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의 역습 - 무일푼 하류인생의 통쾌한 반란!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최규석 삽화 / 이루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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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년 전. 로렌 와이스버거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의 도입부처럼 말하자면 적어도 대한민국 여성 10만 명 정도는(어쩌면 1만명 밖에 안 될 수도...) 누구나 되고 싶어하는 직업을 그만두고 나왔다. 다시 태어나도 20대에는 또 한번 선택하고 싶을만큼 멋진 일이었지만 10년 가까이 되니까 나는 너무 지쳐 버렸다. 한 순간이라도 다른 데 눈을 돌리면 의심부터 하고보는 질투심 많은 남편처럼 직업은 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일 말고는 제대로 사생활을 누릴 자격도 없는 것 같았다. 동료들도 술에 취해 불평은 늘어놓았지만 다들 워낙 일을 즐기는 워커홀릭이었다. 한때는 새벽 두시에도 빈 사무실에 남아 취재 전화를 걸만큼 열정이 철철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일은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피 냄새를 쫒는 하이에나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이러려고 어른이 되었나.
 

어떤 사람은 그동안 틈틈히 공부를 해서 다른 직업으로 바로 디졸브를 하거나 동화 속 공주님 침실같은 카페를 차리거나 퇴직금을 모아서 세계 여행에 도전하기도 한다. 나보다 더 형편없이 술에 취해 있었던 캐나다의 사회부 기자 제레미 머서 역시 적어도 프랑스 파리의 서점 '세익스피어 & 컴퍼니' 로 도망가는 액션이라도 취했다. 하지만 게으른 나는 아무것도 전혀 계획하지 않은 무방비 상태로 내 일이 나를 떠나게 그냥 내버려 두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동생 말따나 낙오자의 변명이지만 약육강식 사회에서 도태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솔직히 말해 가난하니까 좀 재미없어지긴 했다.
 

그 어느 누구도 가난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부자 아빠가 부자가 된 키라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패리스 힐튼처럼 힐튼 호텔에서 상속녀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우리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공부의 신' 처럼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해야 하고 젊은 남녀는 '부자의 탄생'을 보면서 부자 애인을 만나는 꿈과 기술을 익혀야 한다. 내 세대에는 불가능하면 우리 아이라도 국제중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주부는 '내조의 여왕' 과 '강남엄마 따라잡기' 가 필수다. 

그러나 노력은 했지만 내가 머리가 나빠서 전문대학에 진학하고 겨우 들어간 직장도 비정규직인데다 얼굴이 못 생겨서 데이트 신청을 못 받아 노처녀로 늙고 있다면. 어쩌다 다행히 결혼은 했다고 치더라도 아파트 대출금 이자를 값느라 미용실에는 발길 끊은 지 오래고 아이 키우고 직장생활하느라 집에 돌아오면 자기계발은 커녕 자기 바쁜 불량주부라면. 이상한 일은 더 많은 시간을 더 열심히 더 노력해서 일하는데도 점점 더 우리는 더 차상위 계층의 가난뱅이로 올라가게 될 것이고 자기계발서에 따르면 노력하지 않았으니까 가난해졌다는 비난에 시달리게 될 거라는 점이다. 

이 책 첫머리에 나온 저자의 말을 옮기자면 그렇게 되면 좀 더 노력해보라는 둥, 세상을 위해서 일하라는 둥 설교하려는 놈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사회를 위해 고생이 되더라도 노력한다 → 세상이 나아진다 → 떡고물을 얻어먹는다' 는 건 부자들이 듣기 좋으라고 내뱉는 말이지. 이렇게 하면 우수한 노예가 될 뿐이야... 거짓부렁! 뻥이야! 그만두는 게 좋다구.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고 나중에는 새 발의 피 같은 돈 부스러기나 얻어 쓸 수 있을 뿐이니까.

그에 비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 좀 곤란한 일에 부딪힌다 → 몸부림친다 → 어떻게든 된다(무슨 수든 쓴다)' 는 생각을 해봐. 이게 세상을 살아가는 일반적인 방식 아냐? 이거야말로 얼마나 인간답고 즐거우냔 말이야. 조오타. 이렇게 된 바에야 멋대로 살아볼까! 야호! 시시한 놈들이 지껄이는 말은 듣지 말고 씩씩하게 살아보자. 우리 가난뱅이가 이 세상을 한바탕 걸지게 뒤집어보자! 좋아 좋아! 정했어! 축제란 말이다! 시끌벅적 한판이닷!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다음에 이어지는 글이다. 근데 잠깐만 기다려! 당신들, 덤비지 말구 내 말 좀 들어봐!! 세상은 의외로 빡빡하다구. 기죽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대책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근처 공원에서 매일 낮잠이나 자보라지! 그런 과격한 행동을 개시하면 어떻게 될까? 그 대답을 알기 위해서는 마쓰모토 하지메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일본 도쿄에 사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마쓰모토 하지메. 1974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올해 37세다. 어린시절 초등학교 비상연락망이 공란인 친구들에게 연락하기 위해 뛰어가야 했던 가난한 슬럼가인 가메이도에서 자라났고 어느날 갑자기 작가가 되려고 회사를 그만둔 아버지는 '우리 집은 가난하니까 오늘은 먹을 것이 없다' 는 선언을 했다. 어머니는 한술 더 떠 고등학교 때 이혼을 한 후 자급자족 생활을 하겠다며 아나키스트가 되어 일본 전역을 떠돌아 다녔다고 한다. 정말 그랬어요? 놀랍게도 너무나 쿨한 그의 대답이 돌아온다. 콩가루집안이죠. (ㅋㅋ)

본격적으로 그가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호세대학에 다니던 1990년대 후반쯤부터다. 등록금이 저렴한 자유로운 분위기의 야간대학에서 노숙 동호회 활동을 하던 그는 대학 경영진이 기업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돈벌기 노선으로 갈아타며 학교 규칙을 산더미같이 정하기 시작하자(요즘 한국의 대학을 보는 거 같다) 울화통이 치밀어서 '호세대학의 궁상스러움을 지키는 모임'을 결성하게 되었다.

우선 바가지를 씌우는 학생식당 앞에서 투쟁을 한 것을 시작으로 난로투쟁, 찌개투쟁, 술투쟁 같은 재미있는 투쟁을 몇 년 동안 이어갔다. 결국 대학에서 지나치게 소동을 피운 탓인지 출석을 안 했는데도 학점을 주어서 강제적으로 졸업했다.

거리로 나오니 이 역시 따분하기 짝이 없어서 또 '가난뱅이 대반란 집단'을 결성했다. 역 앞에서 게릴라 음주회를 열고 악의 우두머리 롯폰기 힐스 오픈을 기념하여 크리스마스 찌개 집회를 열었으며 수백명 규모의 데모신청을 하고도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찰 바람맞히는 집회를 여는가 하면 밥상을 들고 월세 공짜를 위한 데모도 대대적으로 펼쳤다. 나는 지금까지 화염병 데모만이 데모인 줄 알았는데 본인의 말처럼 읽는 사람도 감탄하게 만드는 '아하, 정말 웅대하고 통쾌한 데모였다'  내친 김에 그는 선거에도 나갔다.

그렇다면 그도 인간인 이상 먹고 입고 잠은 자야할텐데 물가 비싼 일본에서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 마쓰모토 하지메는 재활용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 고엔지 기타나카 거리에서 재활용 가게 '아마추어의 반란' 을 하기 시작한다. 이를 시작으로 아는 사람, 지나가다 동료가 된 사람 등이 차례로 점포를 개업하여 어느덧 12호점(실제로는 7호점)에 이르렀다. 바가지 씌우는 경제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신품이 아닌 중고품을 돌려쓰는 가난뱅이 계급의 물자공급 센터가 시작된 것이다.

그 후 재활용 가게 '아마추어의 반란'을 중심으로 그 동안의 데모와 선거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아마추어의 반란(나카무라 유키 감독)" 이 만들어졌고 "가난뱅이의 역습" 이 책으로 나왔으며 작년 9월 한국 출판을 기념하기 위해 누구도 초대하지 않았건만 그는 자비를 들여 3박 4일 동안 한국에 다녀갔다. 

여기까지가 '애고 어른이고 까부는 사람은 질색'이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평범한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까뿐 마쓰모토 하지메의 인생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타고난 성격이 재미가 없어 이 책에서 생활의 기술만 훔쳐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을 배려해 저자도 '여차할 때 써봄직한 가난뱅이 생활 기술' 을 책 처음에 넣었다. 집을 싸게 얻는 법. 밥값 절약 기술. 저렴한 이동 수단. 입을 옷 구하기. 미디어 만들기 등등.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터넷 '짠돌이' 라고 검색만 해도 나오는 이 같은 기술이 아니다. 옮긴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자.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까부는 것도 하나의 절실한 표현이며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현재 일본사회의 90퍼센트 이상이 가난뱅이 계급이라고 말하는 마쓰모토 하지메가 자발적 가난뱅이가 되었든 타발적 가난뱅이가 되었든 가난뱅이로 살기 위해서 누누이 강조하는 게 있다. 바로 지역에서 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고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솔직히 가난뱅이라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그의 말을 믿어보려고 해도 부자보다는 가난한 삶이 재미없을 확률이 더 높지 않은가. 그러나 일단 가난뱅이가 되어버렸다면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자신도 없다면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다음 백수회관에 가입하고 친구를 찾아보자. 그리고 연대하자. 혹시 아는가 재미있는 일이 막 벌어질지?

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면, 진짜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생활보호나 복지제도 같은 행정에 기대는 방법도 있지만 나라 사정이 안 좋아지는 순간 굶어죽을 수도 있는 방법인 만큼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다. 어느 날 수상이 책상다리를 하고 "돈 못 주겠어! 아무리 야단을 떨어도 못 준단 말이야!! 삶아 먹든 구워 먹든 맘대로 해!!" 하고 손바닷 뒤집듯 딴소리라도 하는 날에는 어쩌겠는가. (한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은 가능한 한 제멋대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삼고 있으므로, 남의 힘을 빌리기 보다는 '가난뱅이가 뭉치면 어떻게든 살아갈 방도가 생기지 않겠는가' 하는 작전을 챙기고자 한다. 그럴 때 상점가를 비롯한 지역이 무지 중요해지는 거다. 거리에서 살아가는 작전을 궁리해보자!

그 작전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고? 그럼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아주 재미있는 책이고 저자도 한번쯤 사겨봐도 나쁘지 않을 만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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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0-03-23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근데 근데 근데...표지에 좀 공을 들였더라면 이 근사한 책이 더 잘 팔렸을거 같네요 아쉬움 ㅠㅠ

히나 2010-03-23 08:51   좋아요 0 | URL
라일라님 오랜만이에요. 모두들 표지 얘기를 하네요.
근데 그 표지가 그쪽 방면에서 유명하신 분이 그린 건가봐요 ㅎㅎ
나름 명화 패러디인데 반응은 안습...
선거철을 맞아서 의미있는 책이 될 거 같습니다.

hanicare 2010-03-2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줄 한 줄 머리에 쏙쏙 박히는 명강의같네요,
스노우드랍님. 너무 오랫만인 거 아니에요????
칫칫칫.
(보고 싶었단 말씀!)

히나 2010-03-23 19:15   좋아요 0 | URL
하니케어님 오랜만이에요 잊지않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동안 책을 너~~무 안 읽어서
양심상 서재활동은 할 수가 없었어요
사실 대부분이 책 속에 나오는 글을 옮긴 것에 불과해요
저자가 명강의를 한 셈이죠
올해는 오랜만에 책읽기 해로 정하고 활동 좀 할려구요~

 
장광효, 세상에 감성을 입히다 - 옷 짓는 남자의 패션라이프 스토리
장광효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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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0803102202406&sec_id=540101&pt=nv
심우찬의 '파리여자 서울여자' 를 군데군데 표절했다고 합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 런던에 가면 꼭 들러야 할 패션의 거리가 있다. 그 유명한 본드 스트리트가 아니다. 바로 '저민 스트리트'다. 피가딜리 서커스 남쪽에 자리잡은 저민 스트리트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신사의 거리로 신사복의 본고장답게 1~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맞춤양복집부터 17세기부터 내려오는 옥스포드화 판매점. 윈스턴 처칠 경이 즐겨찾았다는 시가 전문점은 물론이고 영국 신사의 상징인 값비싼 수제 우산 가게까지 모름지기 신사라면 갖추고 있어야 할 모든 용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여기서 만난 한 신사복 판매점(역대 영국 수상들을 두루 배출한 명문 이튼 스쿨에 본점이 있는) 매니저의 말이 재미있었다. 영국 신사에게 정장은 '평생 우정을 쌓으며 입어야 하는 친구와도 같은 옷'으로 신사라면 유행을 좇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시대에 뒤떨어져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6개월은 기다리는 것이 신사라는 것이다.

본드 스트리트는 여성적이고 유행에 민감하다면 저민 스트리트는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이 아니라 한 시대를 반영하는 거리죠. 최신 유행을 찾으려면 이 곳에 오면 안 돼요. 본드 스트

리트로 가야 하죠. 우리는 6개월 정도 기다리다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으면 받아 들여요. 

                                                                                     (블랙웰/신사복 전문점 매니저)

 

보고 또 보고 그러나 돌아서면 마음이 변하고 4억 소녀 김예진의 책제목처럼 '밥은 굶어도 스타일은 굶지 않는다'는 게 여자의 스타일이라면, 유행이라고 호들갑 떨지 않고 6개월 정도 느긋하게 기다리다 그 때도 좋다고 생각하면 받아들이는 게 바로 남자, 진정한 신사의 스타일이 아닐까? 지금껏 남자친구에게 양복 한번 선물해 본 적 없지만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남성복은 바로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내 남자친구의 스타일도 그런 것이면 좋겠다고 기대를 품게 되었다.


장광효나 카루소를 모르는 분도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어눌한 말투의 디자이너 장샘은 기억할 것이다. 그때 나는 저녁이면 술 먹고 다니느라 바빠서 몇 번 보지는 못했지만 디자이너가 연기에 도전했다는 게 신선했다. 카루소? 들어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사실 잘 모르겠지만 책까지 냈다니 호기심이 생겼고 너무 재미있어서 눈물을 닦기도 하면서 읽었다.

 

장광효는 남성복 '카루소'의 디자이너이다. 그런데 그의 프로필 앞에는 '최초'라는 말이 유독 많았다. 나는 앞서 간 '단독자'도 좋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아웃사이더'를 더 좋아하는 터라 시트콤에서 제법 웃기는 아저씨라고 생각한 그의 길과 인생이 궁금했다. <장광효, 세상에 감성을 입히다>는 그가 쓴 인생역전 스토리로 패션의 패자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아주 재미있다.


젊은날 그는 미대에 진학해 '의상학을 전공하는 꼼수를 부려가며' 패션 디자인을 배웠고 남성 패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불모지 한국에서 '경직된 남성복의 틀을 깨고' 싶어 남성복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러다 마음껏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악마는 프리다를 입는다' 식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 남성복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들어가고 싶은 회사의 수석 디자이너의 길을 박차고 나와 남성복 '카루소'를 시작하고 소방차의 승마바지(!)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남자 연예인 중 장광효의 옷을 입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던 중 '파리 프레타 포르테(기성복) 남성복 컬렉션'에도 국내 최초로 진출. 그 후로 자신의 건물을 하나씩 팔아가며 여섯 번을 더 참가하면서 바야흐로 그의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그런데 일류의 길만 가던 그도 이류로 전락하는 사건이 생긴다. 1994년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 처음 진출한 후 외국병에 사로잡혀 그때부터 회사 경영은 지인에게 맡기고 어떻게 하면 파리로 갈 수 있을까만 생각하던 때, 마침 IMF가 터지면서 그도 우리나라의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처럼 망하게 된 것이다.


백화점 입점 매장을 비롯해 30여개의 매장이 줄줄이 문을 닫고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압구정동 본점마저 넘어가게 된다. 결국 반지하에 작업실을 내고 월세가 하루라도 밀리는 날이면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촛불을 켜놓고(!) 옷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무서운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도 팔지 못했던 엔티크 가구들이 보관중인 무허가 창고가 화재로 불타 반쯤 타다 만 호리병 하나만 가슴에 안고 돌아와야 했다.


도대체 얼마나 떨어져야 올라갈 수 있을까? 승승장구하던 고급 의상복 디자이너에게 그 같은 시련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화재로 마지막 남은 허영이 불타 없어진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 모 홈쇼핑 관계자들이 그의 지하 작업실로 찾아온 것이다. 장광효는 잘 나가던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200만원에 팔던 남성복을 20만원에 팔면서 1시간에 6억원. 2시간 방송으로 12억원이란 대박을 터트리면서 재기에 성공한다... 그리고 블라블라블라...


어쩌면 좋을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장샘이 너무 좋아져 버렸다. 옆에 남자친구가 있었다면 당장 그의 옷을 사 입으러 가라고 닦달했을 것이다. 나는 3가지 점에서 그가 좋았다. 첫번째 자기 사업에 있어 일가(一家)를 이룬 잘난 사람이어서 좋았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시절을 겪으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던 때도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남성으로서는 가장 이루기 어려운 덕목인 '스타일'이란 게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장광효, 세상에 감성을 입히다>는 잘 나가는 디자이너 장샘의 인생역정 스토리로 읽어도 좋지만 사실 그건 좀 촌스런 독자라고 본다. 진짜 힙한 독자라면 카루소 디자이너 장광효의 스타일 정도는 읽어낼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있을지 모를 내 남자친구도 패션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그런 멋과 스타일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좀 더 바란다면 자기계발서만 읽지말고 이런 책도 읽을 줄 아는'스타일'이란 것도 있었으면 좋겠고.


그런데 스타일이라는 게 뭘까? 옷을 잘 입으면 스타일이 있는 걸까? 그럼 패셔니스타? 패션잡지에서 말하는 곧 죽어도 있어야 한다는 에티튜드가 있는 사람? 소위 잇 걸이나 훈남? 그 대답은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찾길 바란다. 그의 말처럼 멋이란 오랜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탄생하는 귀한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시시한 리뷰에서 쉽게 찾으려고 하면 못쓴다. 쓰다 보니 의도했던 '잇 리뷰'는 되지 못했지만 생각해 보면 난 '잇 백' 하나 없는 사람인 걸.


 

클래식 슈트란 게 있다. 클래식 슈트는 근대사회의 정확성과 정신적 질서를 보존하면서 확립된, 정해진 스타일을 갖는 옷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국이 완성한 이 클래식 스타일은 모든 슈트의 기본이 되고 자유 허용치가 그다지 크지 않다. 지나치게 완벽해서 손댈 만한 곳이 매우 적은...

 

클래식 슈트란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통적인 옷이란 의미도 아니다. 옷에서 전통적이란 말이 어울리는 건 전통의상 뿐이다.

 

사람도 시대와 함께 변해간다. 그 위대한 사람과 시간의 흐름 앞에서 의젓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도 그랬던 것처럼 클래식 슈트밖에 없다. 그것이 클래식 슈트의 영원성이다. 일류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우선 클래식 스타일을 마스터하라. 그것은 당신에게 변화와 변형의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다. 

                                                                ('디자이너들의 원점은 클래식 스타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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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3-0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데, 장샘의 이미지가 너무 각인되어서 웃음부터 날 거 같아요. 읽다보면 그런 이미지 잊고 진지해지려나요.

히나 2008-03-1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장샘으로 보고 놀랐는데요. 진지해집니다... ㅎㅎ
 
김지운의 숏컷
김지운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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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지운 감독이 좋다. 이상한 얘기지만 처음부터, 얼굴도 전혀 모르는데도 좋았다. 그 때는 '조용한 가족' 이라는 단 한 편의 영화도 보지 않았을 때다. 그 대신 나는 이 남자가 백수로 10년을 살았고 교통사고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써서 감독으로 데뷔했다는 거짓말 같은 기사를 읽었는데, 그 당시 나는 서울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고 4년 가까이 백수로 살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하도 친구가 없고 심심해서 워드 프로세서 자판이나 익혀보려고 글을 쓰다 소설가로 데뷔했다는 배수아의 거짓말 만큼이나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로, 먼 훗날 나도 이 두 사람을 따라해 면접을 본 사람과 핸드폰 뒷번호 4자리가 똑같다는 이유로 밥벌이를 하게 된 일화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곤 했다.


그나저나 김감독은 바쁜 와중에 언제 글까지 썼을까 역시 대단해 어쩌구 감탄하면서 당일배송으로 주문서를 넣었는데 알고 보니 여기저기 잡지에 실었던 칼럼들을 적당히 묶어낸 모양이다. 에잇. 그러나 그 재미와 무게는 절대 만만히 볼 게 아니다. 웃다가 울다가 ‘요지경 극장 풍경’에서는 아예 뒤집어진다고 할까. 그렇다면 손바닥 뒤집듯 독자를 가지고 노는 이 내공의 정체는 무어라 말인가?


김지운을 인터뷰한 지승호는 그 정체를 ‘외로움’이라고 불렀고 감독 자신은 양아치 어조로 ‘10년 백수 내공’이라 불러주길 바라고 있지만 아아, 나는 말이 되든 안 되든 ‘사랑스러움’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어느 정도 사랑스럽냐고 하면 이 정도다.


가끔, 아주 가끔씩 레디~ 카메라 가 아니라 레이디~ 카라멜 이러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등줄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카메라 액션‘을 겨우 외치고는 속으로 ‘지금 내가 제대로 한 거지? 휴, 다행이야. 잘 참았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어떻게 대한민국이라는 이 엄한 땅에서 마흔이 넘은 아저씨가 마초가 되지 않은 것만도 고마운데 이다지도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김지운의 거짓말을 믿어 본다면 이게 다 ‘10년 백수 내공’ 때문이란다. 그 말이 아니라도 나는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은 잠재된 백수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이다.


때로 사람에게는 보리수 나무 아래 부처가 아니라도 어떤 예감 같은 순간이 불현듯 찾아오는데 백수로 리듬을 타던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나는 계속해서 백수로 살겠구나 하는... ‘감독이란 직업도 영화를 안 찍을 때는 도로 백수일 수 있어서 선택한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나도 내 직업이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도로 백수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와 달리 글을 늦게 쓰는 바람에 손과 발이 꽤 고생하고 있다. 글이 빨리 안 나와 이토록 고생할 줄 알았다면 백수 시절 좀 더 분발해 4년이 아닌 다 년간의 백수 내공이란 걸 쌓아놓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며칠 전 일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어떤 글을 쓰고 싶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한심스럽지만 이럴 때는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수 밖에 없다. 2010년 프로젝트까지 미리 정해놓은 그 사람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저도 이런 제가 부끄러워요) 6년이나 일하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그런 걸 모르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그 반대라면 모를까. ‘사람이 좋아서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였다. 그러자 그 사람은 그래, 이 직업 자체가 좋아서 하는 사람도 있지 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당연하지만 나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옛날 옛적도 아니고 어느 먼 곳도 아닌 지금 이 곳에서 어떤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또 다른 어떤 사람은, 그것도 남자가 서른 네 살까지 백수로 살았다 한다. 그 것도 아주 쿨하게...


백수 시절, 집안에서 걱정을 많이 하긴 했지만 나는 걱정이고 뭐고 그냥 밀고 나가는 편이었다. 물론 부모님 하시는 말씀은 틀린 게 하나 없는데 늘 말보다는 그 말들의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견디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그냥 쿨하게 받아들였다.


물론 서른이 넘었는데 다 큰 아들이 집에만 있으니 어머님이 "공무원 시험이나 봐라. 동회 같은 데서 일하면 얼마나 좋은 줄 아냐" 그러시면 "아...... 예" 하고 아무것도 안했다. 그러다가 시나리오가 당선되어서 "엄마, 나 시나리오 당선됐어" 하니까 슬픈 눈으로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시더니 "이제 거짓말까지 하냐" 그러셨다. 


물론 나도 서른 네 살이 됐을 때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은 나의 인생이 지금보다 업그레이드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당장은 쓴 소주를 마시고 싶지 않은 것 처럼 고민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영화 ‘차이나 타운’의 한 대사를 빌리자면 남자가 아닌 여자도 자신을 찾는데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문제다.


인생이라는 신은 짓궂어서 어떤 것들은 원하면 원할수록 더 멀어져 간다. 미안하지만 삶이란 어떤 글을 쓰고 싶다고 해서 쓰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은 보험이 아니다. 10년 백수내공 김감독의 말을 믿는다면 ‘중요한 것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이고 잘못 들어선 길이 지도를 만드는 법이다.’


그렇다면 서른 네 살이 되서 우연히 레이디~ 카라멜, 아니 레디~ 카메라를 외치게 된 사랑스러운 김지운처럼,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았나 6년 째 고민만 하고 있는, 어떤 글을 쓰고 싶다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나 같은 게으른 사람에게도 터닝 포인트는 찾아오지 않을까?

 

요행히 잘못 들어선 길이 지름길을 만든다면 언젠가 나도 꽁꽁 얼어붙은 빙하를 깨고 평생 흡수만 하고 방출하지 못한 열정이란 놈을 꺼내 내 글 안에 쏟아부을 날도 오지 않을까... 그렇게 조심스럽게 믿고 싶을 뿐이다. 그 때까지 나의 미진한 글들아, 못난 작가를 용서하렴. 아니 뭐 나는 김지운이 아니지 않느냐고? 아아... 그렇지. 나는 김지운이 아니었지. 아아 분하다.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김지운의 숏컷 겉장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다. 말하자면 이 글은 책과는 아무 상관없는 나의 숏컷, 짧게 베인 상처이다.

 

하루키가 말했다. '숏컷'에는 세가지 의미가 담겨있다고. 하나는 '짧게 베인 상처' 또 하나는 '지름길' 마지막 의미는 글자 그대로 '영화의 짧은 컷' 당신에게 '숏컷'은 무슨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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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6-12-2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 행복한 새해 맞이 하세욥.

토토랑 2006-12-2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 너무 오랫만 이네요 ^^;; (괜히 아는척.. 반가와서 왔다갑니다.) 행복한 새해 맞이하세요

LAYLA 2006-12-27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리뷰 너무너무 좋아요^^

히나 2006-12-2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도 해피 뉴 이어. 잘 지내시죠? 토토랑님도 반가워요. 정말.

LAYLA님 리뷰라기보다 페이퍼같지만... 고맙습니다
 
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
조병준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내게는 금서가 있다. 말하자면 헤르만 헤세나 산도르 마라이 같은. 별 다른 이유는 없다. 심장이 약한 나머지 마음을 어지럽히는 책은 펼치는 게 무섭다고 할까. 얼마전 동아일보에 난 기사를 보고 난 뒤 서른 다섯이 넘기 전까지는 산도르 마라이는 손도 대지 말아야겠구나 다시 한번 결심했다. 바로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의 말이다. "서른 다섯, 막막했어. 호주의 사막에서 산도르 마라이의 '유언'을 읽다 펑펑 울었지. '인정이 없는 여자도 아닌데 나는 왜 죽도록 사랑하지 못 했을까' 란 구절 때문에. 내가 무섭게 일만 했구나. 사랑을 해야겠구나" 아, 나로서는 감당하지 못 할 그런 깨달음을 얻는 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병준의 책도 한동안 내게는 금서였다.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를 읽고서 이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려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환상이나 불러일으키는 혹세무민한 이 작가하고는 상종을 하지 말아야겠구나 혼자 중얼거린 적이 있다. 세상에 널린 게 책이었으므로 그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며칠전 그만 마음이 약해진 나는 이 여행서(?)를 충동구매하고 말았으니 무더워서 잠이 오지 않는 오늘 같은 일요일 밤의 일이었다. 이게 다 열대야 때문이라고!!!

 

서른의 나이에 어느날 조병준은 잘 나가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의료보험료와 주택부금을 불입하는 것도 때려치운 다음 어머니와 약혼녀를 두고서 처음으로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 그리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알다시피 인도에 갔다. 오쇼 라즈니쉬나 유명한 명상 공동체를 찾아간 게 아니라 캘커타에 갔다. 그 후로도 비행기표만 생기면 또 달아났다. "그럼 죽는 사람도 봤어요?" "그럼요" "그런 사람한테는 무슨 말을 해요?" "아무 말도 안 해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손만 꼭 잡고 있어요..."

 

그러나 불행 앞에서도 손만 꼭 잡을 수 밖에 없는 그 곳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그는 풍경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길을 나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삼개월의 여행이 끝나고 다음 날이면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하는데, 그 날 아침에 만난 여자와 저녁이 되기도 전에 사랑에 빠지는 로맨티스트인 자신도 발견하게 되었다. '서른이 되도록 나는 내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내게 가르쳐 주었다' 고 그는 말한다. 깨달음은 (그렇지 않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기차를 놓친 다음에야 비로소 찾아오는 것이다.

 

사실 집을 떠나기 전까지 나는 한번도 여행이 체질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주말이라고 산으로 들로 김밥 싸들고 놀러가는 집안도 아니었고, 친척들마저 씨족 공동체처럼 한 지방에 모여 살아 수학여행 말고는 외지를 방문할 일도 없는데다, 어렸을 적부터 고속버스만 타면 촌스럽게 멀미를 해댔던 것이다. 남학생도 없는데 여학생들끼리 계란을 던지며 고속버스 춤을 추는 수학여행도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그 대신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 단지에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지고 낮의 하늘이 밤의 하늘로 그라데이션되는, 프랑스인들이 '개와 늑대의 시간' 이라고 부르는 저녁 시간만 되면 때때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때는 겁도 없이 이웃 동네에 걸어가서 혼자 떡볶기를 사 먹고 돌아왔으며, 중학생이 되어서는 낯선 번호판의 버스를 타고 아무데나 내린 다음 눈에 띄는 만화방이나 오락실로 들어가서 수중에 가진 돈을 남김없이 쓰고 돌아오곤 했다. 그 증세가 심해져서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독서실에 간다고 하고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 심야시간에는 밖으로 못 나가게 문을 잠그는, 24시간 만화방에서 컵라면을 끓여 먹으며 밤새 순정만화를 읽다 넉다운된 몸으로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사방팔방 산 밖에 보이지 않는 이 고담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거짓말처럼 그 곳을 떠나 온 다음 돌아보니 낯선 곳을 찾아 헤매는 어린 시절의 나쁜 병력도 내 곁을 떠나고 없었다. 나는 구도에의 욕망도 없고 깍지 못한 내 머리 속의 이 한 마리키운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조병준처럼 집을 떠나고 나서야 내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알게 되었다고 할까... (그러나 차마 어떤 인간인지는 밝힐 수 없다...) 

 

낯선 여행지에서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영국인 탐험가처럼 에스키모인에게 평화를 상징하는 월계수 이파리를 흔들지 않아도, 기차가 떠나고 내 옆자리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천막도 없이 주차장 한 켠을 빌려서 서커스를 펼치는 가난한 집시들이 그에게 들려준 것처럼. "준, 언젠가 또 한 번 기차를 놓치렴. 그러면 우리가 또 만나잖아..." "나는 또 한번 마음에 빈 틈이 생겨서 충동구매를 하고 싶다. 이제부터는 기차를 놓치며 살 거라고. 기차를 놓쳐야 사람을, 운명을, 인생을 만날 수 있다고. 기차를 놓치면 나도 며칠은 서커스의 소년이 될 수 있다고..."

 

그러나 서울은 남들 다 타는 기차를 놓친 다음 아무렇지 않게 친구를 만들어서 떠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인간에도, 공간에도 '사이 간間' 자가 들어간다고 알고 있어. 사람이 사람이려면 그 사이에 빈 자리가 있어야 된다고 알고 있어.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선 모든 방향으로 빈 자리가 필요하다고 알고 있어..." 라고 말은 하지만 그 빈자리를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다.

 

다시는 서울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서울은 누구도 자유롭게 놓아두지 않는 도시라고 아이리스가 말하지 않아도 서울에 사는 우리가 이 곳에서 살기 힘들다는 걸 더 잘 안다. 뭐 장국영 같은 대스타도 홍콩에서도 살기 힘들다고 뛰어내리는 마당이니 세상 어디나 먹고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이 곳에는 비집고 들어갈 빈틈이 더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도 빈틈이 없어서 된장녀 같은 건 그냥 두지 않고 씹어댄다. 그리하여 이 땅에서는 된장녀도 살기 힘들고 조병준도 살기 힘들고 나도 살기 힘들고,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살기 힘들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떠나고 싶다. 

 

"어떤 여행이 좋은 여행인가요?"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여행이죠" "왜 그렇게 갔던 곳을 자꾸 또 가세요?" "그 곳에서 자꾸 보고 싶은 사람,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로맹 가리가 그러지 않았나, 마흔일곱이라는 나이가 되면 사람이 아니라 풍경이 그리워진다고. 그러나 아직 사람을 더 그리워하는 걸 보니 조병준은 영낙없는 서른살 청춘이다. 부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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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8-2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전에 저쪽에서 읽고서 이쪽엔 안 올리시나 했네요. ^^
여행은, 쫌 귀찮아요. -_-

야클 2006-08-2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옹? urblue님, 저쪽이 어딘가요?

snowdrop님 잊을만 하면 한번씩 글 올리시네요. ^^


Koni 2006-08-30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병준님의 책은 마음을 조여들게 합니다. 담담한 데도, 삶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나를 몰아부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너, 이렇게 살아도 되겠니? 하면서요.

히나 2006-08-3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rblue님. 저도 휴가 때 여행 가고 그런 거 딱 귀찮아요- 잘 지내고 계시죠?

야클님. 비밀이예욤!!! ㅋㅋ

냐오님. 질문을 던지는 책은 참 가슴이 아파죠.. 그래도 그냥, 이렇게 살아요 ㅎㅎ

비연 2006-09-0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하이드 2006-09-05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스.가 아닐까? 어이어이 살아있었군.

하이드 2006-09-05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단 한번도. 사람.을 보러 여행을 간 적 없는데, 여행지.에서의 사람은 내게 그저 풍경의 하나.일 뿐인데. 나는 아주 어릴적부터 팍삭 늙었던거구나.

히나 2006-09-05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고맙습니다 잊지 않고 후후후후.. 슬쩍 올리고 있었는데 민망스러워요..

하이드 방가방가 잘 살고있지? 경쟁 인터넷 서점으로 옮기는 일은 하지 않는다구
원래부터 활동하던 다른 포털사이트를 말하는 게지..

비로그인 2006-09-06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축드리옵니다..;;

책속에 책 2006-09-0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축하드리고, 님덕분에 님의 리뷰 때문에 이 사람 책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프레이야 2006-09-07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반갑습니다. 이 책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갑니다... 그리고 산도르 마라이의 책에 대한 언급, 공감됩니다. 유언이나 열정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었죠..

히나 2006-09-09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군님 고맙습니다 제가 아는 분 맞죠? 안 온 사이 닉넴이 좀 바뀐 거 같아요... ^^

Daydreamer님 다른 책들도 장정을 새롭게 해서 나왔더라고요 함 읽어보셔요

배혜경님 제 친한 친구와 이름이 같네요...(퓹) 산도르 마라이 언젠가 읽고 싶어요

별빛속에 2006-09-24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맛나게 쓰신 리뷰네요. 냠냠~ 잘 먹고 갑니다. ^ ^
잘 먹은 기념으로 추천 한 방도 같이 날려드리고 가요~@ ^ -^

히나 2006-09-28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귀여운 앤 셜리 양이네요.. ^^

가시장미 2006-11-02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봐도 언니의 리뷰는 매혹적이야. 으흣
자꾸 귀잖게해서 미안한데요. 컴텨를 바꿔서 그 주소 또 잃어버렸어요. _-_)~
언제 오시면 귓말좀 해주세요. 으흐

히나 2006-11-1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이 지금 봤음 ^^

천평 2008-09-13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기억해주세요. 님의 글에 몬가 모를 묘하게 끄는 정취가 있습니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잃어버린 프루스트적 순간을 찾아서: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는 원제가 "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 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보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과 더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러 명의 철학자 대신 한 명의 작가를 골라 그의 삶과 소설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 지 알려준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 '박카스'라면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는 '비타 500'에 가깝다고 할까. 굳이 약국에 가지 않고도 슈퍼마켓에서 만날 수 있는 '비타 500'처럼 우리는 철학자가 아닌 작가를 만날 때는 그 효용적인 가치를 따지지 않고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우선 마르셀 프루스트의 삶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자. 마르셀 프루스트는 19세기 말 부유한 의사집안에서 태어나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어머니 아래서 자라났다. 그는 젊은 시절 일은 안 하고 파티나 쫒아 다녔는데, 도서관의 무급직으로 일년에 한 두번 나갈까 말까, 도서관 역사상 가장 긴 병가를 요청하다 5년 만에 해고되었을 정도다. 한 마디로 '그는 전혀 창작에 열의가 없었고 만찬파티를 열고 차를 마시러 나가고 돈을 물처럼 쓰면서 즐거운 삶을 살았다.'  바람직한 삶이다.


그러나 그는 부모가 모두 죽은 다음 드디어 글을 쓸 결심을 했다! (개인적으로 힘들게 왜 그런 결심을 했을까 싶지만 나와 달리 세계문학사는 어머니의 죽음에 무엇보다 감사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51살이라는 나이에 어느 파티에 초대받았다 감기에 걸려 죽을 때까지(외투 3벌과 담요 2장을 몸에 두르고 외출했는데도) 20여년 가까이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계속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만 쓰면서 살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글렌 굴드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못 말리는 '건강 염려증' 환자였던 그가 감기로 인해 글쓰기가 중단될까봐 주사도 맞지 않은 채 '뜨거운 우유, 커피와 익힌 과일만을 먹고 마시며 계속 글을 썼'던 것이다. (그의 건강 염려증은 이 정도였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통고할 때마다 자신이 곧 죽을 거라고 말했다... 방안을 걷기는 커녕 창문을 열기조차 힘들도록 아프다... 그는 자신의 평시 상태를 카페인, 아스피린, 천식, 협십증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으며 일주일 중 엿새 동안을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부딪히고도 멀쩡했다던 그의 남동생과는 달리!) 결국 폐렴으로 고생하다 숨을 거둔 부분을 읽을 때는 너무 감동이어서 가슴이 뻐근할 정도였다. 그리고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제 이제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책임감 있는 접근법"을 아래에 나오는 9가지 방식으로 알아보자. 1.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 2.자신을 위한 독서법. 3.여유 있게 사는 법. 4.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 5.감정을 표현하는 법. 6.좋은 친구가 되는 법. 7.일상에 눈을 뜨는 법. 8.행복한 사랑을 하는 법. 9.책을 치워버리는 법이다. 그 중에서 3. 여유있게 사는 법에 대해 알아보자.

 

3. 여유있게 사는 법: 프루스트의 남동생인 로베르가 썼듯이 '슬픈 일은 사람들이 매우 아프거나 다리가 부러지지 않고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을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하의 게으르스트인 나도 3권이나마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이 백수로 2년간 놀았기 때문이니까. 그 중에서 로마에 살고 있는 미녀는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말고는 저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소설의 길이 때문이다!!!


그리하여 '전(全) 잉글랜드 프루스트 요약 경연대회'라는 것까지 생겼다고 한다. 영국 남부의 휴양지에서 한 극단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프루스트의 작품 7권을 15초 동안에 요약하고 수영복과 야회복에 옮기는 거라나 하하하. 그러나 그 대회가 증명한 것은 압축하지 않고 자르지 않았을 때 프루스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빨리 하지 않을 때 우리를 유혹하는 마카롱 쿠키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4. 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 환자 제 1호 베르뒤랭 부인. 환자 제 2호 프랑수아즈 등 소설 속의 주인공을 통해서 고통을 견디는 방법을 알려준다.


5. 감정을 표현하는 법: 틀에 박히지 않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틀에 박히지 않은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다.


6. 좋은 친구가 되는 법: 그는 소파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배우자!

 

7. 일상에 눈을 뜨는 법: '좋은 삶이란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들을 부당하게 무시하고 헛되이 다른 것을 갈망하는 것은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을 의미했다.' 우연히 본 마들렌 하나에 어린 시절 레오니 아줌마가 홍차에 찍어서 주시던 것과 똑같은 마들렌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 사소한 일상의 재발견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만든 것이다.


그리하여 책을 쓰기 전까지 그의 주소록에는 고상한 이름들만이 있었고, 언제나 리츠호텔에 갔으며, 앙드레 지드가 강박증에 걸린 사교계의 명사라고 작품 출판을 거절했을 정도로 파티광이었지만, 말년에는 일상에서 다른 친구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친구들 중 많은 숫자가 공작이나 대공에서 시종과 운전사로 대체되었다.


8. 행복한 사랑을 하는 법: 재미없었다


9. 책을 치워버리는 법: 나 역시 마르셀 프루스트가 앙드레 지드에게 했다는 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시대 사람들 사이에서의 일반적인 풍조와는 반대로 나는 한 사람이 문학에 대해 매우 고결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동시에 그것을 악의 없이 비웃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하여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서 철학을 발견하는 실용주의자답게 마르셀 프루스트를 발견하고 조롱하며 숭배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독자의 일방적인 미화만은 경계한다. '일리에 콩브레'를 방문해봤자 그 땅은 어디 가도 볼 수 있는 평범한 땅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방문해야 할 것은 일리에 콩브레가 아니다. 프루스트에 대한 참된 경의란 그의 눈을 통해서 우리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지, 우리의 눈을 통해서 그의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아,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우리는 알랭 드 보통이 마르셀 프루스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눈을 통해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세계를 바라보도록 만드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특징을 여주인공에게 부여하지 않고서는 소설을 읽을 수 없다.'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우리는 알랭 드 보통의 특징을 마르셀 프루스트에게 부여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 책을 읽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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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7-13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간만에 나타나서 이런 멋진 리뷰를.... ^^

히나 2006-07-1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반가워요 절 잊지 않으셨군요 ㅠㅠ

치니 2006-07-1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이 정도 되면 아무리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별반 큰 감동이 없었어도 또 집어넣고야 말겠는데요. 추천! ^-^

urblue 2006-07-13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소파랑은 원래 금방 친해지지 않아요? ㅎㅎ

sudan 2006-07-1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게 누구셔요?

sudan 2006-07-13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집에 소파가 없어서 침대랑 친해졌어요. 근데 왜 행복한 사랑을 하는 방법이 재미 없었을까아? (스노드랍양 반가워요. ^^ )

가시장미 2006-07-13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네이버까지 가는거 힘들었는데 잘됐군요! 으흐흐흐 :) 드랍언니~ 할라당!

가시장미 2006-07-1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리뷰랑 페이퍼도 보여달라! 보여달라! 으흐흐흐

히나 2006-07-1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고맙습니다 요즘은 책도 안 읽어서 예전에 쓴 거 다시 올려요 -.-;

블루님. 아 집에 쇼파가 없어서.. 생기면 한번 친해질까봐요 ㅋㅋ

수단님. 저도 침대와는 떨어지면 죽고 못 사는 각별한 사이예요 반가워요 ^^

장미님. 리뷰는 언제나 열어두는 걸. 페이퍼는 흠.. 생각해보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