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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룸 수납 인테리어 - 수납의 달인 ‘사오리’의 작은집 완벽 정리술
혼다 사오리 지음, 박재현 옮김 / 심플라이프 / 2014년 5월
평점 :
얼마전까지 살던 방보다 딱 절반에 불과한 방으로 이사왔다. 방, 부엌, 베란다가 분리되어 환기가 잘 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으나 싱글침대와 120*80책상과 오디오도 들여놓지 못할 정도로 짐도 절반 이상 줄여야 했다. 게다가 생각도 못한 120*60책상과 이케아 의자 등을 인테리어 비용으로 날리는 바람에 어떻게든 있는 붙박이장으로 나머지 수납을 해결해야하는 스트레스까지 찾아왔다. 그렇게 넓은 가로형에서 높은 세로형으로 붙박이장이 바뀌면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나에게 깜짝 놀랄만한 영감을 준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우선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겼다면 어떤 집을 만들고 싶은지 자신에게 물어보자. 멋진 가구로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은지 아니면 쉐비풍으로 DIY하고 싶은지. 그것도 아니면 만사 다 귀찮다 정리정돈이라도 잘 하고 싶은지. 나처럼 청소하는게 귀찮아서 어지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독일식 타니아의 작은 집에서+ 일본식 사오리 수납 인테리어를 거쳐+ 한국식 효재처럼 살아요 이 3가지 스타일만 알아도 인테리어는 당분간 걱정없지 않을까.
작가 혼다 사오리는 붙박이장이 딸린 방, 거실, 주방, 화장실, 욕실, 베란다로 이루어진 오래되고 작은 12평 정도 되는 투룸을 청소와 수납과 정리정돈만으로 누구나 한번쯤 살고 싶은 멋진 집으로 바꾸는 마법을 발휘하였다. 무엇보다 사는병에 걸려 집안을 물건으로 채우느라 큰 돈을 쓰지도 않고(이케아, 무인양품, 중고 인터넷 사이트 이용), 시트지 따위도 붙이지 않아 공간에 자연스러운 질감이 드러나며, 못질 없이 압축봉을 활용해서 수납하는 아이디어가 주렁주렁이다. 단순히 수납만 잘 하는게 아니라 소품 하나를 놓아도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놓는 감각이 놀랍다. 거실 테이블에 놓인 게 먹는 밤이라는 것을 알자 정말 이 여자는 고수 중의 상고수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여기 나와있는대로만 따라하면 내가 싫어하는 원룸 인테리어 3요소 방 포인트 벽지+주방 시트지+엄한 자리의 못질을 않고도 퇴근후 저녁이 있는 집을 인테리어할 수 있을거 같다. 일단 생각은 그렇다. 궁금하겠지만 자세한 수납 아이디어는 책을 사서 확인하기 바라고 ^^
내 경우 참고하고 싶은 방법은 1.붙박이장의 수납 2.압축봉의 활용 3.냉장고의 아침식사 세트 4.식탁을 포기하고 거실에 둔 테이블 5.향의 여러가지 용도 6.가방 속 가방 7.물걸레 청소용 양철 양동이 8. 적은 갯수의 타월 9. 걸레는 세탁기로 보내기 등이다. 타니아 아줌마나 사오리나 매일 청소기를 돌리거나 손빨래라는 무식한 방법은 권하지 않는게 마음에 든다.
성격상 안 맞는 방법은 1.옷을 세워서 보관 2.너무 많이 거는 것은 싫다 3.박스에 라벨 붙이기 4. 세탁기 위의 선반 필요 X 정도.&
작가의 말처럼 '세상에는 세탁물을 개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과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사람으로 나뉜다. 나는 후자에 속하지만 어느 쪽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성격에 맞는 수납을 하면 그뿐이니까'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성격에 맞는 수납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할 거 같다. 아니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읽다보면 나처럼 어느 집이나 한 군데 쯤 있는 데드 스페이스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떠오를 것이다. 그만큼 인테리어 상상력을 폭발시키는 멋진 책이다. 하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인테리어 관련 리뷰를 올리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번 읽고 말 실용서라고 하기에는 문장마저 너무 좋다. 정리수납 컨설턴트로서 그녀가 말하는 인테리어 철학이 '사물에 이끌리는 수납'이라는 문구처럼 적재적소에 놓여져 그 동선을 따라갈 때마다 뚝뚝 묻어나는 편리함에 시적인 아름다움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미사여구로 멋을 부리지 않아도 이렇게 관점이 살아있는 문장이라니 일본 최고의 정리전문가라는 칭찬이 괜한 말은 아닌거 같다. 마음에 드는 몇 문장을 옮겨본다.
얼마전 한 잡지에서 '주방은 콕피트(cockpit, 항공기 조종석)'라는 표현을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바로 내가 지향하는 주방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냉장고 수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위치 관리'다. 교실에 앉을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냉장고도 빈 곳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수납은 평소 별 생각 없이 지내지만 저절로 물건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형태다. '어디에 두자'라는 특별한 생각을 할 필요 없이 물건에 이끌려 저절로 수납하는 시스템 말이다. 마치 편지가 우편번호별로 쓱쓱 분류되어 배달 장소로 운반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방에 꽃이나 초록색이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옆에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던 것들을 말끔하게 치우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아름다움의 상호작용인 셈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특히 작은 집에 사는 사람은 물건을 살 때 진심으로 원하고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질 좋은 것'과 만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을까? 이것은 공간과 물건 그리고 수납용품과의 철저한 대화다. 화장실은 여러가지 시도를 가볍게 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인테리어 수납이 아닌 우리의 삶을 말하는 거 같아 울컥했던 작가의 후기를 길지만 옮겨본다.
고객의 집을 방문해 수납과 정리를 돕는 것이 나의 직업이지만, 숱한 현장 경험을 쌓는 동안 저절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인생을 '조금 떨어져 관조하게 된 것'과 '스스로 선택하는 삶'의 중요성이다. 눈앞에 놓인 숙제를 해나가듯 살아가는 팍팍한 삶의 쳇바퀴 안에서 사물과 대상을 떨어져 관조한다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하지만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내가 일하는 모습이나 집안을 관찰하는 것은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뿐 아니라 수납을 하는 데도 무척 큰 도움이 됐다.
좋아하는 일은 내버려둬도 결국 하게 되어 있다'는 말 또한 관조의 시선과 닿아있다. 관조하는 자세로 산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관찰하고, 깨닫고, 선택한다는 뜻과도 같다. 흔히 말하는 '~해야만 한다'는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나 가치관을 실천하는 삶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이런 경험들은 삶의 모범답안만을 의식하고 살아온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결국 문제는 인테리어 수납이 아니라 정리가 안 된 우리의 삶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고 감동은 받았지만 수납을 제대로 하든 안 하든 뭐 크게 상관없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에게는 좁아터진 집 말고도 친구, 카페, 술집, 여행, 동물 등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다른 공간도 많이 있지 않은가. 여기 알라딘 서재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왜 그것이 꼭 집이어야 하나. 과연 인테리어 수납이 작가가 아닌 우리에게도 고민에 대한 답이 되어줄 수 있을까. 좋은 책은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다. 나는 지금 또 다시 붙박이장 수납을... 방 청소를... 서재 리뷰를... 할까 말까 고민에 빠져있다. 작가의 의도는 이런 것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집 외에 마음을 기댈 공간이 있다면 생활의 질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나의 치유의 기술로 몸과 마음을 새롭게 재충전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당신은 지치고 힘든 자신을 재충전하는 나만의 방식을 갖고 있는가?'
이 책과 함께 인생을 조금 떨어져 관조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나만의 방식을 찾아보자. 그것이 인테리어 수납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