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를 만들어주신 업체 사장님이 묻는다. 이주민 단체에서 티셔츠 주문을 해서 의외였단다.  

이유를 생각해 봤다. 이유는 간단했다.
연대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와 한진 노동자들을 살리고 싶었다.  

이주민과함께 활동가들 뿐만 아니라 이주민들도 함께 한진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
우리가 한 사소한 일들을 시시콜콜하게 적었던 것은 결코 자랑하거나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사소한 일도 그분들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무실에서 처음 쌀과 과일을 싣고 갔던 날, 우리 스탭들은 그분들의 모습을 보며 걱정이 되었다고 했다. 너무 기운을 잃어버리신 건 아닌가 걱정도 되었다고.
그러나 다시 일어나 열심히 싸우고 계시는 그분들에게 작은 격려가 되고 싶었다.
희망봉고를 타고 이주민들과 함께 갔다. 12인승 봉고라 결국 일부는 개인 승용차로, 일부는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며 한진중공업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만든 응원글을 들고 85호 크레인을 보며 웃다가 울었다. 
1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서 간 날에는 이분들이 비를 맞으며 부산역에서 한진중공업까지 도보행진을 하셨더랬다. 사무실 스탭과 자원활동가들까지 달려들어 새로 김치를 담고, 제육볶음을 하고, 오뎅을 볶아서 어영차~ 들고 갔다.  

우리는 그저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과 85호 크레인 위에서 180일을 넘어 싸우는 김진숙을 응원하고 싶었다. 힘내시라고. 우리가 여기서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녀는 이미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올라갔고, 그러면서도 매일 내려오는 연습을 하고 있단다.우리는 그녀가 절대로 뛰어내리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2003년에 김주익 열사가 곽재규 열사가 그랬던 것처럼 죽음으로 다른 노동자들을 구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에 그녀가 우리들의 무관심속에서 죽는다면.. 그러면 방관하고만 있던 나를 용서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정리해고 다음날, 주주들은 184억 돈 잔치를 벌이고, 해고당한 노동자의 자리엔 다시 더 저렴한 노동력이 들어와 채우고. 몇년만에 수주를 해도 해고당한 노동자들을 재고용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십수년만에 최루탄은 물대포에 섞인 최루액이 되어 나타났다. 시위참가자를 식별하기 쉬우라고 파란색 물감을 풀어놓으사 앞자리 사람들을 죄다 스머프로 만들어 버렸다. 자리를 사수하라는 방송차의 지시대로 처음엔 뒤돌아서서 뿌리면 뿌리는 대로 온 몸으로 맞았다. 그러나 이내 너무 독한 최루액 때문에 몸에 맞은 부분은 불에 덴 것처럼 따끔거리고 구역질이 올라오고 목은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숨을 쉬기 어려웠다. 사람들이 우~몰려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내 5m뒤에 전경들이 따라붙었다. 함께 갔던 자원활동가는 "그냥 잡히면 잡히지 뭐"한다. 나는 안된다며 그녀의 손을 잡고 뛰었다. 도망칠 수 있을 때는 도망쳐야 한다. 공터같은 곳이 보였다. 뛰어내리려고 보니 웬만한 남자 키보다 높다. 뛸까말까를 잠시 망설일 때, 아래에 서 있던 남자가 손을 내민다. 그의 손을 잡고 힘껏 뛰어내렸다. 진창에 발목까지 쑤욱 빠졌다. 투덜거리며 대열의 뒤로 따라 붙는다. 앞쪽의 긴장, 소란스러움과는 달리 술판이 벌어졌다. 민망하고 속상하다. 다시 앞쪽으로 이동한다. 방송차가 탈취당했다. 딱 그까지가 목표였나 보다. 다시 축축한 길바닥에 주저앉아 생각한다. 

우리 오늘 여기 왜 왔는가를.
우리 왜 여기 막혀 우리를 간절히 기다리는 그녀에게로 가지 못하는지를.
그저 길을 내어 달라고, 평화로운 행진을 보장하라는 요구에  
그들은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와 파란색소로, 연행으로 화답했다. 

80년 5월 광주는 계엄령이라는 핑계가 있었다.
2011년 언론은.. 그저 절망스럽다. 

여기 유일한 희망은, 85호 크레인위에서 오늘도 SOS 신호를 보내는 김진숙과 그 크레인에서 함께 투쟁하는 해고자들, 다시 행복한 일상을 꿈꾸며 열심히 밥을 지어 농성자들을 돌보는 가대위분들, 그리고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달려온 평범한 사람들.
결국 우리가 희망이다. 다시 우리가 희망이 되어 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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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2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2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2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7-1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사님, 방금 택배 받았습니다.
티셔츠가 굉장히 이쁘네요.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챙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김진숙 님께서 절대 뛰어내리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것은 과거로 족합니다. 비가 저희 눈물과 함께 내리나봅니다.

rosa 2011-07-12 14:38   좋아요 0 | URL
아, 다행입니다. 조금 촌스럽게 보이진 않을까 걱정 많이 했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지켜보는 세상사람들이 있는 한 그렇게 선택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계속 힘을 실어 주세요. 고맙습니다.

김윤희 2011-07-1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 감사하게 잘 받았습니다.
프린트도 너무 좋고, 면 재질도 너무 좋네요.. ^^

rosa 2011-07-13 12:00   좋아요 0 | URL
마음에 드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래도 조금 더 예뻤으면 좋았겠다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