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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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다는 게 칭찬인지 욕인지 잘 모르겠지만, <밀실살인게임>은 기대에 좀 못 미치게 무난한 작품이었다. 탐정게임에 몰두하는 익명의 5인이 직접 살인을 저지르고 그 트릭을 서로 맞추는 게임이라는 설정은 상당히 신선했지만, 그 트릭이 내 정서에는 안맞았던 것일까?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살인이라는 엄격한? 한계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인지 트릭은 정말로 실행 가능할 것 같다. 약간 마술의 뒷모습을 훔쳐본 느낌도 들고. 신기하다던지 대단하다는 감정보다는 '아 그런 거였어?' 를 연발. 

주인공들이 돌아가며 사건을 저지르기 때문에 각 사건들은 짤막짤막하다. 요즘같이 묻지마 범죄가 성행하는 때에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내가 이 스토리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은 '동기'가 소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추리소설은 뒷통수를 치는 훌륭한 트릭도 중요하지만 그 범죄를 일으킨 동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특히 그 부분이 드라마를 이루는 주요 뼈대가 되기 때문에 이렇게 동기가 없이 사건 자체만 있는 게임범죄는 흥미가 좀 떨어졌다. 

그래도 신선한 설정과 날 깜짝 놀라게 한 반전!은 볼만했다. 심지어 2권을 예고하면서 1권이 끝나서 좀 허탈한 감도 있었지만 나름 재밌게 볼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 생각한다. 

2권은 일단 구해뒀으니 읽긴 하겠지만 우타노 쇼고의 다른 책을 읽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벚꽃 지는..> 이 책이 재밌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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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이 지나갔다. 한 주에서 월/화가 제일 힘들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가장 피폐한 시기. 내일은 수요일이고 또 한주의 절반이 지나갔다며 안도하게 될 것이다.  

내가 관계하고 있는 모든 블로그와 수년째 사용하고 있는 일기장의 가장 최신 글은 '정말 오랜만에 쓴다'로 시작된다. 어찌나 게으른지 몇개째 수개월 혹은 수년 간격으로 이런 의미없는 글들만 업데이트 해오고 있는 것이다. 한번씩 '아... 뭐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에 열어보지만 거기에는 긴 시간전에도 똑같은 모습이었던 내가 존재할 뿐이다. 

어쨌거나 결론은 습관이 무섭다는 것이다. 사랑의 블랙홀처럼 하루하루 반복되는 매일이나 수년째 전혀 변하지 않은 것만 같은 나 자신이나. 이렇게 나이만 먹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 공상만 하다가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욕망은 짧은 기간동안만 지속되고 남는 것은 습관 뿐이다. 욕망을 습관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 내겐 지금 그게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매일 조금씩 더 무감각해 지는 것만 같아 두렵다. 오감도 그렇고 감정도 그렇고 사고도 그렇고 조금씩 무뎌진다. 언젠가는 맑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세계평화를 상상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멜로 영화를 봐도 '아..그래라' 이런 느낌이다.  

초식녀 건어물녀가 되어가는 것인가? 하긴 되어간다는 표현보단 원래 그랬는데 진화하고 있다는 게 더 적절하겠다. 아무튼 이 지겹게 반복되는 일상,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고치지 않는 습관 이 모든걸 통쾌하게 깨부수고 싶다. 격렬하게 무엇인가를 원하는 감정, 참을 수 없는 욕망과 열정, 뭐 그런 청춘의 상징들은 다 어디에 갔단 말인가! 내 나이 서른도 안되었건만...  

아. 여행이나 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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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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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손이 가지 않아 여태까지 한권도 읽은 적이 없다. 게으른 자의 변명에 불과하겠지만. 어쨌든 요즘같이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사는 개성없는 한 개인으로서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내가 사는 이유, 살아야 할 이유를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선 세상에 휩쓸리기 마련이니까. 특히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는 가끔은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이 과연 내 생각일까 싶은 때가 있다. 트랜드라는 이름하에 얼마나 눈치를 보고 사는지.  

어쨌거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책을 펴지 않더라도 이 책은 참 잘 읽어진다. 각 장은 철학자와 그들이 한 말을 재료 삼아 철학적인 주제들을 풀어가고 있고 길어도 4장 미만이다. 초반에는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는데 어쩐지 이야기를 시작하다 만 것 같은 아쉬움이 드는 점도 있다.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은 감도 있고. 나같이 철학에 무지한 입문자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만 좀 알만한 분들은 약간 시시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러나 원 텍스트가 담고 있는 심오한 내용을 입문자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솜씨는 훌륭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대중을 위한 철학서라면 이래야겠지.

인상 깊었던 몇몇  꼭지 

 

   
  인간은 "자기 자신과 다른 이성적 존재자를 단순히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항상 동시에 목적 자체로 취급해야 한다" - 칸트  
   

<목적없는 수단>/조르주 아감벤 을 읽으면서(초반에 읽다 말았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제목에 담긴 뜻을 드디어 이해! 맞긴 하겠지? 그리고 가라타니 고진도 향후 읽어봐야겠다.

   
 

"지금 당신은 근면과 성실이란 미명 아래 사유의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나 아렌트

 
   

 부록으로 <더 읽어볼 책들> 리스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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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 교양인을 위한 구조주의 강의
우치다 타츠루 지음, 이경덕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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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야무진 입문서. 서문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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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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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기초과목에서 마쓰오카 세이고의 <정보의 역사>를 교재로 삼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역사를 이런식으로 구조화할 수도 있구나 하고 흥미롭게 보았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하지만 아주 큰 페이지에 지구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세계사를 연대표처럼 꾸며놓은 것이 가장 좋았다. 사실 역사책 보다보면 연도가 헷갈려서 사건 간에 전후가 헷갈리는 경우가 잦지 않은가? 특히 동양사를 다루다가 서양사를 다루게 되면 갑자기 이 시대가 그 시대인가 싶고... 여타 다른 연대표와 달리 마쓰오카의 방식이 특이한 점은 본인이 생각했을 때 흥미로운 사건을 층위와 상관없이 함께 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름하여 <정보의 역사>! 당시 담당 교수님도 생각이 나고.^^ 

어쨌든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는 그 때의 좋은 기억을 계기 삼아 골라보았다. 솔직히 독서술에 관한 책은 정말 많다. 자신의 독서경험을 바탕으로 한 수기부터 자기계발서처럼 짤막짤막하게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것까지. 다른 책을 읽다가도 한번씩 이런 책을 읽게 되는데 결국 한줄로 요약되는 그런 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 한줄은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겠지만. 

이전에 보았던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과 비교하자면, 히라노의 책이 천천히 꼼꼼하게 읽는 방식, '슬로리딩'을 주장하는데 비해 <다독술...>은 한 주제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고 한 정보에서 다른 정보로 마구 연결시키고 확장해 나가는 '난독'과 '계독'을 주장한다. 이런 방식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론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본다. 저자는 실제로 '센야센사스(천일천책)'을 시행중인데 매일 밤 전날과 다른 주제의 책을 읽고 감상평을 쓰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부담감이 밀려오는데 강제성도 띌 겸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미 그 양이 방대해서 몇권의 책으로 발간했다고 한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의 이러한 프로젝트와 독서편력, 독서계기 등이 잘 드러나고 있는데, 저자의 독서론의 핵심은 '정보와 정보를 연결해서 새로운 의미 정보를 생성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나아가 자신만의 지적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가 생산자로 바뀌는 디지털 사회에 딱 맞는 독서법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누구든 블로그를 하고 자신만의 생각, 감성, 이미지를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는 방식 역시 수동적인 지식습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러 곳에서 흡수한 지식들을 적절하게 믹스하여 자신만의 레시피로 재생산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알라딘 서재만 봐도 그렇고 다른 서평 블로그를 보아도 여러 책을 비교 분석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흐름인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독서는 이제 조용히 앉아서 명상하듯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전투적으로 눈 앞에 놓인 텍스트를 해체하고 정보를 흡수하고 조작하는 방식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방식은 독자를 더 많이 생각하게 하고 더 창조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마쓰오카식 독서론은 창조를 위한 다독술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쉬기 위한 독서/생각하기 위한 독서 정도로 나눠서 읽고 있는 편이라 저자의 독서론이 마음에 들었다. 문학류는 주로 내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자 읽는 것이지만, 인문학이나 사회학 분야들은 주로 생각하기 위해서 읽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부분에서 마쓰오카식 독서술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인드맵 형식으로 정리하는 것도 좋은 팁인 것 같다. 새해를 맞이해서 정신없이 지내는터라 주로 쉬는 독서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책은 한번 적용해 볼지도?  

뿐만 아니라 마쓰오카 세이고의 치열한 지식탐구 자세를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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