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이든 짧은 여행이든, 일로 갔든 쉬러 갔든.. 하여튼 어딘가를 다녀오고 나면 후유증을 앓는다. 이번엔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난다.

처음 답사일정을 정하고 안내해주기로 했던 단체 활동가들의 불성실한 준비와 사려없음에 치를 떨었고(공문을 발송해야 한다며 이것저것 물어왔기에 다 알려줬건만 공문은 고사하고 일정도 제대로 잡아놓지 않은채 한 마디 설명도 없이 변경해 놓았더라), 염치없음에 할 말을 잃었다(나의 답사 보고서를 요구했는데, 우리의 답사에 기여한 바가 없으면서 그런 요구를 한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고, 분위기 파악 못한 채 계속 술 먹으러 가자는 말도 짜증이었다). 길게 얘기할수록 화만 날 것 같아 여기서 그만~.

반면, 캄보디아에서 만났던 한 신부님의 소개로 알게된 현지 NGO활동가는 위기의 순간에 원더우먼처럼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녀의 활약으로 마지막날의 답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우리는 비로소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호치민으로 내려와서는 선뜻 자신의 집에 함께 머물자고 했고, 그녀와 한 집에 사는 그녀의 친구들은 그럴 수 없을 만큼 친절하였고 따뜻하였다.

그래서 마지막날, 우리의 마지막 저녁. 영어를 잘 하지 못해 함께 머문 3일 동안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잉은 우리를 위해 성대한 만찬을 차려주었다. 한 언니가 통역을 부탁했다. '이 음식에서도 나는 잉의 마음을 느낄 수 있고, 저 음식에서도 잉의 마음을 느낄 수 있고, ...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 애써 주어 너무 고맙고 또 미안하다' 그 말을 통역하다가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정말 우리를 위해 너무너무 애를 쓰고 마음을 쓰는 그 친구들이 고마웠다. 국적이 다르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도 끔찍히 생각하며 아껴준 그 친구들. 그녀들이 좋아하는 장동건, 이영애, 송승헌, 한혜진, 권상우의 사진을 담은 베갯잎을 제작해 꼭 보내줄 테다. 그들이 좋아하는 한국 스타들을 보면서 우리도 가끔 생각나지 않을까?

그녀들이 좋아하는 채식식당에서, 어쩌면 한번쯤은 우리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사진 속의 그녀들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벌써 그리워서 눈물이 글썽거려지는 것처럼, 베트남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그녀들이 생각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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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7-3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사님의 페이퍼를 보면 "행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가듬을 수는 있다고 보여 집니다. 전 후유증이라기보다는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지나치게 낭만적이거나 비현실적일진 몰라도요.^^

비로그인 2007-08-0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쟁이:P

rosa 2007-08-0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다녀와서 아직 보고서도 못 쓰고 있는 터라 여행 후유증이 맞는 거 같고요. 베트남 친구들은 추억이지요. 물론 처음 안내를 맡았던 단체의 부실함은 악몽이었구요. 돌아오자마자 베트남 항공권 알아보고 있어요. 떠날 수 있을까 고민해 보면서.. ^^
이유님, 메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