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가벼운 책을 함께 묻어달라고 할껍니다.
무덤 안에서까지 가슴 위에 무거운 것을 올리고 싶지는 않아요.
그럼 조그마한 문고판들이 제격일텐데,
딱히 떠오르는 책은 없네요.
제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을 같이 넣으면 명부에서도 경기 일으킬 것 같고,
음,
이책으로 할래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대학 때 술마시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읽은 책인데,
당신은 자기의 밖을 내다보고 계십니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보다도 그러지 말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누구도 충고를 해주거나 당신을 도와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단 한가지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 속으로 침잠하십시오. 그리고 그 쓰고 싶다는 욕구가
당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뿌리를 뻗어나오고 있는 지를 알아보시고
만일 쓰는 일을 그만 둘 경우에는 차라리 죽기라도 하겠는 지
스스로 물어보십시오.
그렇게 릴케를 잘 알지도 못하는 데
이 구절만큼 가슴을 때린 구절은 없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이 책을 무덤 안에 가지고 들어가고 싶습니다.
아, 그런데 저 납골당에 들어갈 계획인데, 그럼 태워야하나요?
그렇다면 많이 가지고 가도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