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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제프리 노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1년 5월
평점 :
진정한 사랑이란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부모가 가장 잘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걱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식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부모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곤 진심어린 기도밖에 없을 때가 너무나 많지 않은가...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과 불안한 마음에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을 종종 넘으며 '다 사랑해서, 다 잘되라고'라는 명목으로 사랑하는 이들의 자유를 침범하고 성장을 제한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제프리 노먼'은 '우리는 대체 어디에 온 것일까?'라는 존재론적인 물음앞에서 자신의 50세 생일에 결코 녹록치 않은 '그랜드'라는 산을 오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우연히 첫째 딸 '브룩'과 함께 등반을 시작하게 된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남자들과의 생활에만 익숙했던 '제프리 노먼'은 여느 남자들처럼 '승부의 세계'에 익숙하고 자신의 감정을 수용하고 표현하는 데 무척이나 서툴렀다. 그러던 그가 결혼을 하고 두딸의 아버지가 된 것이다. '아버지'라는 것만도 감당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에, 아들들을 기르는 것이라면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으련만, 딸들의 아버지가 된 그는 영 자격 미달인 기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는 "꾸며내면 진짜가 된다"라는 전술을 이용해 '기저귀 가는 법'부터 시작해서 지역 리그의 여학생 소프트볼 팀 감독을 맡는 등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그야말로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훗날 '딸들은 아버지에게 좋다" "딸의 웃음은 전쟁도 멈출 수 있다"고 까지 말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런 '노력형' 아버지라고 해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등반에 금쪽같은 자식과 함께한다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엔 자신의 계획이 자기도취적이고 방종한 생각이란 깨달음과 사춘기의 폭풍을 힘겹게 지나고 있는 딸 '브룩'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50살의 아버지'와 '15살의 딸'의 본능과는 반대로 해야 하는 아름다운 등반이 이루어진다
"브룩은 열다섯 살이었다. 아직 그애의 인생의 대부분을 알 수 없다는 뜻이었다. 예를 들면 나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었다"는 제프리 노먼의 고백은 담담하지만 아직30대인 나도 짐작할 수 있는 뭉클한 서글픔이었다. 언젠가 아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감흥보다는 추억이 먼저 떠오른다'고.. 저자도 딸에게는 흥분을 일으키며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것들이 그에게는 노스텔지어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으며 사라진 기회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런 것 아닌가. 세상이 끝난 것 같아도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하고 거기엔 반드시 또다른 기쁨과 감동이 있는 법....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에 대한 탐험과도 같은 등반을 각자의 위치에서 날마다 오르고 내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버지의 욕심과 걱정을 떨치고, 진실한 의미의 '떠남', 먼 거리가 아니라 단지 많은 차이가 필요한 딸아이의 크고작은 '떠남'를 묵묵히 바라보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큰 사랑, 남편과 딸의 안전에 대해 노심초사하지만 그녀가 안도한 부분보다는 흥분한 부분을 더 많이 얘기할 수 있는 아내이자 어머니의 모습.그들의 뭉클한 사랑에 박수를 보내며, 나 또한 나의 욕심을 버리고 진정으로 상대의 성장과 자아를 존중해주는 진정한 사랑을 배워보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