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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두시간만에 이 한권을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었던 책이다.
까페에 앉아 저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서 꼽아 들었는데.. 옆사람 신경쓰지도 않고, 킥킥대면서 읽어갔더니 어느덧.. 작가가 캠핑카를 사는데 성공하기를 빌어주는 한 사람이 되어 책을 덮었다.
문화심리학자.. 음.. 내가 생각하는 것과 내 주위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문화를 글이라는 것을 통해서 다시 접하게 되니 새삼스럽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던 것 같다.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니.. 아마 작가는 A형이고, 작가의 아내는 B형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책속에 스며있는 작가의 엉뚱함은 AB형일 듯한 생각도 들고... ㅎㅎ 어찌나 킥킥대면서 웃게 하는지...
이 나라의 남자... 아저씨.. 아빠들에게 하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이 땅위의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단지 빼쩍 마르고 약한 자신과 반대되게 건강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결심하게 된 작가의 단순함과 쿨하게 넘어가는 작가의 아내와 대조적으로 작은 것에 연연해 하고 소심해하면서도 의미를 찾고 있는 작가의 모습은 묘하게 언발란스하면서도 잘 어울린다고나 할까?
파트별로 재미있게 풀어낸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아..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공감대가 몇 가지 형성되었다.
먼저 우리 아빠, 엄마,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던 이야기.
삶이라는 물결에 떠있는 힘없는 작은 종이배처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조금은 무게를 달고 살자는 메세지 같은 ritual.... 작은 것 하나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 나만의 것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자는 것.
둘째,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작가는 결혼을 예로 들었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 왜냐... 하고 후회하는 것은 잠깐이지만, 안하고 후회하는 것은 평생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왠지 설득력있는 이야기이다. 항상 아쉬워하며 가지 않은 길을 바라보기보다는 일단 가보고, 아니면 돌아가는 게 오히려 목표지점에 도착하는 빠르고 건강한 방법이 아닐까?
셋째,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식욕도 성욕도 아닌 감탄하는 것이란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식욕이나 성욕은 본능적인 것이기 때문에 원숭이도, 치타도, 뱀도, 금붕어도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아하~~ 유레카~~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인간뿐이다.. 그러니 매일 매순간 감탄하면서 살고, 그럴 일을 만들어가면 어느덧 좀 더 의미있게 살아가지지 않을까 싶다.
제목을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는 것처럼 써서 이를 공감하는 여러 뭇남성들을 낚시질 했지만,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지 말고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살아가자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내가 먼저 죽으면 남자는 더 오래 살지 못하고 따라가지만, 남편이 먼저 죽으면 오히려 여자는 오래 산다고 하면서.. 자신은 아내가 죽어도 더 오래 살거라고 어필하던 대목에서 빵터졌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되기까지 자신을 바라보고 성찰하던 작가의 모습은 고무적이었다.
이 책이 많이 팔려서 자유로운 영혼인 작가가 캠핑카를 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의식을 가지고 삶은 즐기면서 살아갔으면 한다. 좀 더 많이 감탄하면서 말이지! ritual이라는 것 생각보다 간단하더라.. 내가 위안받을 수 있는 내가 삶을 살고 있다는 데 감사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 그것만으로 우린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