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지런히 책을 읽고 있다.

하루 한권씩 읽는 날도 많아서 정리는 뒤로 미루고 읽는 거에 집중 또 열중.
책 읽을 때마다 간단하게라도 생각을 정리해두자 그랬는데 그냥 읽기에도 바쁘다.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다.

<블랙 라이크 미>. 1959년 한 백인 남성이 흑인으로 변해서 딥 사우스 지역을 7주간 돌아다
닌 얘기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나 경력을 하나도 바꾸지 않았다. 다만 피부색을 바꿨을 뿐. 그러나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180도 변했고, 그는 남부에서 2등 시민으로 사는 게 어떤 건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의 글이 잡지에 실리면서부터, 신문에, TV에 나오고 유명세를 치르면서부터 협박도 증가하였고, 급기야 그의 책이 나오고 1여 년이 흐른 후에는 KKK단에 의해 심각한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가 왜 흑인으로 변할 결심을 했는지, 그가 딥 사우스 지역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날짜 순으로 정리한 기록이다. 책이 출판된 이후의 반응까지 추가되어 있다.



<푸른 눈, 갈색 눈>. 실험의 방식이 충격적이고 다소 폭력적이다. 이 방법 밖에는 없을까를 고민하게 한다. 백인들만 다니는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이루어진 실험, 그 실험 이후 달라진 학생들의 모습, 제인 엘리어트의 차별 실험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였던 윌리엄 피터스가 쓴 책이다.  몇년전 ebs에서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왕따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실험이 바로 이 책에 소개된 방식을 응용한 것이었다.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책을 펼친 후 다 읽기 전에 덮을 수가 없었다. 삼성 반도체에서 또 다른 삼성 사업장에서 일하다 건강을 잃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 그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사연이 가슴에 콕콕 박힌다. 

<사람 냄새>. 많은 서재 이웃분들이 추천하셨던 책.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을 읽은 후라 황유미씨도, 그녀의 아버지도 낯설지 않았다. 고 황유미씨는 열 아홉살에 삼성에 입사해서 입사 후 2년만에 발병하였고, 그녀가 숨졌을 때 겨우 스물 세살이었다. 


<먼지 없는 방>.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봤다. 서재 이웃님의 말씀처럼 <사람냄새>처럼 쉽게 읽히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고, 두번씩 봐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이 책을 만든 분들도 많이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이해되는 것만큼만 이해하려고 했다. 나중에 읽으면 조금은 더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막연히 기대하면서.


<우리 마을 이야기 1~7>. 나리따 공항을 만들기로 결정한 일본정부(공항공사)에 맞서 40년이 넘게 투쟁하고 있는 일본 산리즈카 마을 농민들의 이야기다. 물론 만화책은 71년 즈음에서 끝나지만, 실제 이들의 싸움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공항을 만들겠다는 결정이 한 농촌지역을 어떻게 갈갈이 찢어놓는지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이들은 땅만 잃은 것이 아니다. 이웃을 잃었고, 삶터를 잃었고, 일터를 잃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친구를 잃었다. 홀로 살던 노인의 낡은 집을 부수어버리는 거대한 중장비들, 농민들을 향해 내리꽂히는 방패, 어린이건 임산부건 할 것 없이 폭력으로 저항을 억누르려는 모습.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 누구보다 훌륭한 농사꾼이 될 것이라 믿었던 이가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 내 가슴도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들이 지키려한 것은 그냥 '땅'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었다. 

이주운동을 하며 연대하게 된 일본의 활동가 역시 그때 산리즈카 마을에 있었다고 한다. 공항공사가 동원한 중장비에 그가 있던 타워가 쓰러지면서 그도 부상을 입게 되었고, 그때 그의 앞니 하나가 부러졌다.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는 여전히 부러진 이를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가 함께 하고자 했던 이들과 국가 폭력을 기억하기 위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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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2-07-2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 눈, 갈색 눈>, <우리마을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네요. <푸른눈, 갈색눈>의 실험과 비슷한 EBS 실험을 본적이 있는데 그게 이 책에서 나온건 처음 알았어요.

rosa 2012-07-25 12:13   좋아요 0 | URL
그건 저의 짐작입니다. 이 책에 실린 제인 엘리어트의 실험내용을 보니, 'ebs의 교실 실험이 제인 엘리어트 방식을 따라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맞지 싶습니다. youtube.com 에 들어가셔서 blue eyes brown eyes 로 검색하시면 윌리엄 피터스가 제작한 동영상까지 다 나옵니다.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