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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요즘 문학계에서는 정유정 작가의 바람이 한창이다.
올해 나온 책은 놀랍게도! 무라카미 하루키와 대적할 정도이다.
그녀의 책을 2권 만나게 되었는데 그 중 2011년작이자 2011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너무나도 유명한 이 책을 먼저 집어 들었다.
서원이 왜 살인자의 아들이 되었는지 궁금하게 시작되었기에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읽으면서 오영제를 뺀 나머지 사람들에게 충분히 공감하고 함께 희노애락의 롤러고스터를 탄 느낌이다.
나는 다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저씨가 내 마음을 몰랐으면 했다.
아저씨 혼자 산다는 것에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얼마나 안도하고 있는지,
며칠 데리고 있다가 친척집을 수소문해 돌려보내 버릴까 봐 얼마나 불안해 하는지.
여기 이토록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친척집을 전전하는 고아같은 한 소년이 있다.
그 소년은 7년의 밤 동안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린다.
그 소년은 살인자의 아들 서원이다.
서원이 친척집을 전전하게 된 것은 누군가에 의해서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낙익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서원은 친척집을 전전하다 버려진 끝에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승환을 만난다.
7년 전 2004년 여름, 세령호가 있는 그 마을에선 과연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범죄스릴러 영화처럼 플래시백으로 그 소년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들려준다.
화자는 서원에서 승환으로, 현수에서 은주, 오영제로 다양한 입장을 이야기한다.
서원의 이야기로 시작되었기에 제발 서원이 '살인자의 아들'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읽게 되었다.
이 아이가 그의 아들입니다, 라고 하셨지요.
아이가 세강 끝에 와 있습니다, 라고 하셨지요.
아이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라고 하셨지요.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습니다, 라고 하셨지요.
서원을 위해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세령호 댐 보안직원이자 작가이기도 한 승환이 있다.
그는 일말의 작가의 죄책감에 의해 글을 쓸 수 없었고 짧게 함께 살았던 서원을 위해 기꺼이 가족이 되어준다.
오직 서원에게 들려줄 수 있는 진실을 담은 소설만 쓸 수 있게된 그는 사건의 7년후에 그 봉인을 해제한다.
그 진실이 담긴 소설에는 살인자가 되기 이전의 꿈이 꺾여 자신의 아버지를 증오했고 망상으로 괴로워한 아버지 최현수의 이야기,
너무나 평범하고 소박한 꿈인 가정을 이루기위해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억척스럽게 앞만보며 모래성을 쌓았던 어머니 강은주의 이야기,
또 하나의 악의 축이자 '교정'이라는 이름하에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엘리트 미치광이 오영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오영제는 최현수가 사고로 죽인 세령의 아버지로 7년동안 실종인으로 살면서 복수를 꿈꾼다.
사건이 지난 7년 후, 최현수와 최서원에게 오영제가 나타난다.
최현수는 마지막으로 예전처럼 게임의 판을 읽고 흐름을 조율하고 타자의 행동을 예측하던 포수로 돌아가 오영제를 저지하는 작전을 세운다.
그리고 그동안 지키고자 했던 공이였던 아들에게 타자의 자리를 멋지게 넘겨준다.
" 멈추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
잠수를 배우던 날부터 들어온 아저씨의 정언명령이었다.
서원은 스스로 7년의 복수의 종지부를 찍고 세상을 향해 한걸음 걸어나간다.
작가는 누구나 인생에서 본의아니게 커다란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한번 잘못된 길로 접어들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것처럼, 그가 아닌 내가 혹은 당신이 될수도 있다는 아찔한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