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의 다재다능함을 실감할 수 있었던 소품.
천진하고 유쾌한 쌍둥이와 응큼하면서도 속 깊고 정도 많은 도둑. '가족의 탄생'.
이 소설 최고의 코미디언은 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즐겁게 읽히고 즐거운 여운을 남긴다.

 

    

미스터리 범죄 소설에서도 '대하'라는 장르가 있었다면 응당 첫 손에 들어가야 할 만큼 방대한 서사시. 사건의 피의자와 피해자, 그들의 가족들과 경찰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매스미디어까지 소설은 어느 한 곳 소홀히 여김 없이 파헤쳐 낸다. 범죄와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엄청난 분량을 긴장감을 잃지 않고 균형있게 끌고간 작가에게 찬사를.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묘사해 내는 작가 온다 리쿠.
고등학생 소녀들의 합숙과 그들의 10여년 전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었던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드러난다. 온다 리쿠 소설의 미덕은 어딘지 모르게 초현실적이면서도 아련한 옛이야기를 회상하게 하는 듯한, 그런 독특한 분위기가 아닌지.

 

百夜를 거쳐 幻夜로.
누가 보아도 이 소설은 <백야행>의 뒷 이야기. 독자는 매혹적인 악녀에게 치를 떨 수도 있고, 그녀를 깊이 연민할 수도 있다. 그녀와 그를 사랑한 남자가 펼치는 또 다른 밤의 이야기. 언제나 그렇듯 뒷맛은 씁쓸하다.

 

개인적으로 많이 편애하는 '교고쿠도 시리즈'.
망량의 상자 이후 1년 4개월이란 긴 기다림 끝의 만남이다. 드디어 오늘부터 시작.
교고쿠도 시리즈의 특징인 한없이 음습하고 축축한 분위기가 시작부터 어김없이 펼쳐진다.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기대중.

 

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 히가시노 게이고, 교고쿠 나츠히코...

서로 전혀 다른 매력과 독창성을 자랑하는 작가들이 동시대에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스럽게 '일본 미스터리의 저력'이 느껴진다. 위 작가들의 작품이 앞으로도 국내에 더 많이 소개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풍성해 진다.

이 가을 J 미스터리에 풍덩 빠져 보실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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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10-17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량의 사자.를 아직 손도 못된관계로, 광골의 꿈.을 도저히 못 사겠습니다. 헤헤
온다 리쿠.는 그 평좋던 삼월의 붉은 구렁을.이 별로 였던 관계로, 선뜻 손이 안 가네요. 집에 있는 밤의 피크닉.을 클리어하고 나서 함 생각해봐야겠어요.
미야베 미유키.는.. 거참... 근데, 왜? 왜? 왜? 히가시노 게이고.는 환야.가 백야행 후속편이 아니라고 그러는건데요???

oldhand 2006-10-1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간의 일반적인 평보다 제가 교고쿠도 시리즈를 좀 편애합니다. <망량의 상자>는 '처절함과 압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었는데, 저만큼 좋아라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더군요. 핫핫.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저도 그냥 그랬어요. 일반적인 호평에 비해서 별 다른 감흥을 못 느껴서, 메마른 감성을 탓하기도 했는데,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삼월은..>보다 훨씬 미스터리 요소가 강한 소설입니다. <밤의 피크닉>은 책도 없어요.
환야가 백야행의 후속편! 이라고 못박아 두면 혹여나 다음 작품에서 더 얽매이게 될까봐 그러는거 아닐까요? 암튼 이건 무조건 속편입니다. 작가가 아무리 아니래도 말이죠.

물만두 2006-10-17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지고 있습니다 ㅡㅡ;;;

하이드 2006-10-1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부메의 여름.은 좋았어요. 다만, 그 두께.에 질려서, 시작을 못하고 있을뿐이지요. 흐흐

oldhand 2006-10-1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 님 :: 잠수복 입고 앞장 서세요. ^^
하이드 님 :: 아니, 모방범도 단숨에 읽으신 분이 그 정도를 가지고!

한솔로 2006-10-1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부메의 여름>을 아주 재밌게 읽고도 <망량의 상자>는 아직 노려만 보고 있습니다-_-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제가 읽은 온다 리쿠 중 제일 좋더군요(다른 작품도 아주 좋아합니다^^).
그나저나 환야가 백야행 속편이 아니라고 하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실제로 백야행 속편을 쓰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던데요?

oldhand 2006-10-17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부메와 망량을 둘 다 읽은 사람들은 우부메 파와 망량 파로 의견이 분분하더군요. 저는 두말할 것 없는 "망량파"입니다. ^^
백야행 속편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라면, 환야를 읽고 난 감상이 엄청 달라져 버릴것 같은데요?

하이드 2006-10-1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그래도, 환야는 백야행 속편이에요. -_-a
그렇게까지 얘기하시니, 망량의 상자.를 조만간 시작해야겠습니다.
이런, 굽이치는 강가에서.도 땡기는군요.

oldhand 2006-10-18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부메보다 분량이 많은 만큼 교고쿠도의 장광설도 만만치 않습니다. ^^

로드무비 2006-10-18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끔 일본 미스테리 소설을 집어드는 건 올드핸드님과
물만두님 때문입니다.
댓글들이 너무 재밌네요.^^

oldhand 2006-10-18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같은 알라딘내의 폭넓고 깊이있는 독서가분들께는 사실 장르소설들 추천해 드리기가 쬐끔 민망합니다.

jedai2000 2006-10-1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작품들만 쏙쏙 잘 골라보신 것 같습니다. ^^ 그나저나 뵌 지도 오래 됐는데, 언제 한 번 또 뭉쳐야죠. ^__^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oldhand 2006-10-18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제다이 님의 리뷰가 아니었으면 놓쳤을 작품이어요. 덕분에 좋은 책 읽었습니다. ^^ 요샌 통 정신없이 살다보니, 사람 만나는것도 쉽지 않습니다. 조만간 좋은 자리가 마련되지 않을까요? ^^

jedai2000 2006-10-1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원님께서 한 번 나서주셔야겠네요. ^^

oldhand 2006-10-1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원군도 요새 꽤 바빠 보여서 어떨지.. ^^

jedai2000 2006-10-19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저도 정신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