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한다는 게 그만 어흥! 피리 부는 카멜레온 57
김평 지음, 장라영 그림 / 키즈엠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키즈엠 피리부는 카멜레온 57 - 안녕? 한다는 게 그만 어흥!

김평 글, 장라영 그림

 

 

아드님은 4세 후반부터 전래동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무척 좋아해요.

단행본을 좋아하는 엄마이다 보니 전집보다는 단행본 전래소전집들을 구매해서 보여주고 있어요.

그런데 전래 또한 끝이 없더라구요~ 아직 모르는 이야기가 더 많아요.ㅋ

그 중 전래동화 3편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그림책을 소개해 볼까 해요. :)

표지의 민화풍의 호랑이는 벌벌떨면서 숨어있는 어린이들과는 다르게 왠지 전혀 무서워 보이지 않네요. ㅋ

 

 

 

 

옛날 옛적 간 날 간 적

뚝배기 어릴 적에, 나무 접시 젊을 적에 호랑이 한마리가 살았어.

깊은 산속에 혼자 살다보니 몹시 심심한 호랑이는 어슬렁어슬렁 마을로 내려왔어.

 

읽어주면서 저절로 웃게되는 글 작가님의 위트가 다음 이야기를 더 기대하게 만든네요. :)

 



 

마을 외딴집 담장을 들여다보니 아기가 마당에 앉아 소꿉놀이를 하고 있어.

혼자 차린 밥상을 먹는 것보다 같이 먹는 것이 더 맛있을 것 같아 호랑이가 마당으로 들어갔어.

그런데 그만 "안녕?" 한다는 게 "어흥!" 하고 말았어.

 

호랑이가 "어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호랑이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안타깝기만 하네요~ ㅋ

 



 

아기는 커다란 호랑이가 벼락보다 큰 소리로 "어흥!"하고 들어오니 놀랄밖에.

호랑이는 할머니 호랑이한테서 들은 옛날이야기가 떠올랐어.

' 아기가 제일 좋아하는 곶감을 갖다 줘야겠어 ! '

 

정말 집채만한 호랑이군요!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일 수 밖에 없겠어요. ;;

 



 

곶감을 찾아 두리번 거리다 어느 집 처마 밑을 보니 주렁주렁 곶감이 매달려 있고

마루에는 오누이가 앉아서 곶감을 꿰고 있네.

몰래 훔치는 것보다 부탁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호랑이는 오누이에게 다가갔지.

 

그리곤 우리의 예상대로 '곶감 하나 부탁'한다는 게 "어흥!" 해버린거죠~ ㅋ


 


 

깜짝 놀란 오누이는 후다닥 뛰어 우물가 소나무 위로 도망쳤어.

그러고는 하늘을 향해 "살려주세요!"하고 소리치지 뭐야.

호랑이는 할머니 호랑이한테서 들은 옛날이야기가 떠올랐어.

' 오누이한테 엄마를 찾아 주자 ! 그럼 내려오겠지. '

 



 

그런데 이 작은 그림 좀 보세요~ :)

살려달라며 울며불며 나무에 매달려 있는 오누이와는 정반대로

소나무 아래에서 어리둥절해하는 호랑이의 모습인데, 너무 귀엽네요.

작가는 호랑이의 표정과는 정반대의 위협적인 몸짓과 어리둥절해 하는 귀여운 표정들의 대비를 통해

호랑이에 대한 선입견을 무장해제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

 

 

 

 

이 쯤되니 아드님도 "어흥!"이 나오면 자동으로 호랑이가 되더군요. ㅋ

같이 "어흥!" 해주면서 즐겁게 읽어요. :)

 



 

호랑이가 목을 빼고 오누이의 엄마를 찾다가 멀리 함지박을 이고 좁은 밭두렁을 걸어오는 아낙을 보았어.

그런데 그만 "오누이의 엄마가 맞나요?" 한다는 게 "어흥!"하고 말았어.

엄마는 함지박에 있는 떡을 주며 살려 달라고 빌었어.

호랑이는 할머니 호랑이한테서 들은 옛날이야기가 떠올랐어.

" 미안해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

 

집채만한 크기로 위협적인 몸짓으로 보일 뿐이지만 호랑이는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네요~

 



 

 

호랑이말을 못알아 듣는 엄마를 보며 답답해 하던 중 그때 마침 지나가던 토끼를 보았어.

토끼를 잡고보니 호랑이는 할머니 호랑이한테서 들은 옛날이야기가 떠올랐어.

" 괘씸하기는 하지만 날 도와준다면 용서해 주지 ! "

" 그거야 어렵지 않지요. 아낙에게 남편을 데려다 주세요. "

 

이젠 표정도 몸짓도 너무 귀엽기만 한 호랑이에요. :)

 

 

 

 

호랑이는 바람처럼 달려가 아낙 앞에 농부를 내려놓았고,

다시 아낙과 농부를 태우고 오누이 집으로 갔고,

엄마, 아빠를 본 오누이는 쪼르르 나무에서 내려왔고,

호랑이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어서

"곶감 하나만 줄래?"라고 말했지.

 

안타깝게도 아드님은 다 모르고;; <해와 달이 된 오누이>만 알고 있었네요. ;;

조만간 나머지 이야기도 들려주어야 겠어요.



 

 

호랑이는 신이 나서 아기에게 갔어.

아기는 꽃 밥상을 차려 두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어.

호랑이도 아기 머리맡에 곶감을 두고 아기 옆에서 곤히 잠이 들었어.


정말 착한 호랑이네요~

게다가 <호랑이와 곶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토끼의 재판>의 패러디 이야기를

재밌게 이끌어간 일등공신이기도 하구요. :)

 

 

 

 

 

작가의 블로그에서는 아쉽게도 포트폴리오로 보이는 그림밖에 볼 수 없었네요. ;;

이 책이 데뷔작이다 보니 다음엔 어떤 그림을 보여주실지 궁금해 집니다. :)

 

 

 

 

 

점토(클레이)로 감을 만들어 볼까 ?


 

책을 읽고나서 곶감을 만들고 싶다는데, 뭘로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ㅋ

그래서 간단하게 점토로, 곶감 대신 감을 만들기로 했어요~

 

 


 

 

아드님 소심(?)한건지;; 적게 떼어내 작게 만들어요.;; ㅋ

동글동글 공으로 만듭니다.

 

 

 

 

점토용 도구를 이용해서 꼭지가 들어갈 구멍을 내 줍니다.

 



 

 

잎은 원기둥모양의 클레이를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꾹 눌러주어 2개로 만든후

十자 모양으로 붙여서 4개의 잎을 만들고 끝부분을 다듬어 주어요.

엄마가 만드는걸 보고 따라 만들었어요.

감잎 끝마무리를 예쁘게 잘 따라하네요. :)

꼭지 붙이고 완성!

그리고는 사과도 만든다며 점토를 동그랗게 만들고 있어요.

 



 

 

아드님표  감과 사과에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 2013 칼데콧 상 수상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1
존 클라센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1  -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존 클라센 글, 그림

 

 

단행본을 좋아하고 많이 접하다 보니 신작을 기다리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http://pixelone.blog.me/40168547130

1년전 존 크라센의 < 내 모자 어디 갔을까? >를 만나고 기다렸던 그 책이 드디어 번역되어 나왔네요. :)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그냥 몰래 가져온 거야.

 

화자는 표지에 등장한 작은 물고기 이에요.

책에서도 아주 작게 표현되지요.

작은 물고기의 독백은 계속 됩니다.

 

 

 

 

 

글밥이 많지 않아 아드님이 읽어 보기로 했어요. :)

 

 

 

 

 

커다란 물고기한테서 슬쩍한 거야.

모자를 가져가는 줄도 모르고 쿨쿨 잠만 자던데?

 

하지만 물고기는 깨어납니다 ! ㅋ

 

 

 
 

아마 모자가 사라진 건 알지 못할 거야.

 

깨자마자 모자를 찾았구요~

 

 

 

 

아마 내가 가져갔다는 건 눈치채지 못할 거야.

 

작은물고기가 간 방향을 정확하게 가늠까지 합니다. ㅋ

 

 

 

 

내가 어디로 가는지 너한테만 살짝 말해 줄게.

키 크고 굵은 물풀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곳에 가는 거야.

사실 누가 날 보긴 했어.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다고 했어.

 

과연 게의 입은 무거울까요 ?! ㅋ

 

 

 

 

처음부터 작은물고기의 예상이 다 틀렸듯이 게 또한 보기좋게 배신(?)을 합니다. ㅋ

 

 

 

 

아드님도 이 장면에선 빵- 터지더군요. ㅋ

이 책은 말 없이 이미지만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상상하게 만들어요. :)

 

 

 

 

모자를 훔치는 게 나쁘다는 건 알아. 이게 내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하지만 그냥 내가 가질래.

어쨌든 커다란 물고기한테는 너무 작았어. 나한테는 요렇게 딱 맞는데 말이야!

 

와 ! 드디어 다 왔어 !

내가 잘 해낼 줄 알았다니까.

 

작은 물고기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시키면서 완전범죄를 꿈꾸네요~

하지만 어쩌지요?! 커다란 물고기는 그 크기만큼이나 빠르게 다가옵니다. ㅋ

 

 

 

 

???

과연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요 ?!

작가는 이미 <내 모자 어디 갔을까?>에서도 열린 이미지를 제시하며 독자의 상상력을 마구 증폭시키곤 했었지요.

 

 

 

 

물풀숲에서 나온 커다란 물고기가 아-주 작은 모자를 쓰고 유유히 돌아와서 다시 잠을 청하네요.

이 능청스러움이 이 작가만의 개성같기도 해요.

아드님도 흠짓 놀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순수하지 못한 엄마는 자꾸 지난번처럼 무서운 상상을 하게 되네요~ㅋ

 

 

 

 

단 2권이지만 모자 시리즈를 보면 작가의 도전정신(?)이 느껴지는 듯 한데요.

세로판형에서 가로판형,

잃어버린 자인 주인이 화자인 설정과 훔쳐간 자인 범인이 화자인 설정,

환한 숲속배경에서 어두운 바닷속배경,

과묵하지만 절제된 색감과 이미지로, 눈으로만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을 말이지요.

잔인한 유머와 함께요~ ㅋ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또 기다려집니다. 또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할까요 ? :)

 

 

 

 

바닷속을 칫솔로 물감뿌리기하여 예쁘게 표현해 볼까 ?

 

 

  작가의 그림을 보다가 해보고 싶었던 칫솔로 물감뿌리기에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칫솔과 색지 그리고 빨리 마르는 아크릴물감을 준비하였어요. 

 

 



 

색지에 커다란 물고기를 그려보아요~

아직 아드님은 타원형을 잘 그리지 못하지만 열심히 그려주었어요. :)

종이를 물고기 모양대로 자르고~

 



 

 

귀여운 모자도 그립니다.

아드님은 커다란 물고기와 작은 물고기 모두에게 모자를 씌워 주겠다고 하네요. :)

 



 

 

아드님표 주인공들이 완성되었어요. :)

그동안 엄마는 검은도화지가 없는 관계로 ;;

검정색 물감으로 검은도화지를 만들어 놓아요~ ㅋ

 



 

 

신문지를 많이 깔고 ;; ㅋ

물고기 형태의 색지 위에 칫솔로 물감 뿌리기를 합니다.

칫솔을 손으로 문질러도 되는데 되도록 물감을 손에 안묻히려고 빗을 이용했어요.

물고기들은 눈을 그려서 붙여주고 지느러미를 흰색으로 살짝 칠해 주었어요.

 

 


 

 

위와 같은 작업으로 준비한 물풀들을 어느 곳에 놓을지 정해요.

그리고 물풀은 풀로 붙여 주었어요.

 

 


 

 

아드님과 함께 위치를 조금 수정하여 완성된 검은바다 속 물풀들입니다.

물고기들은 일부러 붙이지 않았어요.

이렇게 사이좋게 놓아보기도 하고~

 



 

 

서로 각자의 길을 가기도 하고~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 보기도 했어요~ ㅋ

 

 

 

그리고 그 다음날,

 

 

피규어 좋아하는 아드님답게 ㅋ 이렇게 해서 바다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해 주네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끼들의 밤 그림책이 참 좋아 13
이수지 그림 / 책읽는곰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이 참 좋아 013  -  토끼들의 밤
이수지 그림
 
 
이 책은 스위스에서 출판되어 2003년 스위스문화부 스위스의 가장아름다운책 으로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책이였는데, 드디어 국내에도 출간되었네요. :)
 
 
 
 
한적한 길가에 토끼가 누워있네요.
무슨 일일까요? 로드킬일까요? 아님 낮잠을 자는 걸까요?
이 책은 친절하지 않아요. ;; 대신 마음껏 상상하고 매번 다른 책을 만날 수 있어요.
글없는 책을 다수 그린 작가 이수지님의 이미지북입니다. :)
 
 

 
한적한 도로다 보니 칠흑같은 어두운 밤이 찾아왔어요.
그 도로위를 트럭이 달리고 있네요.
그런데 뭔가가 쫑긋, 제목을 알고 있기도 하지만 워낙 개성이 강한 동물이라 우리는 금방 알 수 있지요. ㅋ
 
 
 
 
끼이-익-
갑자기 뛰어드는 토끼들, 급하게 핸들을 돌리는 트럭기사.
알고보니 아이스크림 트럭.
한 장면만으로도 급브레이크를 밟는 현장이 생생하게 잘 전달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토끼들이 한 두 마리가 아니네요 !!
토끼들 참 많타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상상한 것보다도 더 어마어마한 숫자의 토끼들이에요~ !!
트럭안의 룸미러에 비친 토끼들을 보니 오싹하기 까지 해요~ ㅋ
 

 
 
룸미러의 토끼들을 보며 뒤에도 이렇게 많다고 했더니,
오싹하기만 한 요 장면을 토끼들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빵-터진 아드님이에요. ㅋ
  
 

 
그런데 갑자기 하늘을 나르는 토끼들 !!!
 
 
 
 
<La revanche des lapins> 토끼들의 복수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스위스판이에요.
토끼들이 복수를 시작하나봐요 !!
 


 
그리고 아침,
트럭 아저씨가 도로 한 가운데 누워있어요. ;;
자세는 첫 페이지의 토끼처럼 하고 말이죠~ㅋ
 
 
 
 
 
아드님은 이 상황이 재밌을 뿐이고~ ㅋ
그런데 뭔가를 발견했네요.
'토끼표지판'이에요.
이 책은 작가가 스코틀랜드 여행중에 만난 토끼들과 '토끼표지판'
그리고 런던 하숙집 근처의 아이스크림 트럭 아저씨를 생각하며 만든 책이라고 합니다.
 
 
 
 
트럭 아저씨는 뭔가에 홀린듯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트럭을 몰고 사라집니다.
 
혹시나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네요. ;; ㅋ
상상이 너무 앞서갔나요? ㅋ



 
한편에서는 떠나는 아이스크림 트럭을 보면서 토끼들이 뭔가를 맛있게 핥고 있네요~
 
아드님도 토끼들의 유쾌한 복수를 재밌어 하네요~ ㅋ
이 책은 우리나라에 출판되면서 제목이 <토끼들의 복수>에서 <토끼들의 밤>으로 바뀌었는데요.
좀 더 부드럽고 상상력을 자극하게 만드는 제목으로 바꾸다 보니,
이야기와 결말의 방향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포스팅에서는 <복수>에 맞춰서 읽어 드렸지만,
아이에게는 로드킬이 아닌 토끼들의 유쾌한 아이스크림 탈취사건으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면지는 이렇게 토끼들이 깡총깡총 뛰고 있어요.
아드님 갑자가 토끼를 세어 보겠다고 ;;; ㅋ
백 몇마리 세다가 헷갈리고 ;; 다시
그런데 작가님이 토끼를 많이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면지에 토끼가 많아도 너무 많아요~ ㅋ
 
 
 
 
작가의 예전(?)책들을 보다보니 잊었던 책탐들이 되살아나네요. ;; ㅋ
앞으로의 신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3년 6월 16일 1판 1쇄를 발행했는데 2달이 채 안되는 날에 11쇄를 찍은 이책을 받아보고 그녀의 명성을 실감했다.

<7년의 밤>을 읽고 난 후라 그 기대감은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의학 재난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이 이야기는

알래스카 아이디타로드 개썰매 경주대회의 최초로 참가한 한국인 머셔(개썰매꾼) 서재형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화이트아웃에 갇힌 서재형은 그만 늑대무리의 공격으로 썰매개들을 모두 잃고

한국 화양으로 돌아와 유기견들을 돌보는 드림랜드의 수의사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화양에서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의심되는 괴질이 발생한다.

1월 24일 오후 응급실로 후송된 후 사망한 윤모씨를 시작으로 '빨간눈' 괴질이 시작.

2월 13일 목요일 눈 발생 3주째, 화양 봉쇄 2주째.

2월 19일 새벽 4시. 시청에서 군인들이 철수.

2월 20일 0시 화양시민의 결의문 채택, 서울로 가는 평화행진 시작.

이 '28일' 동안 화양에서 벌어진 재난을, 그 현장의 아비규환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 안에는 또 다른 오영제인 박남철을 통해 교정되지 못한 박동해가 있었고,

그런 박동해가 아버지의 개인 쿠키와 그의 새주인 서재형을 향해 복수의 날을 세우고,

굶주린 개들에게 희생된 김기준의 아내, 아내와 딸을 잃고 개에게 복수를 꿈꾸는 기준이 있다.

그리고 그 짧은 기간동안 봉쇄되고 내몰린 화양시민들의 폭동과 인간들의 삶을 향한 추악한 행위들이 드러난다.

이런류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나는 자연스레 <나는 전설이다>를 떠올리게 되고,

거기에서 파생된 많은 영화들이 떠오른다. 그중 <28일후>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같은 28일을 나타내서 일 것이다.

28일 정도 지나야 자연의 역습의 결과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일까 ?!

내 딸 마리를 잘 부탁드려요
문설주 앞엔 마리의 것으로 보이는 케이지가 놓여있었다.
마리의 목줄을 풀어버리고 싶었다.
'마리, 네 집으로 가'라고 소리 질러 내쫓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구급차를 몰아 멀어지는 차를 쫓아가고 싶었다.
앞을 막고 차를 세워서 마리를 돌려주고 싶었다.
이 개는 당신의 '마리야'. 마리라는 이름을 붙여준 자가 바로 당신이라고.
그게 무슨 뜻인줄 알아?
책임진다는 거야. 편의에 따라 관계를 파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야.
 

재난영화와 같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는 없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너무나도 가볍게 여기는 생명의 이야기가 있다.

피투성이가 돼서 구덩이로 떨어지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다른 한편에선 굴삭기가 구덩이를 덮기 시작했다.
개들은 떨어져 내리는 흙과 쓰레기 더미 속에서 울부짖었다.

얼마전 그림책을 통해서도 '구제역'의 이야기에 어쩔 줄 몰랐었는데 ...

이 책에서도 반려동물인 개를 통해 '구제역'과 인간의 잔인한 폭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그만 기사만 쫓다가 진실을 알게되고 어쩔줄 몰라하는 김윤주가 되었다가 진실을 회피하고 싶은 강은주가 되어버렸다.

자연과 모든 생명체의 상생은 길은 과연 무엇일까?

그녀는 움켜쥔 손을 슬그머니 등 뒤로 숨겼다.
목이 답답해왔다.
하고 싶은 말이 목젖 밑에서 신물처럼 솟구쳤다.
그때 살려고 애쓰는 것 말고 무엇이 가능했겠느냐고.
삶은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본성이었다.

생명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본성.
그가 쉬차를 버리지 않았다면 쉬차가 그를 버렸을 터였다.

그것이 삶이 가진 폭력성이자 슬픔이었다.
자신을, 타인을,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고 연민하는 건 그 서글픈 본성 때문인지도 몰랐다.
서로 보듬으면 덜 쓸쓸할 것 같아서.
보듬고 있는 동안만큼은 너를 버리지도 해치지도 않으리란 자기기만이 가능하니까.

인간과 동물사이에서 차라리 인간없는 곳에 살고싶다는 서재형을 보며 안타까워한 것은 나만은 아니였다.

스타와 쿠키가 보둠어 주었던 그 자리에 김윤주가 있어 마음이 놓였다.

링고는 그의개가 아니었다.
어느 누구의 개도 아니었다.
그런데도그는 링고를 거두어야 한다는 책임을 느꼈다.
녀석이 걱정스럽고, 녀석이 두려웠다.
수술 자리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제 아무리 자생력 강한 몸으로 물불 가리지 않고 복수를 감행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한없이 두려웠다.

하지만 결국 그의 선택은 인간이 없는 세상이였다.

사랑하는 이가 있기 전과 후는 다를 터인데 과연 그는 그곳에서 행복할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문학계에서는 정유정 작가의 바람이 한창이다.

올해 나온 책은 놀랍게도! 무라카미 하루키와 대적할 정도이다.

그녀의 책을 2권 만나게 되었는데 그 중 2011년작이자 2011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너무나도 유명한 이 책을 먼저 집어 들었다.

서원이 왜 살인자의 아들이 되었는지 궁금하게 시작되었기에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읽으면서 오영제를 뺀 나머지 사람들에게 충분히 공감하고 함께 희노애락의 롤러고스터를 탄 느낌이다.

나는 다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저씨가 내 마음을 몰랐으면 했다.

아저씨 혼자 산다는 것에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얼마나 안도하고 있는지,

며칠 데리고 있다가 친척집을 수소문해 돌려보내 버릴까 봐 얼마나 불안해 하는지.

여기 이토록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친척집을 전전하는 고아같은 한 소년이 있다.

그 소년은 7년의 밤 동안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린다.

그 소년은 살인자의 아들 서원이다.

서원이 친척집을 전전하게 된 것은 누군가에 의해서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낙익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서원은 친척집을 전전하다 버려진 끝에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승환을 만난다.

7년 전 2004년 여름, 세령호가 있는 그 마을에선 과연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범죄스릴러 영화처럼 플래시백으로 그 소년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들려준다.

화자는 서원에서 승환으로, 현수에서 은주, 오영제로 다양한 입장을 이야기한다.

서원의 이야기로 시작되었기에 제발 서원이 '살인자의 아들'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읽게 되었다.

이 아이가 그의 아들입니다, 라고 하셨지요.

아이가 세강 끝에 와 있습니다, 라고 하셨지요.

아이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라고 하셨지요.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습니다, 라고 하셨지요.

서원을 위해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세령호 댐 보안직원이자 작가이기도 한 승환이 있다.

그는 일말의 작가의 죄책감에 의해 글을 쓸 수 없었고 짧게 함께 살았던 서원을 위해 기꺼이 가족이 되어준다.

오직 서원에게 들려줄 수 있는 진실을 담은 소설만 쓸 수 있게된 그는 사건의 7년후에 그 봉인을 해제한다.

그 진실이 담긴 소설에는 살인자가 되기 이전의 꿈이 꺾여 자신의 아버지를 증오했고 망상으로 괴로워한 아버지 최현수의 이야기,

너무나 평범하고 소박한 꿈인 가정을 이루기위해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억척스럽게 앞만보며 모래성을 쌓았던 어머니 강은주의 이야기,

또 하나의 악의 축이자 '교정'이라는 이름하에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엘리트 미치광이 오영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오영제는 최현수가 사고로 죽인 세령의 아버지로 7년동안 실종인으로 살면서 복수를 꿈꾼다.

사건이 지난 7년 후, 최현수와 최서원에게 오영제가 나타난다.

최현수는 마지막으로 예전처럼 게임의 판을 읽고 흐름을 조율하고 타자의 행동을 예측하던 포수로 돌아가 오영제를 저지하는 작전을 세운다.

그리고 그동안 지키고자 했던 공이였던 아들에게 타자의 자리를 멋지게 넘겨준다.

" 멈추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

잠수를 배우던 날부터 들어온 아저씨의 정언명령이었다.

서원은 스스로 7년의 복수의 종지부를 찍고 세상을 향해 한걸음 걸어나간다.

작가는 누구나 인생에서 본의아니게 커다란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한번 잘못된 길로 접어들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것처럼, 그가 아닌 내가 혹은 당신이 될수도 있다는 아찔한 생각을 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