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의 안타까운 죽음 이 후 온 나라가 시끌 벅적하다.

파병 반대와 찬성의 두 목소리는 서로 더욱 드높아졌고 한 국민의 죽음에 대한 책임 소재와 진상 규명의 목소리도 드높다. 그 와중에 각종 가십거리도 넘치는데, 피살 동영상 부터 시작해서 급기야는 고인의 가족사를 들추는 이야기, 모방 동영상 촬영 등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여과되지 않은 사건들이 연일 화제의 대상으로 떠 오른다.

여기서 파병에 반대한다느니, 파병을 해야 한다느니 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다시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주장하는 '기저'가 되는 사상과 가치관에 대해 좀 더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단순히 반미 감정에, 부시가 싫어서, 미국이 벌인 전쟁에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하고 거들어야 하는게 싫어서 파병에 반대하는 건 아닌지. 실례로 이전까지 파병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이라크에 대한 '복수'를 부르짖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참에 전투병을 파병해서 이라크 사람들을 총칼로 '제압'해서 우리나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진정한 평화주의와 인도주의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전 국민의 의식과 가치관이 좀 더 큰 도전을 받고, 전쟁의 잔혹함과 무고한 인명의 죽음이 얼마나 가해자나 피해자 양단 간의 인간성을 모두 말살시키는 행위인지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나라가 국익이나, 동맹의 신뢰, 국제 관계의 역학보다 평화를 추구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강대국들은 결코 가질수 없는 그런 덕목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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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네테스 4 - 완결
유키무라 마코토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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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무라 마코토의 걸작 SF <프라네테스>가 완결 되었다.

우연히 보게 된, 그리고 매료되버린 사실 국내에서 큰 흥행성도 없고, 신간 발행 주기가 거의 1년이 넘는 이 작품을 끝까지 내 준 출판사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벌써 완결이라니.. 하는 아쉬움도 크다.

<프라네테스>는 21세기 중반부터 펼쳐지는 인류의 우주 개발을 배경으로 우주 개발 시대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우주비행사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들은 우주 쓰레기인 '데브리스'를 수거하는 우주 비행사들이고, 주인공인 하치마키는 돈을 벌어 자신의 우주선을 갖고 싶다는 꿈을 위해 인류 최초의 목성 왕복선의 승무원이 된다.

고독한 우주비행사의 삶을 동경했던 하치마키의 심경의 변화와 내적 성숙, 그의 동료들이 겪었던 전사(前史)와 우주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 우주 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거시적인 의견 충돌과 그로 인한 물리적인 다툼, 우주선 개발과 훈련 중의 사고로 인한 개개인의 비극 등이 잘 버무려져 하드 SF물임에도 결코 인간의 이야기가 소외되지 않는 미덕을 보여준다. 20대의 젊은 작가(연재 초기의 나이이므로 지금은 30대가 되었는지도 모르지만)는 그리 길지 않은 이 작품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끝까지 묵직한 설득력을 유지한다. "인간은 결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인간 하나 하나가 결국 우주의 한 부분"이라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사실적인 과학적 묘사와 아름답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훌륭한 장면 연출들을 등에 업고 독자에게 다가 온다.

빛의 속도로 45분이나 걸리는(실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머나먼) 목성위에 서 있을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의 외침이 아련히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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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진지한 탐정의 대명사 루 아처.

루 아처를 장편으로 처음 만났던 <움직이는 표적>에선 느끼지 못했던 그의 매력을 <위철리 여자>에 이르러 흠뻑 만끽하는 중. 마지막 결말을 50여 페이지 남겨두고 있는 지금, 왜 이리 퇴근 시간이 멀게만 느껴지는지. 추리소설 막판의 그 숨가쁜 몰입감을 근무시간때문에 어쩔수 없이 끊어버려야 하는 괴로움은 꽤 견디기 어렵구나. 그러나 아처처럼 성실하게 나도 열혈 근무 모드로! 어쩌면 이 글을 쓰고 있는것 부터 농땡이인지도....  이런 식으로라도 지금 당장 책으로 달려가는 나의 마음을 달래야지 도리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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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날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주문한 책을 기다리는 동안의 약간의 설래임과 기대감은 즐거운 감정이다. 지난달을 걸렀기 때문에 조금 과용한 것도 같지만, 한달동안 일을 해서 벌었으니 이정도 사치는 부려도 괜찮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아직 <레베카>가 수배가 덜 끝난 모양이다. 오늘 중으로 준비가 되면 빠르면 내일, 늦어도 모레는 받아보리라. 기대되는 책들이 꽤 있다. (그래봤자 추리소설들과 만화책이지만 이번에 완결편을 주문한 <프라네테스> 는 아주 묵직한 느낌을 주는 대박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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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23
펠 바르.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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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추리소설이라니... 처음 접하는 순간 낯설음 부터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지명과 인명부터 생경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생경함을 극복하는 순간, 책의 내용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런 낯설은 고유명사들이 더욱 이 소설을 재미있게 만드는 양념이 된듯. 늦 가을부터 내리는 눈이나 기나긴 겨울밤, 많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 등등 베트남 전쟁의 시기인 60년대 후반의 북유럽 대도시 스톡홀름의 풍광을 읽는 것도 이 책 읽기의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사건의 수사는 여느 경찰소설들 - 특히 87분서 시리즈- 과 비슷하면서도 왠지 모리무라 세이이치류의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에서 묘사되는 미세한 단서를 붙들고 늘어지는 끈질긴 탐문 수사과정과도 닮아있다. 명탐정에 의한 칼로 자르는 듯한 논리적 쾌감이 아닌, 다양한 개성과 성격을 가진 여러 형사들의 협력에 의한 어찌보면 지루하기 까지 한 수사과정이 차근차근 전개된다. 또한, 사건의 해결과는 상관이 없는 주변의 수사까지도 세세히 나열되어 글의 사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중간 중간 보여주는 수사과정 이면의 모습들과 아웅다웅하는 형사들의 모습들이 독자를 웃음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결말부분의 페이서스는 이 책의 제목과 어울리는 멋진 엔딩이 아닐까. 오랜만에 기분좋은 추리소설 한권을 읽는 만족감을 주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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