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터 6-7년 전 풋풋(으음.. -_-;)했던 20대 시절, 퇴근 후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던 때였다. 지하철이 가장 한산한 시간 중 하나인 8시에서 9시 사이. 드문 드문 빈자리들이 있었고, 거의 대부분의 승객들이 앉아서 가고 있었던 듯 하다.
문득, 맞은 편 앞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졸고 있는 아저씨 한 명이 내 시야로 파고 들어왔다.
나이는 30대 중후반쯤? 풀어 헤쳐 느슨해진 넥타이, 구깃구깃한 와이셔츠와 상의, 주름이 거의 풀려버린 양복 바지, 약간 부스스한 머리.
퇴근길에 소주라도 한 잔 걸친 것일까? 아니면 그저 피곤해서 졸고 있는지도. 집에서는 아직 철없는 애들과 아내가 기다리고 있겠지.
사고치지 않고 평범하고 무탈하게 산다면, 나도 10년 후에 저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
10년 후 미래의 내 모습이 바로 맞은편에서 나를 손짓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나마 이 경쟁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고 잘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6-7년의 세월이 지나 어느덧 30대 중반의 아저씨가 되어버린 지금.
그 사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만 4년여가 되어 간다. 근래에는 결혼이라는 중대한 인생사를 하나 치러내서 명명백백한 아저씨가 되었다.
지금 내 모습은 그 때 그 지하철에서 바라보았던 나의 미래처럼 예상했던 그 모습일까? 아니면 다소나마 빗겨나 있을까?
삶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동안, 나, 잘 살아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