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편해문 지음 / 소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때 나는 학교에서 오자 마자 가방을 방에 던져놓기 무섭게 밖으로 나가 놀았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엄마들의 엄청난 잔소리와 데시벨에 못이겨 집안으로 들어가서 하루를 마감했던 것 같다.  

요즘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끝나자마자 방과후학교나 학원으로 간다. 학교에서 조금 놀려고 하면, 무슨 스케쥴이 그리도 많은지 조그만 녀석들이 어른인 나보다 더 빡빡한 일정으로 돌아간다.  

내 어릴 적 기억과 너무 다른 이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기도 하고.. 나라도 놀아주고 싶어 안달이 되기 일쑤이다. 어렸을 적 기억으로 고무줄 놀이도 가르쳐 주고, 비석치기도 가르쳐주고, 구슬치기, 딱지치기, 숨바꼭질 등등 끌어오지만, 아이들이 항상 100% 즐겁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이럴 때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역시 이녀석들 놀줄을 몰라~ 노는 법을 가르쳐줘야겠어. 경험을 하게 해야겠어."하며 또 한번 부르르 의무감에 넘쳤다가 놀이를 즐기지 못하는 녀석들의 모습에서 실망하고 또 계획하고를 반복했다.  
그런데.. 그게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작가가 말한다.
놀이는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고 느끼고 저절로 체득하게 되는 거라고.. 내가 그 실수를 했던 것이다. 자유시간을 주었을 때 아이들의 꺄르르 웃음 소리가 넘칠 때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 기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스듬한 쇠막대 위에 원숭이처럼 엎드려 있으면서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내가 보기엔 하나도 재미없는데 자기들끼리는 연신 웃어대느라 숨이 넘어가려 한다.. 아까 놀자고 할 때는 이렇게 안 웃더니.. 참... 하며 어이없어 하면서도 그 모습이 또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하늘에서 내려 준 천사같은 아이들. 이 녀석들이 언젠가부터 천사의 본분을 잃고 그냥 인간이 되어 버렸다. 무엇때문일까? 공부! 공부! 공부! 만을 연신 외쳐대며, 아이들의 자유를 뺐고, 놀 공간을 뺐어 버렸기 때문이다. 세상에 갈 수록 험악해 지는 건 이 아이들이 우리에게 하는 복수가 아닐까?라고 했던 작가의 말에 뜨끔!! 그래! 바뀌어야 해!!

작가는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보기 위해서 인도로 갔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존재한다는 곳. 한번 갔던 사람들은 반드시 또 가고 싶은 매혹을 느낀다는 그 나라..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기 위해 먼 곳까지 가야 하는 현실이라니... -_-
이 책은 사진과 수필이 어우러진 형식으로 엮어진 책인데... 술술 잘 읽힌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모습들과 놀이를 보면서 또 한번 놀란다. 우리 만의 놀이여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놀이들이 사실은 전 세계의 모든 아이들이 비슷하게 하고 있는 놀이라는 사실이다. 원시적으로 타고난 감각이 바로 놀이라는 것이다. 금을 긋고, 편을 가르고 이기고 지고, 돌을 가지고, 실을 가지고 노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비슷하고 닮았다.  

요즘 우리 아이들 게임에 빠져 산다. 가상현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폭력이 는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면 아이들의 에너지를 발산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놀이를 해야 하는데.. 놀이를 해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데 가상공간에서 그 욕구를 충족하여 그릇된 개념을 가지고 세상에 부딪혀 살아나가다 보니 무너지는 속도도 빠르고, 형성된 모습조차도 한없이 허술한 것이다. 이젠 돈주고 놀아야 하는 요즘..... 이다. 뭔가 상당히 잘못되었다... 
놀아주려고 하지 않아야 겠다. 아이들에게 공간을 주고,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겠다. 스스로 알아내도록~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말이다.   

제목 너무 멋있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이런 아이들을 우린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어린이 놀이 십계명 


1. 우리는 밖에서 놀고 싶어요. 실내나 울타리 안에 가두지 말아 주세요.
2. 우리들끼리 동무들과 놀고 싶어요.
3. 우리끼리 놀 때는 끼어들거나 관찰하거나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4. 우리들이 심심하도록 좀 내버려두세요. 우리 스스로 놀래요.
5. 우리에게 놀이 밥을 주세요. 놀면서 배우면서 몸도 마음도 커요.
(이건 정말 내가 추구하는 건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고민해봐야겠다.. ^^:)
6. 우리는 놀 때 가장 행복해요.
7. 우리에게 시키지 말고 도와주세요. 어른들이 시키는 놀이는 공부 같아요.
8. 우리를 사랑한다면 안전한 놀이터와 한가한 시간을 주세요.
9. 우리는 엄마, 아빠, 동무들과 놀고 싶지 물건이나 장난감, 교구들과 놀고 싶지 않아요.
10. 어른들도 일만하지 말고 좀 노세요. 일만하는 부모가 아이들 공부만 시킨대요.

(292p. 작가의 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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