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교 1학년 기초과목에서 마쓰오카 세이고의 <정보의 역사>를 교재로 삼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역사를 이런식으로 구조화할 수도 있구나 하고 흥미롭게 보았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하지만 아주 큰 페이지에 지구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세계사를 연대표처럼 꾸며놓은 것이 가장 좋았다. 사실 역사책 보다보면 연도가 헷갈려서 사건 간에 전후가 헷갈리는 경우가 잦지 않은가? 특히 동양사를 다루다가 서양사를 다루게 되면 갑자기 이 시대가 그 시대인가 싶고... 여타 다른 연대표와 달리 마쓰오카의 방식이 특이한 점은 본인이 생각했을 때 흥미로운 사건을 층위와 상관없이 함께 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름하여 <정보의 역사>! 당시 담당 교수님도 생각이 나고.^^ 

어쨌든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는 그 때의 좋은 기억을 계기 삼아 골라보았다. 솔직히 독서술에 관한 책은 정말 많다. 자신의 독서경험을 바탕으로 한 수기부터 자기계발서처럼 짤막짤막하게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것까지. 다른 책을 읽다가도 한번씩 이런 책을 읽게 되는데 결국 한줄로 요약되는 그런 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 한줄은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겠지만. 

이전에 보았던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과 비교하자면, 히라노의 책이 천천히 꼼꼼하게 읽는 방식, '슬로리딩'을 주장하는데 비해 <다독술...>은 한 주제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고 한 정보에서 다른 정보로 마구 연결시키고 확장해 나가는 '난독'과 '계독'을 주장한다. 이런 방식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론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본다. 저자는 실제로 '센야센사스(천일천책)'을 시행중인데 매일 밤 전날과 다른 주제의 책을 읽고 감상평을 쓰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부담감이 밀려오는데 강제성도 띌 겸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미 그 양이 방대해서 몇권의 책으로 발간했다고 한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의 이러한 프로젝트와 독서편력, 독서계기 등이 잘 드러나고 있는데, 저자의 독서론의 핵심은 '정보와 정보를 연결해서 새로운 의미 정보를 생성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나아가 자신만의 지적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가 생산자로 바뀌는 디지털 사회에 딱 맞는 독서법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누구든 블로그를 하고 자신만의 생각, 감성, 이미지를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는 방식 역시 수동적인 지식습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러 곳에서 흡수한 지식들을 적절하게 믹스하여 자신만의 레시피로 재생산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알라딘 서재만 봐도 그렇고 다른 서평 블로그를 보아도 여러 책을 비교 분석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흐름인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독서는 이제 조용히 앉아서 명상하듯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전투적으로 눈 앞에 놓인 텍스트를 해체하고 정보를 흡수하고 조작하는 방식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방식은 독자를 더 많이 생각하게 하고 더 창조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마쓰오카식 독서론은 창조를 위한 다독술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쉬기 위한 독서/생각하기 위한 독서 정도로 나눠서 읽고 있는 편이라 저자의 독서론이 마음에 들었다. 문학류는 주로 내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자 읽는 것이지만, 인문학이나 사회학 분야들은 주로 생각하기 위해서 읽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부분에서 마쓰오카식 독서술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인드맵 형식으로 정리하는 것도 좋은 팁인 것 같다. 새해를 맞이해서 정신없이 지내는터라 주로 쉬는 독서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책은 한번 적용해 볼지도?  

뿐만 아니라 마쓰오카 세이고의 치열한 지식탐구 자세를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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