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속의 바다 - 2004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2
케빈 헹크스 지음, 임문성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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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죽은 친구의 일기를 건네 받게 된 열두살 소녀 마사. 몇달 전 전학을 왔고 따돌림을 받았다는 기억 밖에 없는 그 친구는 일기장에 마사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고 마사가 반에서 가장 좋은 아이라고 썼다. 책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 에피소드는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어가는 출발점이 된다.    

  죽은 친구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가지게 된 마사는 곧 가족과 함께 할머니 댁에 며칠간 지내러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마사에게 벌어지는 일들. 잔잔한 일상과 같은 일들이었지만, 독자로 하여금 열두살 마사가 되어보는 경험을 하게 한다.

  마사가 할머니에게 고백한 첫번째 비밀은 "전 우리 가족이 다 싫어요" 이다. 돌이켜보면 가족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던 때가 누구나 한번쯤은 있지 않았을까?  또 상당히 오랫동안 그 감정이 지속되기도 했을 것. "애증"이라 표현되는 가장 대표적인 관계가 가족이 아니던가. 한살 위의 오빠에게 죽은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말까 주저하는 마사를 보면서, 이제 말이 통하지 않기 시작한 사춘기 이성 형제의 캐릭터가 크게 공감되었다.

  작가가 되려고 일을 포기하였으나 결국 작가를 포기하기로 마음 먹은 아빠, 사회 생활과 셋째 아이를 보는 일에 항상 지쳐있는 엄마, 이제 말 상대도 게임 상대도 되어 주지 않는 오빠, 자기 말만 하는 어린 동생... 아무하고도 진정한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되지 않는 마사에게 가족은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뿐이다. 두드러진 큰 문제는 없지만 모두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가족을 발견하는 어린 아이에게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매우 힘겹게 느껴질 것이다.

  이 책에는 또 다른 중요한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마사의 첫사랑과 배신에 관한 이야기다. 충격적인 반전이나 극적인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옮긴이의 말과는 달리, 이 에피소드는 매우 충격적이라고 생각되었다. 결국 산산조각이 난 마사의 첫사랑은 안타깝게 느껴졌고, 반대로 그일이 뒷수습되는 과정은 뿌듯하게 보였다. 열두살 때 나도 짝사랑하던 누군가가 있었던가?

   이 책은 때로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68개로 잘게 나뉘어져서 그런지 호흡이 짧게 느껴졌고 매우 빠르게 아주 재미있게 읽혔다. 특히 "저 집에 왔어요!"라고 말하고 끝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영원한 애증의 대상인 가족, 그러나 결국 나의 뿌리는 바로 가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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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일기 책읽는 가족 48
오미경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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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환일기>라는 제목에서,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돌려쓰는 일기장이 떠올랐다. 나도 어렸을 적에 교환 일기장을 써본 적이 있다. 아이들의 교환일기를 보여주는 소설인가보다 생각하고 무심히 첫장을 넘겼다.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일기는 중간중간 나올 뿐 전체적인 구조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읽어갈수록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매우 선명하고, 상황 설정이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펴고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매우 흡입력이 있는 내용이었다.  

  지각생 동지로 벌청소를 했던 강희와 민주, 유나 세 아이는 각자의 성을 따서 김서방 청소주식회사를 조직하고, 유나의 제안에 따라 교환일기를 쓰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의 실패로 갑자기 가족이 산산조각이 난 강희와, 부모 모두 돌아가셔서 동생을 데리고 소녀가장으로 살고 있는 민주는 솔직하게 교환일기를 쓰지 못한다. 가장 솔직해야 할 교환일기가 거짓과 포장으로 가득차게 된다.    

  아이들은 어떠한 계기로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되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로 자신을 위장했던 강희는 우연히 맡아서 기르게 된 누에가 탈바꿈하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유나는 복지관에 나가면서 사회와 어른들의 따뜻한 도움을 받게 된다. 스스로, 그리고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진실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곧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는 뜻이리라.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한단계 성숙해진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6학년 여자아이들의 심리와 사고 방식을 소설 속에서 바라보면서, 현실 속의 내 아이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부모의 눈으로만 보던 아이들을, 거꾸로 아이의 눈으로 부모를 바라볼 수 있기도 했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소설이 가진 강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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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를 사랑한 인어 공주 작은도서관 7
임정진 지음, 유기훈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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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아니라 상어를 사랑한 인어공주라고?  특이한 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다. 패러디 동화집이라는 설명대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명작 동화들을 패러디해서 만든 동화 여섯편을 수록하고 있다.

  외국의 작가들이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명작 동화를 패러디한 것은 몇권 본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성적인 부분이 들어가 있다보니 아이들에게 읽히기는 망설여졌다. 유아용으로는 <아기돼지 삼형제>를 패러디한 그림책을 몇 권 알고 있다. 그런데 초등학생의 눈높이로, 그리고 우리나라 작가가 각색한 패러디물은 처음 보는 것 같다.

  특히 단군 신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참 재미있고 신선했다. 곰은 원래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니 호랑이에게 불리할 수 밖에... 게다가 당초 100일을 이야기했다가 21일 만에 사람을 만들어주다니 명백한 계약 위반...  그 밖에 <벌거벗은 임금님>을 패러디하여, 이번엔 옷을 팔려고 했던 사기꾼들이 골탕먹게 되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돼지와 흥부 이야기는 재미와 위트 면에서 약간 부족한 느낌도 든다.        

  푸른책들에서 나오는 책들은 <저자와의 인터뷰>가 말미에 실려있는 것이 독특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읽기에는 인터뷰 내용이 조금 어려운 듯 하다. 부모로서는 책을 선택하거나 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퍽 도움이 된다. "입장 바꿔 생각하기" 를 이야기한 저자의 생각에 상당부분 공감이 되었고, 우리 아이에게도 종종 이런 발상을 해보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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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천마일 - 한비야를 읽었다면 박문수를 읽어라!
박문수 지음 / 이덴슬리벨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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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청년 박문수. 군대를 제대하고 1년간 100만원으로 살아보겠다고 호기있게 아프리카로 떠난다. 그리고 3년 반. 그는 진정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아프리카인이 되었고, 지금 더 큰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다녀본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에서 있었던 경험들과 관찰한 내용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다. 우간다,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 케냐, 짐바브웨, 스와질랜드 등 아프리카의 중부와 남부에 있는 나라들이다.

   책 속에서 나는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아프리카에 대해 다시 보게 된다. 저자가 처음 도착한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 생각과는 달리 아주 못사는 모습이 아니라서 실망(!) 했다는 저자의 솔직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도 아프리카라는 말을 떠올리면 기아와 질병, 전쟁에 허덕이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탄자니아는 그 흔한 내전 한번 겪지 않아 아주 안정된 나라라는 것도 의외였다.

  그러나 르완다로 가면서부터 역시 전쟁과 빈곤에 얼룩진 어두운 아프리카의 상처를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상처에 바를 약이 없어서 손가락과 발가락을 잃는 어린 아이, 계란 2개로 순결을 착쥐당하는 소녀, 한마을 모든 사람을 병들게 하는 무서운 에이즈...

  도움의 손길을 요구하는 아프리카 구호 활동에 일본이 진작부터 활발하게 진출한 것을 알고 있었으나, 중국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막연히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후진국이라는 생각에 다른 나라를 도울만한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게 오산이었을까. 사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나에게 무언가 남아서가 아닐진대.

   선진국이나 NGO 의 구호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르완다의 시각은 또한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다. '관광객은 예스, NGO는 노우'라는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자립을 하는데 있어서 외부의 도움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생각. 그래서 관광산업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 르완다의 입장이 수긍이 되면서, 시혜적인 시각의 NGO 활동에 대하여 비판을 제기한 또 다른 글이 떠오르기도 했다.

  알고 있는가? 세계에서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르완다이고, 달리던 버스가 고장이 나서 멈춰도 '천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프리카인들의 특징이며, 미국에 나가 살 기회가 있어도 내 나라가 좋다며 밝게 웃는 아프리카 젊은이가 있다는 것. 있는 그대로의 아프리카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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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 - 종교에 맞선 불손한 과학자 아이세움 역사 인물 2
로빈 S. 독 지음, 장석봉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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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릴레이가 법정을 나오며 했다는 유명한 말, <그래도 지구는 돈다>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갈릴레이가 얼마나 치열하게 원칙에 맞는 과학 실험을 하려고 했는지, 개인적인 삶은 어떠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아이세움의 역사인물 시리즈로 나온 갈릴레이 편을 읽으며, 갈릴레이의 고뇌와 그가 끝까지 고수했던 원칙들을 새삼 알 수 있었다.

  갈릴레이가 활동했던 때는 신을 절대시하는 종교,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이 지배하던 시기. 이러한 시대적 제약 속에서 개인적으로는 의사가 되기를 바랬던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조용히 명성높은 학자 노릇을 해주기를 원하는 대학 측과 충돌하면서 갈릴레이는 당대 매우 '독특한' 과학자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갈릴레이는 자기가 배운 것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스 사상가들은 기초 사상과 관측으로 연구를 했지 수학이나 증명을 사용하여 연구하지는 않았다고 갈릴레이는 주장했다. 갈릴레이는 이론은 철저한 실험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믿었다."

  바로 이 대목이 400여년전 외로운 연구를 수행했던 갈릴레이에게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과학자의 자세라 생각한다. 지금도 통용되는 진정한 과학자의 자세 -  "과학자는 오직 실험으로 말하라!"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당시의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삽화에 있다. 갈릴레이가 살던 시대의 피사 풍경, 가속과 속도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는 갈릴레이, 종교 재판정에 선 갈릴레이의 모습이 매우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당시의 실험 도구들과 과학 그림들도 많이 보이는데, 초기 계산기의 한 종류라는 군사용 컴퍼스, 갈릴레이가 직접 만들어 사용했던 망원경,  온도계의 시초인 측온계 등은 과학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흥미를 갖게 만든다.  이 책의 그림과 사진 만으로도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과학의 역사에 대해 훌륭한 공부가 될 듯 하다.

  과학자로서 신에게 도전했지만 그 자신이 두 딸을 수녀로 만들었다는 점,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을 받을 당시의 교황이 처음에는 그에게 우호적이었다는 점, 갈릴레이가 말년에 시력을 잃고 아들과 함께 자신의 업적을 정리했다는 점은 새롭게 알게 된 점이다. 이 책이 속한 시리즈의 이름을 다시 보니  <역사인물>이라 했던가. 보통 사람들은 따라가기 힘든 대단한 사람들의 대단한 일대기를 정리하는 위인전 부류가 아니라, 역사에 족적을 남긴 어떤 인물의 삶을 미화 없이 그대로 기술하고, 특히 역사적 조건 속에서 조명한다는 점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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