히 성공에 대해 한 가지 요소만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 원인들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은 인류사에서 지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동물의 가축화에 대해 설명해 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얼룩말이나 페카리(peccary, 열대 아메리카산 멧돼지역주)처럼 가축화에 적합해보이는 수많은 대형 야생 포유류가 가축화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가축화에 성공한 가축들은 거의 대부분이 유라시아산이었다는 점이다.
앞의 두 장에서는 작물화에 적합해 보이는 수많은 야생 식물이 작물화되지 못한 이유를 살펴보았으므로 이제부터는 같은 문제를 가축화된 포유류에 적용해 보자. 앞에서 논의했던 사과냐 인디언이냐 하는 문제가 얼룩말이냐 아프리카 원주민이냐 하는 문제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는, 일부 천재 발명가시대에 특정 장소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과연 세계사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겠느냐는 점이다. 대답은 명백하다.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루 인정받는 유명한 발명가들에게는 항상 유능한 선후배가 있었고 사회가 그들의 제품을 이용할 수 있는 시기에 발명품을 개량했던 것이다. 앞으로 다시 확인하게 되겠지만 파이스토스 원판에 사용된 도장들을 완성했던 그 영웅의 비극은 그 시대의 사회에서 대규모로 이용될 수 없는 물건을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아프리카는 다른 대륙보다 훨씬 일찍 출발했다는 이점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기후와 생식지도 매우 다양하고 인종도 가장 다양하다는 이점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만약 어느 외계인이 10,000년 전에 지구를 방문했다면 나중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는 제국이 형성될 것이며, 유럽의 국가들은 그 속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아프리카와 유럽의 충돌에서 그 반대 결과가 빚어진 직접적인 이유들은 분명하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만났을 때 그랬던 것
처럼 아프리카에 들어왔을 때에도 총기를 비롯한 기술, 문자 보급, 정치 조직 등 탐험과 정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 가지 이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논의한 것처럼 역사적으로 이 세 가지는 모두 식량생산의 발전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유라시아에 비하여) 식량 생산이 늦어졌다. 그 까닭은 가축화 · 작물화할 만하 동식물이 적었고 토착적인 식량 생산에 알맞은 지역이 훨씬 좁았으며 남북 축 때문에 식량 생산과 발명품의 전파가 지연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중국이 정치적 기술적 우위를 유럽에 빼앗긴 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중국의 만성적 통일과 유럽의 만성적 분열부터 이해해야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도 지도에서 짐작할 수 있다. 유럽의 해안선은 섬에 버금갈 만큼 고립되어 있는 큰 반도가 다섯 개나 있어 매우 들쭉날쭉하며 각각의 반도에는 모두 독립적인 언어와 민족 집단과 정부(그리스, 이탈리아, 이베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 스웨덴)가 들어선다. 반면에 중국의 해안선은 훨씬 완만하며 별개의 중요성을 갖게 된곳은 인근 한반도밖에 없다. 유럽에는 정치적 독립을 주장하고 자기들의 언어와 민족성을 유지할 만큼 큰 두 섬(그레이트브리튼과 아일랜드)이 있고, 그중 한 섬(그레이트브리튼)은 유럽의 중요한 독립 강국의 하나가 될 만큼 크고 또한 유럽 본토와도 가깝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에는 가장 큰 두 섬인 타이완과 하이난조차도 각각 아일랜드 면적의 절반이하에 불과하며, 최근 타이완이 부상하기 전까지는 둘 다 중요한 독립강국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일본은 지리적으로 고립된 탓에 최근까지 아시아 본토로부터 정치적으로 격리되어 있었는데, 그레이트브리튼과 유럽 보토의 경우보다 훨씬 그 정도가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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