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 생일이다. 허나 간만에 외로이 보내게 됐다. 내 친구는 이게 다 내가 백수라 그렇다 한다. '나 백수 아닌데..' 허나 사회와의 접촉을 몇 달 이월시켰을 뿐이므로 백수라 해도 할 말 없다. 백수면 뭐 어떤가. 삶의 불확실성을 긍정하고 자신의 삶을 꾸준히 긍정하면 그만이지. 불현듯 삶의 비천함을 조금씩 느껴오던 지난 시간에 슬픈 작별을 고하고 싶다. 김영하가 '퀴즈쇼'에서 이야기 했듯, 나의 삶도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했을 경우의 정신적 충격을 감내하기 위한 꾸준한 사보타주로 점철되었는지 모른다. '퀴즈쇼'의 주인공이 그러했듯.
상경계열에 영어회화도 곧잘 하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대학을 아직 다니고 있기에 발생한 정신적 해이상태일지도 모른다. '왜 나는 그토록 치열해지지 않았던가'라는 질문과 '왜 나는 그리도 운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오던 시간이 이어져 온 두달여. 운이 없음이 아닌 실력이 없음을 탓해야 함을, 아니 그래야 마음도 편해지고 삶의 동력또한 쉽게 끌어올릴 수 있음을 근자에 깨달았다.
할 일 없으면 기자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언론사는 몇군데 없다는 걸 시나브로 깨닫게 된다. 이런 잡생각 때문에 글 쓴게 아닌데.. 점점 글이 잡스러워 진다. 작년에 읽었던 120여 권의 책을 온라인 상으로나마 훑어 보며 홀로 황홀한 심사가 된다. 영화 또한 그만큼 보았고 꾸준히 사들인 클래식 음반을 듣느라 남은 여유마저 다 지독한 습관에 묻어버린 시간. 타인을 업수이 여긴다는 몇몇 지인의 비판도 이젠 겸허히 받아들일 때가 아닐까 한다. 27살의 겨울은 '렛미인'의 스웨덴 보다 시리고 뿌옇다. 또 그만큼 설레기도 한다. 아.. 놀아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